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을 기다린 ‘이해충돌방지법’, 국회 문턱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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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을 기다린 ‘이해충돌방지법’, 국회 문턱 넘을까?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9.2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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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청탁금지법’에 이해충돌 빠져, 20대 ‘패스트트랙 정국’에 묻혀
채이배 “‘나도 걸릴 수 있다’는 생각에 국회의원들 적극성 안 보여”
‘박덕흠 사태’ 계기로 여야 ‘통과’ 목소리, 국민의힘 “여당 이해충돌 소지 해결 먼저”
피감기관 공사수주 의혹을 받고 있는 박덕흠 의원. 사진=뉴시스
피감기관 공사수주 의혹을 받고 있는 박덕흠 의원.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최근 박덕흠 의원의 피감기관 공사수주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이해충돌방지법'을 이번 국회에서 통과시키자는 목소리를 여야가 모두 내고 있다. 그러나 앞서 19, 20대 국회에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국회의원들 역시 자신들의 이해 관계가 걸린 문제라는 점에서 법안 통과를 망설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변수다.

지난 22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필요성을 적극 피력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제고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권익위는 지난 6월 이해충돌방지법을 21대 국회에 제출했고 법률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권익위의 법률안에는 공직자가 직무수행 과정에서 당면하는 이해충돌 상황을 예방, 관리하기 위해 지켜야 할 8가지 구체적 행위기준들을 담고 있다. 참고로 권익위는 이해충돌의 개념을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할 때 사적 이해관계가 관련되어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으로 규정하고 있다. 

행위 기준은 △직무관련자가 사적 이해관계자인 경우 신고, 회피, 기피 △직무관련자와의 금전 등 거래 시 신고 △직무수행 공정성 해치는 외부활동 금지 △공공기관 물품의 사적사용 및 수익 금지 △직무상 비밀이용 금지 △고위공직자 및 채용업무 담당자의 가족채용 금지(공개, 경력경쟁 채용은 제외) △고위공직자 및 계약업무 담당자 본인 또는 그 배우자,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 존, 비속과 수의계약 체결 금지 △고위공직자의 임용 전 3년간 민간 부문 업무활동 내역 제출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은 지난 2013년 19대 국회에서 정부가 '부정청탁금지 및 이해충돌방지법'을 국회에 제출하며 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2년 뒤에 통과된 법은 이해충돌방지는 빠진 채 통과됐는데 이 법이 바로 '김영란법'으로 잘 알려진 '청탁금지법'이다.

당시 국회의원으로 법안을 발의했던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은 지난 24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부정청탁과 금품수수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가 됐었는데 이해충돌과 관련해서는 이견이 있어 합의가 안 됐다. 국민들이 법안 처리가 너무 늦어진다고 해서 당시 가장 관심이 많고 여론이 높았던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먼저 선입법하고 이해충돌은 별도로 입법해도 되겠다고 했는데 19대 임기가 끝났고 20대에도 제정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국회의원과 장차관, 하위직 공무원, 공직 유관단체 직원들이 똑같은 법률에 적용을 받고 있다. 규제가 낮아지지도 않고 규제를 너무 높이면 하위직 공무원들이나 공직자들 사이에서 억울한 케이스가 생길 수도 있다. 이건 조금 입법 과욕이기 때문에 이해충돌방지법을 논의하면 다양한 포괄 입법이 갖는 문제점이 또 지적되면서 입법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전했다.

20대 국회에서는 '손혜원 의원 투기 의혹'으로 이해충돌방지법이 거론됐지만 정쟁 속에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당시 법을 발의했던 채이배 전 의원은 지난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권익위가 '확인 중'이라며 법안 마련을 미루고 있던 중에 손 의원 사건이 터졌고 그동안 연구하고 의견을 받아 나름대로 만든 안을 가지고 2019년 2월에 발의를 했다. 하지만 여야가 이를 정쟁의 꺼리로만 사용했을 뿐 정책적으로 법안을 어떻게 만들어야겠다는 논의는 거의 진행되지 않았고 선거법 논란, 패스트트랙 정국으로 가면서 정상적으로 법안을 논의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채 전 의원은 "이 법은 업무에서 어떻게 배제시킬 것이냐에 대해 굉장히 논란이 많기 때문에 다루기가 힘들었던 것이고 의원들도 솔직히 자기 발목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기에 나서지 않는다. 내가 꼭 이해충돌 상황이어서가 아니라 '나도 나중에 이런 게 걸릴 수 있지 않나'라는 우려가 생기기에 적극성을 못 갖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박덕흠 의원 사태'가 터지면서 이번엔 여야가 적극적으로 이해충돌방지법 통과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야 의원들이 잇달아 상대의 '이해충돌'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기국회 안 처리를 목표로 가속도를 붙이고 있는 중이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상임위 직무와 관련해 사적 이익 추구행위를 할 경우 징계하는 내용의 국회법,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냈으며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해충돌과 관련해 300명 국회의원의 전수조사를 실시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국민의힘도 법안 처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여당 의원들의 이해충돌 소지를 먼저 해결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배준영 대변인은 피감기관의 장관을 맡았던 도종환, 이개호 의원과 이사장을 맡았던 김성주 의원 등을 거론하며 "이분들이 물러나지 않으면 법안 추진에 의미가 있느냐, 물러나게 하는 것이 법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해충돌'의 범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지난 20대처럼 정쟁의 도구로만 사용되다가 다시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로의 활동을 '이해충돌'로 규정하고 이에 대해 비판하는 일이 지속될 경우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통과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채이배 전 의원의 지적처럼 '내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사건이 잠잠해지면 슬그머니 말을 바꾸거나 시행을 늦출 것을 요구하는 등의 일도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일단 여야가 통과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향후 정국에 따라 앞의 일이 반복될 가능성도 분명 상존하고 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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