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과 비난으로 빛 바랜 ‘청년의 날 기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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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과 비난으로 빛 바랜 ‘청년의 날 기념식’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9.2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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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공정’ 강조 기념사에 야당 ‘추 장관 문제’ 언급
탁현민 ‘BTS 참석’ 글에 허은아 ‘나르시즘’ 비판, 참여 자격 거론한 언론 보도도
장혜영 “단어 반복할 수록 추상적이란 생각 들어, 본질적 불평등 이야기 더 필요”
19일 오전 열린 제1회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방탄소년단에게 '2039년 선물'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19일 오전 열린 제1회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방탄소년단에게 '2039년 선물'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난 19일 제1회 청년의 날 기념식이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렸다. 청년의 날은 청년의 권리보장 및 청년발전의 중요성을 알리고, 청년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로 매년 9월 셋째주 토요일로 지정됐다.

이날 기념식에는 청년 대표로 최근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에서 2주 연속 1위를 기록한 방탄소년단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방탄소년단은 "미래의 삶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면, 2020년 저희의 이야기가 작은 힘이 되길 바란다"로 연설을 시작해 데뷔 이후 겪은 방황과 갈등, 그리고 성공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순간의 행복과 불행이 인생 전체를 좌우하지 않도록, 2020년의 방탄소년단이 해낸 것처럼, 항상 스스로 일어설 수 있게 지켜드리겠다. 여러분이 함께 돕고 의지하며 갈 수 있게 격려해드리겠다. 멈추지 않고 계속 씩씩하게 걸어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기회의 공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공정은 촛불혁명의 정신이며, 다 이루지 못할 수 있을지언정 우리 정부의 흔들리지 않는 목표다. 정부는 공정에 대한 청년들의 높은 요구를 절감하고 있으며 반드시 이에 부응할 것이다. 공정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하겠다"며 '공정'을 강조했다.

기념식이 진행된 후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20일 방탄소년단이 말한 '미래 청년들을 위한 선물'을 거론하며 "19년 전 청년들이 2039년 청년들에게 주는 선물이지만 1회 청년의 날을 연출한 나의 선물이기도 하다"면서 "올해 가장 위대한 성과를 이룬 방탄소년단에게 미래의 청년들에게 지금의 심정을 담담히 말해달라는 것과 앞으로 19년 후에 청년이 될 다음 세대 청년들에게 무엇인가를 남겨달라고 부탁했는데 고맙게도 방탄소년단이 한 박스에 넣어 전달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자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탁현민은 정치 대통령인 문재인 대통령과 문화 대통령인 BTS를 내세운 행사에 '탁현민 표'라고 스스로 꼬리표를 붙였고 그것도 모자라 '나의 선물'이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BTS를 앞세워 불공정 비난을 막는 방탄을 입은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방탄은 탁현민이 입고 있었다. 제발 정신 좀 차리라"며 탁 비서관의 글을 '나르시즘'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은 일제히 문 대통령의 '공정' 강조에 대해 비판의 메시지를 남겼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20일 논평에서 "공정 의지 표명은 지난 3년 4개월간 충분히 들었다. 그간 공정이라는 말을 하지 않아 나라가 불공정해진 게 아닐 것이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한 청년 당직사병을 범죄자라 겁박하고 유급을 받아도 위로장학금을 받는 딸, 전화 한 번에 군 휴가를 받는 아들, 불공정에 대한 정권의 총력 옹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천 번 공정을 외친들 청년들에겐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청년의 날 논평에 '추미애 아들 의혹' 등 정치 문제를 언급한 것이다.

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께서 공정이라는 단어를 무려 37번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갖은 불공정에 대한 어떤 조치도 없이 침묵하면서 청년들에게 공정을 역설했다면 청년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을 우롱하는 것 아니냐"라고 역시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청년 의원인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2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연설이 잘 구성은 됐지만 심장에 와닿지는 않았다. 공정이라는 말이 청년에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계신 것 같지만 반복하면 할수록 왠지 더 추상적인 느낌이 들고 어떤 점에서는 정부가 청년들을 불편해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모든 청년들이 단지 공정하지 않아서 문제라고 느끼는 것인가라고 한다면 저는 그보다 훨씬 더 본질적인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혀 앞서 말한 야당 정치인들과 결이 다른 입장을 밝혔다.

한편 조선일보는 21일 청년의날 기념식을 보도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바쁘고 주목받는 아티스트인 BTS가 과연 불공정에 분노하고 부동산으로 좌절하는 청년을 대표하는지 논란이 제기됐다. 최근의 추미애 법무부 장관 문제가 언급되지 않은 '공정' 강조는 정치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며 방탄소년단의 기념식 참여 자격을 거론하기도 했다.

청년의 날 기념사, 방탄소년단 참석 등에 대해 정치권의 원색적인 비난과 언론의 문제 제기가 계속되면서 '청년의 날'의 의미가 알려지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을 여전히 부속물로 여기는 기성세대들의 시선이 드러났을 뿐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단어 하나, 말 하나에 발끈하는 모습이 아니라 진정으로 청년의 어려움을 돌아보고 살피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점이 이번 '청년의 날' 정쟁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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