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세입자 반려동물 분쟁 여전…"의무 없지만, 미리 고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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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세입자 반려동물 분쟁 여전…"의무 없지만, 미리 고지해야"
  • 이보배 기자
  • 승인 2020.09.2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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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1500만 시대, 같이 살긴 여전히 어려워 
임차인, '사전고지' 의무 없어…집주인 딴지 금물 
분쟁 방지 차원에서 계약서 특약으로 남겨둬야 

반려동물 인구 1500만명 시대를 맞았지만 전·월세 세입자가 반려동물과 같이 살기는 여전히 어렵다. 사회적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은 크게 증가했지만 막상 집을 구하려고 하면 내 집이 아닌 이상 반려동물 존재 여부가 계약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반려동물이 임대차계약의 새로운 변수가 돼버린 형국이다. 반려동물 동거 시 임대차계약에 주의할 점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임대차계약 시 임차인이 미리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집주인과의 갈등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사진=셔터스톡
임대차계약 시 임차인이 미리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집주인과의 갈등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사진=셔터스톡

[시사주간=이보배 기자] #. 내달 이사를 앞둔 이모씨(43)는 임대인과 전세계약을 앞두고 괜시리 죄를 짓는 기분이 들었다. 집을 알아보면서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공인중개사에게 전했지만 "집주인에게 굳이 말하지 말라"는 당부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 씨에 따르면 그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전까지 반려동물 존재 여부를 집주인에게 알리지 않았다. 

집주인도 따로 묻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서 작성 날짜가 도래했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야 집주인이 "혹시 강아지 키우느냐?"고 질문했다고. 

공인중개사는 화제를 전환하며 급히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려 했지만 이 씨는 솔직하게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고, 계약서에 '특약 사항'을 넣은 뒤 무사히(?) 계약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은 2015년 457만가구에서 지난해 591만가구로 30% 늘었다. 이는 2018년 대비 약 80만 가구가 증가한 수치다. 

이와 함께 사회적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 역시 매해 증가하고 있지만, 막상 집을 구하려고 하면 내 집이 아닌 이상 반려동물은 본의 아니게 약점이 되곤 한다. 

벽지 훼손, 소음, 배설물이나 냄새 등의 사유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을 싫어하는 집주인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집을 알아보다 보면 애초에 반려동물 금지 규정이 있는 집보다 금지규정은 없는데 알고 보면 안 되는 집이 더 많다. 그렇다보니 임차인들이 혼동을 겪는 경우가 많다. 

위 사례 이 씨의 경우처럼 공인중개사들의 "다들 몰래 키우니 괜찮다"는 말을 따라 계약했다가 계약기간 내내 불안한 상태로 사는 세입자도 다수 존재한다. 

그렇다면 임대차계약 당시 반려동물 관련 조항이 따로 없었다면 마음 놓고 반려동물을 키워도 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집주인이 반려동물을 이유로 전세 계약 해지를 통보할 권리는 없다. 계약서상에 특약 사항으로 반려견 사육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세입자에게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실을 집주인과의 계약 시 반드시 알려야 한다는 '사전고지' 의무가 없다. 

실제 판례를 살펴보면, 2017년 A 씨는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 전세 보증금 4억원에 살기로 집주인과 계약하면서 계약금으로 전체의 10%인 4000만원을 지급했다. 

집주인은 A 씨가 반려견 세 마리를 키운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고, 계약 10여일만에 계약을 파기했다. 

A 씨는 위약금으로 통상 계약금의 2배인 8000만원을 요구 했지만, 집주인은 '반려견을 키운다는 얘길 안 했다'며 4000만원만 돌려줬고, A 씨는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법원은 "집주인이 반려견을 기르지 않는 것을 계약 조건으로 내세운 적 없고, 사회 통념상 아파트에서 반려견을 기르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반려견 3마리가 모두 소형견이라 이를 집주인에게 먼저 말할 의무는 없다"면서 "다만, 집주인이 계약을 파기할 다른 목적이 없는 데다, 세입자도 크게 손해 입지 않은 점을 고려해 계약금 4000만원 외에 1200만원을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법원의 판결처럼 임차인이 집주인에게 반려동물 동거 여부를 알릴 의무는 없다. 하지만 임대차계약 시 미리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위와 같은 갈등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또 계약서에 반려동물과 관련된 사항들이 추가되어 있는지, 반려동물 동거로 인해 임차인에게 불리한 조항은 없는지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 특히, 특약 내용에는 제한이 없기 때문에 집주인 입장에서도 특약 조건을 구체적으로 적는 게 좋다. 

동작구 소재 J개업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세입자를 원치 않는 집주인이 많기 때문에 최근에는 임차인이 먼저 계약서에 특약사항을 제안한다"면서 "가능한 모든 조건을 꼼꼼하게 따지고, 서로 양보하면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 만족할만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W

lbb@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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