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는 '성적 대상'? 블랙핑크 뮤직비디오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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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는 '성적 대상'? 블랙핑크 뮤직비디오의 문제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10.0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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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1억뷰 'Lovesick Girls', 제니 간호사 복장 논란
보건의료노조 "대중문화가 왜곡된 간호사 이미지 반복"
YG "특정 의도 없어, 왜곡된 시선 우려", SNS '#간호사는코스튬이아니다' 퍼져
'간호사 성적 대상화' 논란을 촉발시킨 블랙핑크의 'Lovesick Girls' 뮤직비디오. 사진=유튜브 캡처
'간호사 성적 대상화' 논란을 촉발시킨 블랙핑크의 'Lovesick Girls' 뮤직비디오. 사진=유튜브 캡처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최근 유튜브 1억뷰를 돌파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블랙핑크의 신곡 'Lovesick Girls' 뮤직비디오가 간호사를 성적대상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간호사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는 현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간호사를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 도구'로 여기는 것에 많은 이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간호사복을 입은 모습이 나오는데 일반적인 간호사와 다른 '간호사 코스튬'을 하고 있다. 짧은 치마와 하이힐, 헤어캡 등 간호사의 모습과 전혀 다른 것은 물론 성적 코드가 담긴 의상으로 표현해 남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이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5일 블랙핑크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를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는 보건의료노동자이자 전문 의료인임에도 해당 직업군에 종사하는 성별이 여성이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성적 대상화와 전문성을 의심받는 비하적 묘사를 겪어야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간호사들이 오랜 기간 투쟁해왔음에도 어느 때보다도 여성인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2020년, YG엔터테인먼트는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에서 간호사를 성적대상화해서 등장시켰다"고 밝혔다.

간호사의 성적 대상화는 그동안 많은 논란을 야기시켰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08년 나온 이효리의 '유고걸(U-Go-Girl)' 홍보비디오다. 여기서 이효리는 가슴골이 드러난 간호사 복장에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주사기를 든 모습으로 나오는데 이를 두고 대한간호협회가 간호사의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항의를 했고 결국 본편에서는 이 장면이 삭제가 된 바 있다.

그런가하면 해마다 할로윈데이가 되면 '간호사 코스튬'이 잇달아 등장했고 이들 대부분이 가슴골을 드러내거나 짧은 치마를 입는 등 성적 매력을 드러내는 식으로 간호사를 표현해 문제를 계속 일으켰다. 남성 환자가 여성 간호사의 특정 부위를 반복적으로 쳐다보는 장면이 개그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등 간호사를 비하하는 내용들이 계속 등장하고 이에 대한 비판과 항의가 잇달았지만 '간호사 코스튬'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결국 세계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걸그룹의 뮤직비디오에도 버젓이 등장한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미디어 속이 아닌 실제 병원 현장에서 간호사들은 코로나19 최전선에서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간호사를 영웅시하는 분위기도 조성됐지만 이면에서는 여전히 간호사를 '야', '아가씨' 같은 호칭으로 부르고, 입원 스트레스를 푸는 등 갖은 갑질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또한 간호사들은 병원 노동자 중 가장 높은 비율로 성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대중문화가 왜곡된 간호사의 이미지를 반복할수록 이러한 상황은 더 악화될 뿐이다"라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YG엔터테인먼트는 6일 공식입장을 통해 "뮤직비디오 중 간호사와 환자가 나오는 장면은 노래 가사 'No doctor could help when I’m lovesick(사랑에 아파할 때는 어떤 의사도 도움이 되지 않아)'을 반영한 것이다. 특정한 의도는 전혀 없었으나 왜곡된 시선이 쏟아지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YG는 "'Lovesick Girls'는 우리는 왜 사랑에 상처받고 아파하면서도 또 다른 사랑을 찾아가는지에 대한 고민과 그 안에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 곡"이라면서 뮤직비디오도 하나의 독립 예술 장르로 바라봐 주시길 부탁드리고, 각 장면들은 음악을 표현한 것 이상의 어떤 의도도 없었음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현장에서 언제나 환자의 곁을 지키며 고군분투 중인 간호사 분들에게 깊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SNS상에는 '#간호사는코스튬이아니다', '#Stop_Sexualizing_Nurses', '#nurse_is_profession' 등의 해시태그를 걸며 간호사를 비롯한 직업군에 대해 성적대상화를 하지 말아야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한쪽에서는 제니가 간호사 복장을 한 것 자체만으로 '성적 대상화'라고 단정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는 입장도 나오고 있지만 현실 속 간호사의 모습과 다른 '코스튬'을 했다는 것 자체가 간호사를 모욕한 것이라는 주장이 더 힘을 얻고 있다. 

또 간호사들이 전문 의료인으로 존중받고 있고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간호사의 중요성이 부각됐음에도 여전히 '성적 대상화'를 부각시키는 것은 남성 중심의 퇴보적 시선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미정 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은 "드라마 등을 봐도 간호사는 의사의 보조, 뒷처리하는 일을 하는 이들로 비춰지고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성적인 비하의 대상으로 그려지고 있다. 아직도 사회구성원들이 간호사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환자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일반인들이 이에 못미치는 부분이 있는데 이를 알만한 곳에서 선정적인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는 것이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한편 YG엔터테인먼트는 "문제의 장면을 편집하는 것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지만 '뮤직비디오를 하나의 독립 예술 장르로 봐달라'면서 뮤직비디오에 대한 비판을 '왜곡된 시선'이라고 표현해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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