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사회가 왕 면전에 “내 세금”을 외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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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사회가 왕 면전에 “내 세금”을 외치는 이유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10.1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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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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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현지용 기자] 태국 시민사회가 심상치 않다. 최고 존엄으로 여겨지던 왕실에 대해 태국 국민들이 군주제 개혁과 민주화를 직접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과 15일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는 거리 곳곳마다 현 태국 국왕 마하 와치랄롱꼰(67) 등 왕가와 현 정부를 비판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심지어 국왕과 왕비 수티다(41)가 탄 차량이 왕궁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거리를 가득 메운 시위대가 손가락 세 개를 치켜들며 “내 세금”이라 소리 질렀다. 영화 ‘헝거게임’에서 독재와 억압에 저항하는 제스쳐를 왕가에 보인 것이다.

불교 국가로 왕실을 신성시 하는 태국에서 국왕과 왕가를 비판하는 것은 큰 중죄에 해당한다. 태국 헌법은 왕실에 대한 비판을 엄금하고 있으며, 태국 형법 제112조 국왕모독죄로 최대 징역 15년 형까지 부과한다. 오랜 불교 전통 국가란 내력 때문에 왕에 대한 비판은 태국 사회에선 금기시 여겨지는 것도 있다.

그럼에도 태국 국민들이 이렇게까지 반감을 드러내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 국왕 故 푸미폰 아둔야뎃의 경우 군부의 쿠데타 등 정치적 위기 순간에 중재자 역할로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70년간 재위에 머물렀다. 2016년 그의 승하 당시 태국 시민사회는 ‘대왕’이란 칭호까지 달며 수도 방콕으로 추모 순례를 갖기도 했다.

하지만 현 왕가는 이와 매우 대조된다. 푸미폰 전 국왕의 외아들이자 왕좌를 이은 와치랄롱꼰은 수십 년간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며 방탕한 사생활 추문을 쌓는데다 선왕과 대조되는 인성, 여기에 비리로 얼룩진 탁신 친나왓 정권과의 친분으로 태국 국민들의 반감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절정은 그의 극심한 사치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다. 지난 1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의 보도에 따르면, 와치랄롱꼰이 보유한 자산은 400억달러(한화 약 45조7200억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왕족’ 순위를 매길 때 석유 부국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2018년 태국 왕실 자산을 관리하는 태국왕실자산국(CPB)가 와치랄롱꼰 즉위 이후 “모든 왕실 자산은 국왕에게 양도해 국왕 재략으로 관리된다”고 발표했다. 형식적이던 CPB의 왕실 자산 관리를 통한 왕실 자산 관리의 견제 수단이 무력화됐단 선언과 같다.

이는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렸다. 태국 경제 성장률이 코로나19로 –8%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등, 태국 경제 전반이 휘청이는 가운데 와치랄롱꼰 국왕은 독일에서 수개월간 호화로운 휴가를 즐겼기 때문이다. 심지어 왕가는 올해 왕실 예산을 3300억원으로 잡으며 항공기, 헬리콥터를 38대나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왕가에 대한 비판은 레드불 창업주 손자의 살인사건으로 촉발됐다. 2012년 레드불 창업자 손자인 오라윳 유위티야(35)가 방콕 시내에서 페라리를 몰던 중 교통 단속 중이던 경찰에 뺑소니 살인을 벌이고도 불기소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회 기득권층의 부패와 시스템의 부조리가 쌓이자 태국 시민들은 SNS와 거리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왕실 예산 축소를 비롯해 왕실 재산 분리 등 10개 조항을 왕실 개혁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트위터·페이스북 등 각종 SNS를 통해 태국 왕실과 현 정부를 비판하는 게시물을 전파하고 있다. 더불어 현 총리 등 집권 세력의 퇴진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태국 왕실과 정부는 강경한 모양새다. 지난 15일 태국 정부는 ‘5인 이상 집회 금지’를 비롯해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도, 온라인 메시지 금지’ 등 행정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영방송을 통해 이번 시위를 ‘불법 집회’ 및 ‘국가 안보에 영향을 주는 행위’라 규정하고 나섰다.

태국 정부는 반정부 인사 2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등 대대적인 시위 억제에 나서고 있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아랍권 전역에서 ‘아랍의 봄’이라는 민주화 시위가 벌어진 여파와 옆 나라인 한국에서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이루는 등, 민주화운동의 위력을 감안할 때 조기 진압이 필요하다는 해석이다. 시위가 격화될 경우 극단적으로는 홍콩 민주화 운동처럼 폭동적 진압까지 동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태국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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