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칼럼] 헌법재판소 장애인 참정권 판결, 문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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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칼럼] 헌법재판소 장애인 참정권 판결, 문제 있다
  • 김철환 활동가
  • 승인 2020.09.1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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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황채원 기자
사진=황채원 기자

[시사주간=김철환 활동가] 지난주 장애인의 참정권과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있었다. 2007년 장애인들이 제기했던 헌법소원인데 기각되었다. 일부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현행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것이다.

현행 선거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선거 공보물을 점자로 제공하고 있는데 공보물을 점자로 바꿀 경우 분량이 2.5~3배 늘어난다. 그래서 면수를 제한해서 제작하다보니 선거정보가 누락될 수밖에 없다.
 
청각장애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선거관련 토론 등에 자막이나 수어통역을 제공하고 있는데,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선거법에 관련 내용이 의무사항이 아니기에 일부 지역 방송사는 자막이나 수어통역 제공을 기피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장애인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다. 현행 선거법이 장애인들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주지 못해서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달랐다. 

헌법재판소는 점자공보물의 면수 제한을 없애면 제작에 어려움에 겪을 것으로 보았다. 점자출판 시설 등이 부족해 대응할 수 없고, 선거 비용이 과다하게 들어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리고 시각장애인들이 여러 경로로 선거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일부 제약이 있더라도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소는 본 것이다. 

자막이나 수어통역도 마찬가지다. 방송사업자에게 자막이나 수어통역을 의무화 할 경우 선거비용이 가중될 것으로 보았고 방송사에 대한 보도와 편성의 자유는 물론 후보자나 정당의 선거운동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사유를 들어 헌법재판소는 장애인의 참정권 미비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약자의 권리보장이 우선되어야한다'는 의견을 낸 재판관들도 있었지만 이 의견은 소수에 그쳐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헌법소원 심판은 헌법재판소의 역할 중 하나다. 심판을 통해 법률이나 공권력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았는지를 판단하고, 침해가 되었다면 바로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헌법재판소의 이번 판단은 돌아보아야 할 것들이 있다. 기본권의 측면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24조에는 국민의 기본권으로 선거권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권리는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때 가능하다. 즉, 헌법에 명시된 국가의 장애인에 대한 보호의 규정(제34조)이나 법 앞의 평등이나 차별금지(제11조) 조치가 올바로 이행될 때 가능해진다. 헌법재판소가 기본권을 소홀히 생각한 것이 아닌가 한다.

판단기준 설정에도 문제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국가나 정당, 방송사와 출마자들이 져야 할 책무가 많고 적음의 여부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러한 기준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조건들이다. 또한 이행기간의 유예 등 정책의 보완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다, 그럼에도 장애인의 기본권이 아닌 가변적인 서비스지원에 기준을 두어 판단을 한 것이다.

더 나아가 장애인복지 흐름을 고려하지 않았다. 사회가 다양화되고, 장애인의 사회활동이 늘어나면서 장애인의 욕구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지난해 장애인등급제가 폐지되었다. 

등급제폐지 이후 정부는 장애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여러 가지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국내만이 아닌 국제적인 흐름이다. 즉, 이러한 흐름을 고려하여 제기한 문제를 살펴야 하는데,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적극적이지 못하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으로 당분간 장애인의 참정권이 위축될 소지가 있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이 판단으로 장애인들이 가진 국민으로서의 기본권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럴 때일수록 장애인의 권리가 올바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적극적으로 장애인의 참정권 확대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정부의 책무를 줄이는 것이 아닌, 정부의 역할을 더 강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SW

k646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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