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탕평책’이 새삼스러운 외교관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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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탕평책’이 새삼스러운 외교관 인사
  • 시사주간
  • 승인 2020.09.1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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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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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같은 학교 출신, 시민단체 또는 지난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여당이 당선되도록 양보해 준 사람이나 낙선한 여당 정치인 등이 주요국 대사로 대거 내정됐다는 소식이다. 법원과 검찰이 특정지역과 특정 출신학교 인사들로 채워진 것도 모자라 나라의 얼굴인 외교마저도 이런 식의 인사를 하는 것은 참 민망한 일이다.

사실 문재인 정권처럼 이렇게 국민의 눈치를 안보고 제멋대로 하는 정권은 드물다. 이 정권의 외교 참사는 한 둘이 아니다. 중국에서의 푸대접이나 여러 회담에서의 실수 등은 차마 입에 담기도 부끄럽다. 친문 특임대사들이 나간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 등에서도 문제가 불거졌으며 최근 뉴질랜드 대사관의 직원 성추행 사건도 아직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런 일들 대부분은 미숙한 외교 담당자들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런 마당에 무조건 내 편만 챙기는 이런 인사를 보는 국민들은 낭패감에 젖어있다.

외교는 그 나라의 얼굴이다. 예로부터 훌륭한 외교관을 키우기 위해 초임 공무원 시절부터 이 나라 저나라에 보내 외교 경험을 쌓고 정치인이나 공무원, 기업인들과 우호관계를 형성하도록 한다.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상당한 테크닉이 만들어지고 논리의 기술이 상대국 파트너보다 우월한 수준이 되도록 연습해야 한다. 그래야 자국의 얼굴로 인정받을 수 있다. 미국이나 중국, 일본만 해도 그런 사람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그러나 이 정부는 수십년간 노하우를 가진 외교관들을 멋대로 자르고 외교경험이 일천한 학자·시민활동가·세무사·언론인 등에게 감투를 씌어주고자 한다. 외교 분야와는 담을 쌓았던 이런 사람들이 과연 전문 외교관들 보다 나은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아도 휴가 온 기분으로 시간 보내거나 마치 점령군처럼 행세하거나 언어가 안 돼 망신 당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서경(書經)>에 나오는 ‘왕도탕탕(王道蕩蕩) 왕도평평(王道平平)’은 “왕은 자기와 가깝다고 쓰고 멀다고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재 등용법이다. 상생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당파가 아닌, 인물 위주로 인재 등용을 천명했던 영조가 이를 빌어 ‘탕평책’이라 불렀다.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 속에 가둬 죽인 영조의 후회가 담긴 정책이다. 이 정부의 인사정책을 보면 그나마 영조의 후회가 빛난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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