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독설로 소환된 '테스형' 소크라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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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독설로 소환된 '테스형' 소크라테스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0.10.03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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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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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올해 추석 연휴 '갑작스럽게' 그의 이름이 소환이 됐다.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다. 15년 만에 방송에 모습을 드러낸 가수 나훈아의 '테스형'이라는 노래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지식인층에서도 그의 이름을 거론하며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연휴 기간 '이슈피플'로 손색이 없을 정도다.

소크라테스를 '형'이라고 부르는 가사가 담긴 '테스형'은 지난 8월 발표한 앨범 '아홉 이야기'에 수록된 곡으로 '소크라테스형'과 세월의 흐름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 테스형 세월은 또 왜 저래', '먼저 가본 저세상 어떤가요 테스형 가보니까 천국은 있던가요 테스형' 등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을 연상시키는 흐름과 풍자적인 가사가 인상적인 이 곡은 지난달 30일 KBS를 통해 방송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를 통해 공개되면서 남녀노소의 주목과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소크라테스를 형이라 부르는 나훈아'라는 찬사 속에 젊은 층에게도 중독성있는 노래로 자리잡은 이 노래는 시청률 29%라는 기록 속에서 추석 연휴 내내 큰 화제가 됐다. 이 곡의 의미를 분석하는 기사들이 속속 등장할 정도로 관심이 더 높았다. 

소크라테스의 이름이 나온 곳이 또 하나 있었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다. 이날 방송에는 최근 '계몽군주' 발언으로 논란의 대상이 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출연했다. 그는 방송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계몽군주라 말한 게 칭송으로 들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나보다. 18세기 러시아의 황제 예카테리나 2세, 오스트리아의 통치자였던 마리아 테레지아 등도 독재자였지만 교육을 중시했고, 유대인을 너그럽게 대했기에 계몽군주라고 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 이사장은 "'계몽군주' 발언은 김정은을 고무, 선동할 목적이었고 김정은 위원장의 행동이 달라진다면 민족 이익에 부합하는 것 아닌가. 배운 게 죄다. 내가 너무 고급스러운 비유를 했나 보다. 계몽군주라고 한 것을 비판한 분들은 2500년전 아테네에서 태어났으며 소크라테스를 고발했을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 말이 나오고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방송되고 '테스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난 2일 윤평중 한신대 정치철학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살아있는 권력을 결사옹위하기 위해 궤변을 논하는 어용 지식인이 스스로를 슬쩍 소크라테스에 비유했다, 유시민은 자신을 비판한 이들을 소크라테스를 고발한 아테네의 어리석은 대중에 비유했지만 유씨와 달라 소크라테스는 권력에 대한 아부를 경멸했다"고 유 이사장을 비판했다. 

윤 교수는 이어 "소크라테스는 군중에게 영합하지 않았으며 죽음으로써 지행일치라는 자신의 신념을 지켰고, 나훈아씨는 노래에 삶을 바친 장인이자 자유인으로 보인다. 우리는 장인의 지가를 올린 자칭 지식인보다, 광대를 자처하는 한 예인이 소크라테스에 훨씬 가깝다는 사실을 확인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유시민 이사장에 날을 세우고 있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독설에 합류했다. 그는 3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유시민은 소크라테스가 아니라 소피스트다. 소피스트들도 최소한 저 수준은 아니었다"라면서 "소크라테스는 소피스트들에 맞서 진리의 객관성과 보편성을 옹호했고, '테스형'이 고생이 많다"고 밝혔다.

노래로, 독설로 소환이 된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는 말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나훈아는 '테스형'에서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이라고 솔직한 생각을 말한다. 소크라테스의 뜻을 알고 한 논쟁인지, 아니면 그의 이름만을 내건 '속 빈 강정' 같은 말인지, 그것은 아마 '테스형'만이 알 수 있을 것 같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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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 2020-10-05 07:44:25
아~ 기사 좋네요. 멋져 부려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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