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칼럼] 인공와우 수술과 선행
상태바
[소통칼럼] 인공와우 수술과 선행
  • 김철환 활동가
  • 승인 2020.09.08 09:53
  • 댓글 0
  • 트위터 423,64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Pay it Forward'의 한 장면.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Pay it Forward'의 한 장면.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시사주간=김철환 활동가] 거세게 비가 내리는 밤, 인질극을 벌이는 현장에 한 기자가 취재를 하고 있다. 어느 순간 범인은 기자의 차를 들이받고 도주한다. 그런 기자에게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자가용의 열쇠를 건넨다. 고가의 차다. 기자는 속셈이 있어 차를 준 것이라 의심한다. 그때 남자가 기자에게 이 말을 건네며 사라진다.  “Pay it Forward”. 

미미 레더(Mimi Leder) 감독의 영화 <Pay it Forward>(2000)의 첫 장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란 제목으로 상영되기도 했다. 'Pay it Forward'는 ‘나중에 갚으세요’ 라고 번역될 수 있는데, ‘받은 만큼 다른 사람에게 선행을 베풀라’ 의 의미로 영화에서는 사용되고 있다. 

‘선행’, 요즘같이 팍팍한 세상에서는 아름다운 말이다. 하지만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 있다. 선행을 다 좋게 보아야 하는가이다. 간혹 선행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 한 배우의 선행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인공와우(Cochlear canal, 인공 달팽이관) 수술을 받는 청각장애인 아동에게 수술비와 재활훈련비를 지원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수차례 지원을 해 선행을 높이 사야한다는 내용이다. 

그 배우의 선행은 당연히 칭찬을 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고민도 있어야 한다. 선행에 대한 평가는 선행의 행위만이 아닌 결과도 봐야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은 차별의 대상이었다. ‘나와 다른 외모’ 때문만은 아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한 몫을 한다. 노동의 가치를 못한다는(밥벌이를 못한다는) 생각이나 문화적이고 종교적인 영향도 있다. 장애인의 문제를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해버리는 것도 그들 중 하나다.

그래서 예전에는 장애인이 태어나면 대부분 숨겼다. 결례가 될까봐 주변에서 물어보지도 못했다. 복지시설에 보내기도 하였다. 가족의 짐이라 생각했다. 

다행히 청각장애인은 외모가 ‘일반인’과 다르지 않아 숨겨 키우거나 복지시설에 보내는 일은 덜했다. 하지만 ‘일반인’처럼 되려고 말하는 연습을 ‘피가 나도록’ 해야 했다. 수어를 사용하면 ‘병신’이 된다고 생각하여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자연히 보청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외국에서 들여온 인공와우 수술은 ‘복음(福音)’이 되었다. 정부가, 기업이 지원하면서 인공와우 수술은 붐을 이루었다.

1980년을 지나며 장애인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장애인이 차별받는 것은 장애인의 잘못이 아닌 사회제도나 인식에 문제가 있어서라는 생각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편의시설의 부족이 장애인의 사회활동을 막는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청각장애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수어로 소통이 가능하고, 자막이나 보청장치 등 보조기구를 지원해주면 청인(廳人)과 동등하게 살 수 있다. 수어 중심의 문화도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사회가 이를 이해하지 못해 인공와우를 수술을 부추기고, ‘청인 인척’ 살게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청각장애인 중에는 인공와우 수술을 하고 재활과정을 잘 넘긴 사례가 많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분명히 있다. 이 경우 자칫 인생의 황금기인 청소년기를 잃어버릴 수 있다. 정체성도 그렇고 학업도 그렇다. 뒤늦게 특수교육을 받는다 하더라도 돌이킬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인공와우 수술에서 아동의 결정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수술이 유아기에서 청소년기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인간은 다양한 선택 속에서 살아간다. 청각장애인의 경우도 다양한 선택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 수어, 문자, 보청기, 인공와우 등 말이다. 이런 환경이 되어야 청인과 동등하게 살 수 있어서다. 

하지만 진행되는 인공와우 수술은 그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달갑게 보지 않는다. 당연히 선행도 달가울 리 없다. 또한 인공와우 수술의 성패는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한 아동의 인생을 걸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도 사람을 지원하는 선행은 신중해야 한다. 영화 <Pay it Forward>에서처럼 선행으로 사람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려면 다양한 면을 살필 필요도 있다. SW

k646900@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