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너, 내가 누군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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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너, 내가 누군지 알아?”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0.09.1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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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사진=pixabay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왕이 민정시찰을 나갔습니다. 이 임금님, 지극히 왕수수 성품표이어서 수행원도 최소화했고요, 비싼 선그라스나 힙합바지 대신에 거의 거지 옷차림에 가깝게 변복을 했습니다.

왕은 서민층들 고충도 알 겸 배도 고프고 해서 식사를 하려고 국밥전문 주막을 들렀습니다. 맛집인지 사람들이 북적여 자리가 잘 나지 않았습니다.

수행한 보디가드는 안에다 대고 소리를 치고 말았습니다. “게 아무도 없느냐?! 손님이 와있거늘!!” 그러자 종업원 보는 둥 마는 둥 “번호표 뽑고 기다리세요.”했습니다.

왕이 한쪽에 서있자 놀란 주인이 나오더니 종업원을 야단치듯 말했습니다. “아이구~ 죄송합니다! 어서 카운터 자리에라도 모셔라. 손님은 왕이라는 걸 모르냐?!”

그러나 왕이 수행원에게 나직이 이르길 “나가자. 내 신분 들통 났다. 내가 왕이라는 걸 다 아네.” ㅎㅎㅎ

다른 ‘일반 왕’ 같았음 어땠을까요? 조금이라도 불편을 느꼈을 때 치도곤을 날렸겠죠. “너, 내가 누군지 알아?!”이렇게 말하면서요.

저질 욕망이겠죠. 모든 사람이 저 앞에서 ‘내가 누군지 알아서’ 근엄 모드를 취하고 저는 나를 우러르는 사람에게 매우 가벼운 시선으로 내려 보며 우쭐거리면 마구 마구 신날 것 같다는 3류 만화 같은 상상을 해봅니다. 하하!!    

자기가 가진 부와 명성, 권력 등이 100% 다 인정을 못 받거나 아주 조금이라도 훼손된다 싶을 때 귀하신 몸은 버럭 소리를 지릅니다. “내가 누군지 알아?!”

이럴 때 예전의 경찰관, 경비원, 종업원, 비서, 시종, 운전수, 캐디, 주차안내원...등은 상대의 지엄한 지위와 권한에 누를 끼쳤으니 미리 알아서 모시지 못한 것만도 큰 죄라도 되는 냥 굽신 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젠 사람들이 당연히 알 것을 알고 거기에 맞는 사고와 행동을 합니다. 일개 개인은 그의 말과 행동으로 인격과 수준 같은 것이 이루어지는 것이지 사회적 위치, 명함에 찍혀 있는 한두 줄 글이 아니라고 여깁니다.

얼마 전 한 유명정치인(이 말도 좀 그렇습니다. 유권자에게 선을 행하는 사람이라야 ‘유명’ 수식이 마땅치 않을까요?)이 또 이 말을 했다지요?  이전에도 ‘너, 내가 누군지 알아?’라는 말을 더러 했다가 여러 사람 입에 향기롭지 못하게 오르내린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별 재미를 보지 못했으면서 또 그 말을 외치며 큰 빈축만 샀습니다. 자기 존재를 스스로 높게 치장하려들면 가치는 뚝 떨어지고 마는 것이 분명합니다.  

설마 한국 사람들만의 독특한 인성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그래선 안 되겠기에 말이죠.

인간은 집단 속의 작은 존재로 머물러 있으려면 몸이 뒤틀리는 모양입니다. 자아를 강하게 느끼기 원하고, 정해진 상식선의 역할이나 원칙보다는 스스로 판단해 자기 계급을 상향시킨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 악명 높은 사건 ‘맷값 폭행’이나 ‘땅콩 회항’이 그런 산물, ‘너 내가 누군지 알아’에서 나온 거 아닐까요?

입주민에게 맞아 울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비원이, 오히려 신산(辛酸)하게 사는 것에 비해 턱없이 적은 보상으로 돌아오는 생의 울분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라 외쳐야 맞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봅니다.

이를테면 식당 종업원에게 손님은 배고픈 자일 뿐이고, 사랑에 빠진 자에게 상대는 사랑을 구하는 사람일 뿐이며 다른 권한은 아무 것도 없으니 ‘너, 내가 누군지 알아?’라는 말은 하지도 듣지도 말아야겠습니다.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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