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칼럼] 집권 세력 정치인들의 SNS 수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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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칼럼] 집권 세력 정치인들의 SNS 수사법
  • 오세라비 작가
  • 승인 2020.10.1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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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딴지일보
사진=딴지일보

[시사주간=오세라비 작가] 동네에서 꽤 오랜 기간 영업하던 파스타 가게가 기어이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임시휴업 알림이 늘 붙어있더니 이제는 가게가 정리 중이다. 작은 트럭에 의자와 집기류가 실리고, 주인은 허탈한 표정으로 분주히 물건을 나른다. 단골손님이 끊이질 않았던 실내장식이 예쁜 음식점이었다. 입구는 정성들여 키우는 화분들이 마치 작은 화원 분위기를 내는 가게였다.

주변에서 폐업 정리하는 가게는 이미 여럿이다. 빈 가게들이 몇 집 건너 하나씩 자꾸 늘어난다. 동네에서 오래된 상점들은 정이 들기 마련이고, 눈을 감고도 뭐가 있는지 알 정도인데 몹시 서운하다. 그들은 가게 정리 후 어떤 삶을 살까. 빈 매장들을 보면 괜스레 마음이 아프다.

경기침체는 자영업자, 서민들에게 혹독한 시련을 안겨준다. 생계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이제는 벼랑으로 몰리고 있다. 이런 현실에 정치권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국감준비에 현안 대응하느라 정신없다”면서 “실은 군자금이 부족해 저랑 의원실 보좌진이 굶고 있습니다. 매일 김밥이 지겹습니다. ㅜㅜ 염치없지만 후원금 팍팍 부탁드립니다. 저에게 밥 한 끼 사주시고 검찰개혁 맡긴다 생각하시고 후원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이다.

열혈 친정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그 글에는 순식간에 댓글이 170개 이상 달리며 “군자금을 보탠다”는 후원금 약속이 줄을 이었다. ‘검찰개혁’ 넉 자만 언급하면 집권당 열성지지자들의 호응은 이토록 뜨거운 것이다.

국회의원의 연봉은 1억 5000여만원이다. 보좌관은 호봉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4급 경우 8400만 원이다. 그런데도 김 의원은 자신과 보좌진이 굶고 있다면서 후원금 요청을 했다. 물론 굶으며 국감에 임한다는 말은 과장일 터이다. 하지만 옛말에 ‘누울 자리를 봐가며 다리를 뻗는다.’는 말이 있듯 그것이 지금 할 소리일까. 소상공인들이 어떻게 하루하루를 버티는지 생각을 한다면 정치인은 신중하게 말해야 한다. 당장에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집권 세력은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민주 정부’임을 자랑스럽게 내세운다. 촛불혁명의 결실은 총선 결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현 의석수 174석으로 의회·행정·지방자치권력을 모두 장악했다. 18개 국회 상임위원회를 모조리 차지했다.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집권당은 거칠 것이 없다. 그 자부심은 특히 초선 의원들의 자신감 넘치는 정치적 수사법으로 드러난다.

민주당 초선 국회의원들이 사안을 처리하는데 있어 그 수사법은 참으로 거칠다. 이들은 소셜미디어 정치에 익숙하다. 그러다보니 중대한 이슈를 다룰 때 SNS나 지지자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페이스북에 게시글을 올리면 열성지지자들에 의해 공유돼 순식간에 사이버 공간으로 퍼진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매우 활발하게 글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하루에 서너 개의 글을 올리며 국정감사 기간 동안 지지자로부터 받은 꽃바구니 사진과 자신의 활약상을 매일 사진으로 올린다. 여당을 비판하는 야당 의원이나 인사들에 대해선 공격적인 발언으로 대응한다. 법조인 출신인 그의 수사법은 매우 단순하고 가볍게 느껴진다. 며칠 전에는 여당을 매섭게 비판하는 한 인물을 가리켜 “풋^^” 이란 단어로 일축했다.

고민정, 김남국, 황희석 의원 등도 SNS에 하루에 몇 편씩 글을 쓴다. 의원 본인이 직접 글을 게시하는지, 계정 관리 비서진이 따로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슈마다 빠짐없이 야당을 비판하고 정부여당을 옹호하는데 열성인 것만큼은 눈에 확연히 드러난다. 그러다보니 비문이 많거나 어리둥절한 정도의 감성 위주성 글도 올라온다. 이 같은 따짐이 쓸데없는 일로 치부될 수도 있다. 그러나 게시자는 집권당 의원의 신분이 아닌가. 여당 의원의 발언은 한 마디 한 마디가 천금과도 같다.

정치인의 자질을 논할 때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꼽는다. 정치인은 ‘신념윤리’와 ‘책임윤리’ 두 가지를 요구받는다. 신념윤리 원칙으로 말과 행동을 하는 것과, 책임윤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베버는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는 서로 절대적인 대립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닌, 오히려 상호보충적인 관계 속에서 함께 해 비로소 ‘정치라는 직업’을 가질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란 단단한 널판에 느릿느릿 꾸준하게 구멍을 뚫는 일”이란 유명한 말도 남겼다.

집권당은 신념으로 뭉친 의원들이 주를 이루는 모습이다. 그들의 행위와 수사법은 신념에 편향돼있다. 초선 의원들은 SNS로 ‘내 편’ 지지자들을 끊임없이 자극하며 때로는 감성적으로, 또 다른 한 편으로는 거친 정치적 수사법으로 국민 통합에 갈라치기를 한다. 신념으로 행한 말과 행위의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는 책임윤리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집권당 초선의원뿐만 아니라 중앙행정부의 수장도 마찬가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연일 소모적 논쟁만 일으킨다. 지난 15일 추 장관은 자택 앞에서 취재 중이던 기자의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추 장관의 “기자가 뻗치기를 하겠다고 한다”는 글에 기자를 저주하는 댓글은 1900개 넘게 달렸다. 해당 기자는 지금까지도 집권당 지지자들로부터 신상 털기, 막말을 듣고 있는 상황이다. 정당한 취재활동마저 공직자의 SNS 수사법으로 공격받고 있다. 시민들의 삶이 위기에 처해있을 때일수록 공직자들은 막스 베버의 신념윤리와 책임윤리의 균형을 깊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SW

murphy8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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