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칼럼] 장애인의 한글 접근성과 한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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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칼럼] 장애인의 한글 접근성과 한글날
  • 김철환 활동가
  • 승인 2020.10.1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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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법원행정처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시각장애인에 대한 점자판결문 등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대법원
지난 5일 법원행정처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시각장애인에 대한 점자판결문 등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대법원

[시사주간=김철환 활동가] 한글은 1443년(세종 25년)에 만들어졌으며, 1446년 훈민정음 반포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게 세상에 나온 한글의 우수성과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것이 한글날이다.

한글은 오랜 세월 천대와 억압을 받기도 했지만 배우기 쉽다는 이점 때문에 백성들의 삶 속으로 깊이 뿌리를 내렸다. 우리나라에서 한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이가 없을 정도까지 되었다. 정부의 조사(2019)에 의하면 한글을 읽지 못하는 이는 1.7%에 그친다.

하지만 문장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한자어와 외래어, 의미를 알기 어려운 신조어 등 때문이다. 여기에 디지털기기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독서량이 떨어진 원인도 있다. 2012년 OECD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의 문장 이해력은 273점(500점 만점)으로 조사대상 국가 평균 268점을 겨우 넘겼다. 읽고 쓰는데 문제가 없지만 문장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장애인들도 문장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조금 다르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글자를 읽기 어렵다. 발달장애인은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청각장애인도 마찬가지이다.

청각기관에 문제가 생기면 시각 의존도가 높아진다. 수어(手語)를 사용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음성에 기반을 둔 한글이 낮선 언어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육에서 이런 특성들이 반영이 안 된다. 이러다보니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각장애인의 문장 이해정도는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Karchrner, Milone & Work, 1979)이라는 연구들도 나오고 있다. 문장을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려 정부도 점자나 음성도서, 수어도서, 쉬운 도서 등을 보급하고 있다. 하지만 보급률은 미미하다. 민간의 지원도 많지 않아 연간 출간되는 4만여 종류의 도서가운데 음성이나 점자로 제작되는 경우는 3% 미만이다. 발달장애인 도서의 경우 출판사인 ‘피치마켓’에서 쉬운 책을 만들고 있지만 다른 출판사들은 관심이 없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도서 등의 제작도 마찬가지다. 

공공기관에서 공개되는 문서들도 접근이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공기관의 문서를 점자나 수어, 쉬운 형태로 제작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다. 다행인 것은 가끔 공공문서를 장애인이 접근 가능하도록 지원한다는 점이다. 지난 5일 법원행정처가 시각장애인에게 판결문을 점자로 제공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동기 중 하나는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었다.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세”로 시작하는 훈민정음(訓民正音) 서문에서도 이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정부가 ‘애민’ 정신이 부족해서일까, 장애인들은 여전히 한글로 된 도서접근이 쉽지 않다. 특히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공기관 문서에도 마찬가지니 말이다.

따라서 574돌 한글날을 맞으며 정부는 장애인들의 한글 접근성을 점검해보고 이를 통해 공공기관 문서의 접근성을 높여가야 한다. 도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확대나 예산증액도 필요하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인쇄 책자나 인터넷 도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규제도 일정부분 강화할 필요가 있다. SW

k646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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