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또 다시 소환하는 ‘지록위마(指鹿爲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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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칼럼] 또 다시 소환하는 ‘지록위마(指鹿爲馬)’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0.09.2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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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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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최근 북한에 의해 피살된 우리 공무원의 참변을 두고 여권 일부에서 내뱉은 말을 듣다보면 ‘지록위마(指鹿爲馬)’ 이야기를 다시 소환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이야기지만 지금 우리 처지를 보면 두고두고 되새겨야 할 이야기다.

진(秦)나라 시절 환관 조고는 시황제가 죽자 유언를 고쳐 태자 부소를 죽이고 마음대로 주물럭거릴수 있는 호해(胡亥) 황제로 옹립했다. 어느날 조고는 자신에게 충성하는 자와 비난하는 자를 가리기 위해 사슴 한 마리를 어전에 끌어다 놓고 호해한테 말했다.

“폐하, 저 명마를 폐하를 위해 구했습니다.”

의아해진 왕이 물었다.

“무슨 소리인가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니’ 무슨 소리요?”

“아니오. 말이 틀림없습니다.”

조고가 우기자 호해는 중신들에게 물었다.

“보시오 저게 말이오, 사슴이오?”

그러자 조고의 눈치를 보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우물쩍하거나 사슴이라고 답한 사람은 나중에 죄를 만들어 죽여 버렸다. 이후 누구도 감히 조고의 말에 반대하는 자가 없게 되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명명백백한 진실을 외면하고 거짓을 만들어 그들만의 가공된 세계를 조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KAL기 폭파사건, 천안함 사건, 세월호 사건 등에는 가공된 음모론이 판친다. 누가 깃대를 잡으면 우르르 몰려가 ‘떼창’을 한다. 북한이 억지 트집을 잡아도 오히려 두둔하며 감싸지 못해 안달이다. 북한이 통지문을 보내 “김정은 위원장이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에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하자 감읍하며 법석을 떤다. “미안하다는 표현을 두 번 쓴 것은 전례 없다”거나 “계몽군주”라거나 친일파 때문, 종전선언 이뤄졌다면 ‘공무원 사살’ 없었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대통령은 김정은 사과는 각별한 의미" 라고 했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서 직접 사과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지만 당연히 해야할 일일 뿐이다. 그동안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도 오히려 죄를 뒤집어 씌우기까지 했다. 국민들은 “사람 죽이고 나서 미안하다면 다냐”고 되묻고 있다. 외국 전문가들도 “북한의 정치전으로 진실성이 없다”고 평하고 있다.

북한의 행위에 대해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우리 국민이야 죽든 말든 ‘보원이덕(報怨以德/원한은 덕으로 갚는다)’의 자세를 가진 아주 훌륭한(?) 사람들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이들이 모르는게 있다. ‘원망을 덕(德)으로 갚는다’는 말은 후덕(厚德)하지만 이것이 계산된 사심(私心)의 발로라면 공평성과 정의를 잃은 것이다. 지록위마의 태도로 국민들을 속이려 든다면 그 정권은 희망이 없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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