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초나라 장왕같은 군주를 가진 백성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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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칼럼] 초나라 장왕같은 군주를 가진 백성이 부럽다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0.10.10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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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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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춘추시대 초나라 장왕은 명군으로 이름 높다. 어느 날 장왕이 급한 일로 태자를 궁으로 불러들였다. 그런데 마침 비가 내렸다. 비를 맞기 싫어진 태자는 궁문에서 내리지 않고 마차를 탄채 궁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이를 본 관리가 태자를 가로막고 나섰다. 아무리 태자라도 왕이 금지한 곳으로 마차를 타고 들어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태자는 “네가 누구인지 모르느냐. 비켜라”하면서 큰소리쳤다. 하지만 그 관리는 요지부동으로 태자의 질책을 뒤로 한채 마부의 목을 베고, 마차의 끌채를 잘라 버렸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태자는 궁에 들어와 장왕에게 하소연하면서 그 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왕은 태자에게 말했다.

“법은 종묘사직을 경건하게 지키고 나라를 존엄하게 만드는 도구다. 법을 지켜 나라와 조상의 강산을 보호하는 사람은 충신이다. 그런 사람을 어찌 처벌하라고 하는가? 법을 무시하고 개인의 이익을 나라의 이익 위에 놓는 사람은 반역자와 같아 나라의 가장 큰 적이자 군주의 지위를 뒤엎을 가장 큰 근심거리다. 법이 한번 흔들리면 정권도 흔들리고, 법이 보장을 받지 못하면 정권도 보장을 받을 수 없다. 그럴 경우 내가 네게 무엇을 전할 것이며, 너는 또 무엇을 후손에게 전할 것이냐?. 그는 내가 있었더라도 나 때문에 너를 봐주지 않았을 것이며, 네가 장차 내 뒤를 이을 후계자라서 네게 잘 보이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는 덕과 능력을 갖춘 충신이 아니냐? 이런 신하가 있다는 것이야말로 나라의 복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힘있는 사람들이 법을 제멋대로 해석하고 같은 사안이라도 진영 논리에 따라 유무죄를 가른다. 나라의 장관이 거짓말을 해도 총리는 “그런일 있었나”며 의뭉스럽게 깔아 뭉개고 대통령도 묵언수행 중이다. 국방부는 사건을 축소하려 애를 쓰고 아부성 발언이나 하며 검찰은 면죄부를 준다.

이제 국회에서 거짓말 하는 일은 예삿일이 되어 버렸다. 대통령이나 총리나 장관이나 판검사나 학생이나 교수나 상인이나 거지나 모두 법앞에서 평등해야 정의롭다할 것이다. 한비자는 “법은 귀인이라고 아부하지 않으며 먹줄은 굽음에 따라 휘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계급이나 친소, 존귀, 패거리 등에 따라 정의가 휘둘린다면 이미 정상 국가가 아니다. 장왕같은 군주를 가진 백성이 부럽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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