[시류칼럼] 축구 잘해서 국방장관된 수호지의 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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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칼럼] 축구 잘해서 국방장관된 수호지의 고구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0.09.0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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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어공(어쩌다 공무원)'으로 벼락출세
정의와 원칙이 훼손된다는 생각들게 만들어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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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수호지>에 나오는 고구(高球)는 축국(고대축구)의 고수로 공을 잘 차는 바람에 권력을 얻게 된 인물이다. 시쳇말로 ‘어쩌다 공무원(어공)’이 된 것이다. 그는 송나라 수도 개봉에서 하는 일 없이 빈둥대며 술과 여자에 빠져 사는 시정잡배였다. 그러던 어느 날 단왕 조길의 집으로 부마 왕선의 심부름을 가게 되면서 인생역전의 기회를 잡게 된다. 축국광이었던 조길이 가지고 놀던 공이 어쩌다 고구에게 굴러왔는데 그는 멋진 솜씨로 조길에게 공을 차서 보낸다. 그렇게 그의 눈에 들어 총애를 받기 시작한 고구는 그 후 조길이 휘종 황제로 즉위하자 전수부 태위(국방부 장관)로 임명되는 등 벼락출세를 한다. 송나라 이전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어공’이 된 사람이 많지만 공을 잘 차서 말단 어공도 아닌 장관의 자리에, 그리고 후엔 재상의 자리에까지 오른 경우는 전무후무한 일이 아닌가 한다. 아무리 당시 송나라 말기가 부패했다고는 하나 해도 너무했다. 

예로부터 한 나라가 제대로 자리잡고 융성하려면 과거제도 시행을 통한 인재 등용이 필요했다. 과거에 관리를 등용하는 방법으로는 주로 추천을 받거나 혈통을 배경 삼아 임용하는 음서(蔭敍) 같은 일종의 뒷문 채용이 있었다. 그러나 사회가 민주화되어 가면서는 보다 공정한 방식, 즉 시험 성적순으로 뽑는 방식이 월등히 우세하게 된다. 능력에 의한 선발인 만큼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라 하겠다. 송나라를 건국한 태조 조광윤은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공천(公薦)을 금하는 등 엄격한 제도를 만들었다. 공천은 고관대작들이 과거시험 볼 사람들을 추천했던 제도다. 당연히 개인적 친분관계가 작용하고 뇌물이 오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황제가 직접 주관하는 ‘전시(殿試)’제도를 실시했다. 이로 인해 명문세가의 자제들이 어공이 되는 길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게다가 ‘미봉(彌封)’이라는 제도로 수험생들의 이름을 가려 부정이 싹틀 여지를 없앴으며 이것도 모자라 수험번호로만 확인할 수 있도록 ‘등록(謄錄)’제도까지 만들었다. 또한 시험관과 같은 가문출신이거나 친척관계가 있으면 반드시 별도의 시험장을 설치하여 응시하게 하는 ‘별두시(別頭試)’를 시행했다.

그러나 세월이 가면서 각종 부정행위와 매관매직이 성행했다. 양산박에 사람들이 모인 시기에는 과거장에서 컨닝과 부정행위가 그치지 않았으며 어공들이 크게 늘어났다. 어공들은 주로 부패한 세력에 붙어 음습하게 늘어난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자도 많다. 이런 자들은 붙는 곳에 따라 하는 짓도 180도 달라진다.

이번 의료 파업의 반쪽 불씨가 된 공공 의대 신입생 선발 기준을 놓고 ‘현대판 음서제’ 논란이 일었다. 이 정부가 표면에 내건 의사수 부족 현상 타파 등의 필요성이 사실은 국민들 속이는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 진짜 목적은 사법시험이나 의대에 입학 못하는 이 정부 실력자들의 자식을 위해 만든 제도라는 주장이다. 모두가 뜬 소문이기를 바라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정부나 그 산하기관, 관변단체 등에 들어간 어공들이 상당하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그 또한 소문이기만 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추미애 장관 아들 일에서 보듯 요즘 부쩍 정의와 원칙이 훼손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진 사람들은 고구 같은 인간이 나타날까 마냥 두렵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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