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간 '세상을 바꾼 변호인' 긴즈버그 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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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간 '세상을 바꾼 변호인' 긴즈버그 대법관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0.09.2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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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현지시간) 별세한 긴즈버그 미국 대법관. 사진=AP
지난 18일(현지시간) 별세한 긴즈버그 미국 대법관. 사진=AP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미국의 '진보 아이콘'으로 불리며 약자를 위해 강한 목소리를 내왔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지난 18일(현지시간) 향년 8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의 업적을 기리며 추모하는 미국인들이 대법원 앞으로 몰려드는 가운데 미국 대선을 얼마 앞둔 상황에서 후임 대법관을 '누가 지명하느냐'를 놓고 벌써부터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컬럼비아 로스쿨 수석 졸업생임에도 불구하고 '유대인, 여성, 엄마'라는 세 가지 이유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럿거스 대학의 법학 교수가 된 그는 자신의 월급이 남성 동료보다 낮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다른 여교수들과 함께 '동등한 임금' 운동을 펼쳐 여성 교수들의 급여 인상이라는 성과를 냈고 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약자를 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1972년 여성 최초로 모교인 컬럼비아 로스쿨의 교수가 된 긴즈버그는 미국 시민자유연합의 여성 인권운동 프로젝트에서 수석 변호사를 맡으며 300건이 넘는 성차별 문제들에 대해 약자들의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차별받는 여성은 물론이고 부모를 돌보는 여성들보다 동일한 상황의 독신 남성이 세금 공제를 받지 못하는 사건을 맡으며 '명백한 성차별'이라고 하는 등 남성들의 역차별에도 반대하며 '성 평등'을 이끌었다.

미국 역사 최초로 여성 차별을 조장하는 법을 파기시킨 '리드 대 리드 사건' 변호를 비롯해 버지니아 군사학교 여성 입학 허락, 동성결혼 합법화 등 역사를 바꾼 판결에 바로 그가 있었다. 1993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지명으로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여성 대법관이 된 그는 보수 우위의 대법원에서도 꾸준히 소수 의견을 제시하며 약자를 옹호했고 미국 젊은이들은 그를 래퍼 '노토리어스(악명높은) BIG'에 빗대 '노토리어스 R.B.G'로 부르며 그를 응원했다. 지난 2019년 개봉된 미미 레더 감독의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이 바로 그의 활약을 담은 영화다.

2015년 타임지가 선정한 '100명의 영향력 있는 인물'에 포함됐던 그는 생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특히 그는 자신이 은퇴를 하면 9명의 대법관 중 진보 4명, 보수 5명 구도의 대법원이 더 우경화되기에 대법관직을 계속 유지하려했고 암 수술을 받으면서도 직을 수행했지만 결국 병마와의 싸움에서 패하고 말았다.

그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 뒤 존 로버츠 연방 대법원장은 "우리나라는 역사적 위상을 가진 법학자를, 우리 대법원은 소중한 동료를 잃었다. 지칠 줄 모르며 확고한 정의의 챔피언이었다"는 메시지를 전했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민주주의와 이상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끝까지 싸웠다"며 애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는 "정의를 잃었다. 그의 영원한 유산에 초점을 맞춰야한다"는 말을 전했다. 

긴즈버그 대법관과 대척점에 섰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그는 모든 미국인들에게 영감을 줬고 암과 역경을 이겨내고 연방대법원에서 근무를 지속한 끝없는 투사였다. 그의 유산과 미국 역사에 기여한 바는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며 긴즈버그 대법관을 "선구자"라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치 때까지 미 전역 공공건물 등에 조기를 게양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의 별세 후 후임 대법관 지명을 놓고 민주당과 공화당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공화당은 현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을 하고 상원이 표결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민주당은 "새 대통령이 나올 때까지는 공백을 채워선 안된다"며 맞서고 있다.

과거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 대통령 임기 1년을 앞두고 강경 보수파인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진보 성향인 메릭 갈런드 워싱턴DC 항소법원장을 대법관으로 지명했다. 하지만 당시 야당인 공화당은 '대선 결과를 기다려야한다'며 인사청문회조차 막았는데 이번엔 상황이 정반대가 된 것이다. 

많은 미국인들이 긴즈버그 대법관의 별세를 안타까워하는 것은 바로 다시 보수화로 돌아가려는 미국 사회에서 그처럼 자신만만하게 약자를 변호하는, '세상을 바꾼 변호인'을 다시 만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에서 비롯된 듯하다. 이는 곧 '진정한 약자의 대변인'을 그리워하는 우리 사회에도 상징하는 바가 있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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