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나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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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칼럼] 나훈아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0.10.0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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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훈아 콘서트 예매 사이트
사진=나훈아 콘서트 예매 사이트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에너지 넘치는 가창력만큼이나 발언도 뚝심있었다. 엣지(edge)있고 창의적인 무대에는 카리스마와 은유가 넘쳐 흘렀다. “역시 나훈아”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지난달 30일 밤 KBS 2TV에 방송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국민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줬다. 노래도 노래지만 정치적 발언도 화제를 증폭시켰다.

방송 이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의 나훈아 관련 글들은 지금 우리 정치 현실과 연관되면서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정치질 하네”같은 일부 비판 글이 올라오기는 했지만 대체적으로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나훈아가 진짜 애국자다” 등의 응원 글이 주를 이뤘다.

우리 사회에서 일부 연예인들이 노골적으로 현 정부를 지지하고 그 분위기에 올라 타 잘 나가고 있지만 나훈아 같은 연배에서는 대체적으로 묵묵히 지켜볼 뿐 의사 표시를 하는 사람이 드물다. 나훈아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방송에서 특별히 정치색을 띤 발언을 한 걸 본 적 없다. 그런 그가 이날 이런 발언은 한 것은 의외다. 서사는 충동적이 아니라 철학적이었다. 그리고 매웠다. 그만큼 시청자들도 놀랐다. 아마 공연을 기획한 KBS도 놀랐을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국민을 위로하고 다시 한 번 힘을 내자는 취지로 공연을 했다지만 그는 “KBS가 국민의 소리를 듣고 같은 소리를 내는,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여러분 기대하세요. KBS 거듭날 겁니다”며 노골적으로 권력 편에 선 KBS에 쓴소리를 했다.

그리고 공연 종반에는 “우리는 많이 힘듭니다. 우리는 많이 지쳐 있습니다. 옛날 역사책을 보든, 제가 살아오는 동안에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습니다”라며 권력자를 비판하는 한편 “이 나라를 누가 지켰냐 하면 바로 여러분들이 이 나라를 지켰습니다. 여러분 생각해보십시오. 유관순 누나, 진주의 논개, 윤봉길 의사, 안중근 열사 이런 분들 모두가 다 보통 우리 국민이었습니다. IMF때도 세계가 깜짝 놀라지 않았습니까. 집에 있는 금붙이 다 꺼내 팔고, 나라를 위해서.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이 세계에서 제일 위대한 1등 국민입니다” 며 국민의 힘을 깨우쳐 줬다.

그가 자유로운 영혼임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김동건 아나운서가 정부 훈장을 사양한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세월의 무게도 무겁고 가수라는 직업의 무게도 엄청나게 무거운데 훈장을 가슴에 달거나 목에 달게 되면 그 무게를 어떻게 견디겠냐”며 “노랫말을 쓰고 노래하는 사람들은 영혼이 자유로워야 하는데 훈장을 받으면 그 무게 때문에 아무것도 못한다”고 답했다. 누가 훈장을 주려 했는지 모르지만 그 훈장 때문에 코가 꿰여 꼭두각시 노릇 하기 싫었다는 말이다. 

나훈아는 한 사람의 가수이지만 이날 한 말은 많은 국민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무겁던 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성인상무심 이백성심위심(聖人常無心 以百姓心爲心)’라 했다. 성인은 텅 비워 편견이나 차별없이 없고 백성의 마음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하나의 생각으로 세상을 보지 않고 다양한 시선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본다는 말이다. 이 정권은 자신들이 배운 것에만 집착해 불공정하고 부정의한 잣대를 들이대 왔다. 지난 3년을 곰곰이 되돌아보고 어깨에 힘을 빼는 시간이 필요하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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