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칼럼] 국민이 사살될 때 ‘평화’를 말하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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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칼럼] 국민이 사살될 때 ‘평화’를 말하는 자
  • 오세라비 작가
  • 승인 2020.09.2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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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북한군 피격 사망자 공무원 A씨가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의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26일 북한군 피격 사망자 공무원 A씨가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의 모습.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오세라비 작가] 정부의 첫 번째 의무는 국민과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국가안보를 뒤흔든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군이 서해상에서 대한민국 공무원 A씨를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것이다.

장면 하나를 소환해보자.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21일 오전 11시 30분 경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했다. 법사위 정회가 선포 된 후 서 장관은 옆에 앉은 추 장관을 향해 “많이 불편하시죠”라는 말을 건넸다. 추 장관 아들의 특혜 문제로 공방이 뜨거운 가운데 심기를 살피는 발언이었을까. 불편하기로 치면 추 장관 아들 문제로 연일 불편한 국민들에 비하랴.

서 국방부 장관이 국회 법사위에 출석하던 그 시간, 북방한계선(NLL)인근 해상에선 공무원 A씨가 실종됐다. 해양수산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으로 불법조업 단속을 주 업무로 하던 그였다. A씨의 사망일지를 살펴보자. A씨의 실종은 서 장관이 국회에 출석하던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확인됐다. 다음날 22일 밤 10시 무렵 북한 측이 해상에서 A씨에 총격 후 시신을 불태웠다. 사태가 일어난 직후 국방부와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 첩보가 보고됐다 한다.

다음 날인 23일 새벽 1시부터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회의가 긴급 소집됐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이 영상으로 전 세계에 타전되고 있었다. 연설의 핵심은 “종전선언을 국제사회가 지지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당일 오전 8시 30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를 했다. 그 다음 날인 24일 오전 11시, 국방부는 A씨 사망을 공식 발표했다.

대한민국 공무원이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지 약 36시간 만에야 국방부는 A씨의 피살에 대한 공식 브리핑을 했다. 이 발표는 전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더 놀라운 일은 ‘A씨가 자진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아울러 밝혔다는 것이다.

두 자녀를 둔 가장인 동시에 공무원 신분이었고, 월북을 시도하다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A씨의 유가족 중 형 B씨는 “동생은 사고를 당한 것이며 월북할 사람도 아니고, 이유도 없다”며 거듭 주장했다. 숨진 A씨의 월북 여부에 대해 진상규명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됐다.

문 대통령은 A씨의 총격 사망 소식을 보고 받은 후, 23일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주시길 바랍니다.”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강조했던 종전선언의 재차 언급이다. 문 대통령이 임기 동안 종전선언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쉽게 알 수 있는 글이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우리 국민 중 한 사람은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후였다. 문 대통령이 집요하게 추진하던 종전선언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최우선돼야 하는 평화를 전제 조건으로 한다. 그것이 담보되지 않은 종전선언은 취지의 퇴색과 함께 국민들의 불안감만 증폭시킬 뿐이다.

청와대의 공식입장은 문 대통령이 아닌 대변인을 통해 24일 오후 5시 서면브리핑으로 나왔다.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북한 당국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한다”였다. 문 대통령이 당일 오후 경기 김포시의 민간 온라인 공연장 캠프원에서 열린 아카펠라 공연 관람 일정을 끝낸 후였다. 문 대통령의 입장은 해경에 A씨의 실종이 신고 접수된 21일 12시 51분으로부터 사흘이 흐른 약 77시간 만이었다.

어떤 이유였는지 밝혀지지 않았으나, 민간인이 해상에서 표류하다 북한 해역으로 흘러들어갔다. 비무장한 우리 국민이었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맡은 공무원 신분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사건이다. 청와대의 입장표명이 이토록 늦은 이유에 대해 국민들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래서 더욱 불안하다. 북한군에 의해 시신은 참혹하게 훼손됐다 알려졌음에도 청와대의 입장은 극도로 신중하다.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 서면 브리핑으로 발표된 다음날인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통지문을 보내왔다. “악성 바이러스에 신음하는 남녘 동포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녁 동포에게 실망감 더해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다.” 그러면서도 ‘정체불명 인원 1명이 북한 측 영해에 침범했으며 사살됐다’, ‘사격 후 정체불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으며 방역에 따라 해상에서 소각됐다’는 내용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문이 발표되자마자 여당 인사들은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반색하며 말들을 쏟아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가족에겐 유감이지만 전화위복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신속하게 ‘미안하다’는 표현 두 번씩이나 사용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대한민국 국민과 대통령에 대해서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한 적이 있는가”라는 등 상찬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

심지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 사람이 정말 계몽군주 같다”고 말하며 치켜세웠다. 18세기 계몽주의로까지 회귀하며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경의를 표했으나, 정작 유 이사장은 희생자 유가족이 감내해야할 고통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북측의 통지문 한 장을 두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런 허튼소리의 화자들에게 기본적인 인권의식마저 결여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지난 25일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피살 사건에 대해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기념사에서 ‘평화’라는 단어만 여러 차례 언급했을 뿐이다. 평화는 우리의 국민의 안전 우선이 밑바탕 돼야 한다. A씨 피살 사건으로 우리 국민들은 북한을 대하는 정부여당의 입장을 다시금 확인했다. 만약 또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거나 더 심각한 사태가 발발하더라도 정부여당과 군 당국의 대처는 이럴 것인가. 우려와 동시에 국민으로 산다는 것이 참으로 두려운 시절이다. SW

murphy8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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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애인 2020-10-04 21:37:53
문재인은 악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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