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공무원’은 정말 월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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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공무원’은 정말 월북했을까?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0.09.2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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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선 4가지 이유들어 ‘자진월북’ 주장
실종 해상서 38㎞ 나홀로 이동은 비상식적
동료에 돈 빌린 것도 월북이유로 석연찮아
연평도에서 바라다 보이는 북한 장산곶 일대. 사진=시사주간 DB
연평도에서 바라다 보이는 북한 장산곶 일대. 사진=시사주간 DB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지난 22일 북한군에게 사살된 뒤 시신이 불태워진 연평도 공무원이모(47)씨가 과연 월북했을까 논란이 일고 있다.

군 당국은 24일 브리핑에서 자진 월북 가능성을 거듭 시사했지만 평범한 삶을 살았던 47세 공무원이 실종 해상에서 약 38떨어진 장산곶 해상까지 이동해 북한으로 넘어간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군 당국은 이씨의 자진 월북 근거로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신발을 벗고 배에서 이탈한 점 소형 부유물을 이용한 점 북한 선박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점 등 4가지를 들었다. 정황상 실족으로 보기 어려운 데다 다양한 첩보 수단을 통해 이씨의 직접적인 월북 의사도 파악했다는 주장이다.

군 관계자는 이날 우리 군의 정보 능력이 노출될 수 있어 이 같은 정황 증거의 출처를 상세히 설명할 수 없다면서도 실종자가 표류한 뒤 생존을 위해 월북 의사를 밝혔을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선 자진 월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월북을 단정하는 듯한 군 당국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구명조끼 월북이 가능한 시나리오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우선 이씨의 월북 경로가 지나치게 무모하다. 이씨의 실종 지점에서 북한 해안까지의 최단 거리는 약 21.5로 헤엄을 쳐 이동하기는 불가능하다. 특히 이 지역은 조류가 강하고 물때도 자주 바뀐다.

월북을 생각했다면 차라리 작은 배라도 구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가는 게 손쉬운 방법이다. 이 해역은 워낙 민감한 곳이라 군경이 선박의 NLL 접근을 사전에 차단하지만, 구명조끼 월북보다는 어선 월북이 더 현실적이다.

한편으로는 이씨가 월북을 감행해야 할 뚜렷한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이씨 동료들은 2명의 자녀를 둔 평범한 40대 가장 이씨에게 월북할 낌새를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고 한다.

이씨의 가족들은 페이스북에 월북이라는 단어와 근거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월북을) 콕 집어 특정하는지 의문이라고 반발했다. 이씨가 동료들에게 수천만원을 빌리는 등 경제적으로 부담을 겪었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이게 생사를 걸 만한 월북 동기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한편 '연평도 공무원'의 친형은 동생의 월북 가능성에 거듭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동생이 타고 있던) 선박에 공무원증과 신분증이 그대로 있었다""북한이 신뢰할 공무원증을 그대로 둔 채 월북을 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바다에서 4시간 정도 표류하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공포가 몰려온다""동생이 실종됐다고 한 시간대 조류의 방향은 북한이 아닌 강화도 쪽이었으며 지그재그로 표류했을 텐데 월북을 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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