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패치’부터 ‘디지털교도소’까지...신종 디지털범죄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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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패치’부터 ‘디지털교도소’까지...신종 디지털범죄 기승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9.2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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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교도소, 운영진 검거 4일 만에 재개
2기 운영진, 대응방안까지 마련...조직적 규모 반증
방심위가 준 “사라지긴 아까운 사이트”란 네임드
한남패치부터 주홍글씨...신종 디지털범죄 변천사
사진=디지털교도소 캡쳐
사진=디지털교도소 캡쳐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디지털교도소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뒤늦은 ‘접속차단’ 결정을 우회해 사이트 운영을 재개하는 등, 신종 디지털범죄에 대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성범죄자 등 강력범죄자의 신상 정보를 무단으로 공개 게재하는 웹사이트 ‘디지털교도소’가 지난 26일 주소를 옮기고 운영을 재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2일 디지털교도소 1기 운영자가 인터폴 국제수사 공조로 베트남에서 검거도, 이틀 뒤인 24일 방심위에서 사이트 접속 전체차단 결정을 내린지 이틀만이다.

디지털교도소의 범죄자 신상정보 공개는 목적이나 명분을 막론하고 정보통신망보호법 등 현행법을 위반하는 불법 웹사이트다. 특히 강력범죄자에 대한 현행 사법체계의 양형을 비판한다는 논리로 법률 또는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고 이 같은 범행을 벌여, 사적제재 논란을 강하게 받고 있다. 심지어 확인 없이 무고한 일부 민간인의 신상정보까지 올려 유출 피해자가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 운영진 검거 나흘 만에 재개...디지털교도소란 ‘조직’

1기 운영진이 검거됐음에도 불과 나흘 만에 디지털교도소는 사이트 운영을 재개했다. 이 같은 활동은 지난 11일 그들이 사이트에 올린 공지사항을 통해 디지털교도소가 개인의 일탈범죄 수준이 아닌, 조직적인 규모의 수준이라는 사실을 반증케 했다.

2대 운영진 측은 공자사항에서 “1기 운영진들이 경찰에 의해 모두 신원이 특정되고 인터폴 적색수배가 된 상황”이라며 “미국 HSI 수사협조 소식을 들은 후 이런 사태에 대비했다. 여러 조력자들에 서버 접속계정, 도메인 관리계정을 제공해 사이트 운영을 재개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이를 볼 때 디지털교도소 운영진은 복수의 인물들이 역할을 분담하며 유사시 상황 대비까지 갖춰진 조직된 단체임을 추론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디지털교도소는 N번방 수괴인 조주빈과 그 일당이 디지털 성범죄 공모로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받은 것처럼, 경찰 수사에서 공모 행위가 증명될 시 같은 죄목을 적용받을 수 있다.

◇ 오락가락 방심위가 달아준 “사라지기엔 아까운 사이트”란 훈장

방심위는 사실상 디지털교도소의 사이트 운영과 재개에 활동 명분을 부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적제재를 버젓이 벌이는 웹사이트에 대해 검열 논란을 받아온 방심위가 오히려 전면차단을 요구하는 여론을 받았음에도 적법성이 아닌 가치판단적 근거를 내세우는 발언으로 사이트 전면 차단 불허의 근거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하듯 다지텰교도소 2기 운영진은 공지사항에서 방심위 심의위원이 심의위원회 회의 당시 “디지털교도소는 이대로 사라지기엔 너무나 아까운 웹사이트”라 한 발언을 그대로 인용키도 했다.

이에 방심위는 지난 24일 부랴부랴 심의위원회를 다시금 열어 디지털교도소에 대한 사이트 접속 전면 차단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 같은 갈팡질팡 결정이 사실상 여론 악화를 의식한 번복 아니냐는 비판을 받으면서, 방심위는 심사위원들의 전문성 논란까지 연거푸 맞는 상황이다.

◇ ‘주홍글씨’·‘한남패치’ 신종 디지털범죄, 대비돼있나

일각에서는 디지털교도소를 ‘배드파더스’와 비교 선상에서 놓고 보는 의견이 나온다. 배드파더스는 양육비 미지급의 사실관계 및 공익 인정을 판결문, 양육비 부담조서 및 사법부의 판단으로 시민사회로부터 사이트 운영의 공익성을 얻은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디지털교도소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무작위로 게재하며 신상공개 피해자에 대한 사이버불링을 유도한 전력으로 운영진 측이 주장하는 공익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교도소와 동격인 ‘주홍글씨’ 또한 ‘텔레그램 자경단’을 자처하며 N번방 주범들이 저지른 방식처럼 텔레그렘으로 디지털 성범죄자로 추정되는 이 또는 가해자들의 주변 인물 신상정보까지 모아 무단으로 유포한 전력을 갖고 있다.

디지털교도소는 4년 전인 2016년 논란을 일으킨 ‘강남패치’ 사건과 유사한 성질을 띄고 있다. 연예 전문 매체 디스패치를 모방한 강남패치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활동 당시 자칭 유흥업소 종사자 또는 관련자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한다는 명분을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무분별한 허위사실 유포 범죄를 저질러 다수의 운영자들이 검거됐다.

디지털교도소의 등장은 강남패치와 같은 오래된 범죄의 다른 모습이라 볼 수 있다. 법의 사각지대와 엄벌주의란 명분, 극단화된 여론을 악용해 위법행위를 저지르는 이 같은 신상 공개 웹사이트들은 발달한 미디어가 낳은 대표적인 신종 범죄이기도 하다. 느린 사법기관의 집행, 심의기관의 엇박자가 여론에 분노만 더 키울 때, 디지털범죄의 진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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