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금도 청년은 '어이'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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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금도 청년은 '어이'로 불린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10.2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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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화력발전소 작업복을 입고 국정감사를 진행한 류호정 정의당 의원. 사진=뉴시스
태안화력발전소 작업복을 입고 국정감사를 진행한 류호정 정의당 의원.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몇 년 전 잠시 같이 일했던 대학생 인턴기자에게 들은 이야기다. 어느 문화행사에서 안내를 맡게 됐는데 주차권 발급 문제를 놓고 한 인사가 화를 냈다고 한다. 행사 장소 측에서 주차권을 제공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였는데 이 인사는 화를 내면서 그 인턴기자에게 '어이'라고 부르며 반말을 계속했다는 것이다. 문화계에서 존경을 받는다는 유명 인사였지만 그가 청년 한 명을 대하는 태도는 '어이'와 반말이었다.

어느 SNS에서는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역시 문화행사였고 여대생이 안내를 맡았는데 역시 소위 '나이 든 인사들'이 '진상짓'을 했다는 것이다. 반말은 기본, 무리한 부탁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어떤 이들의 입에서는 술냄새가 났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일이 전에도 종종 벌어졌고 그럴 때마다 마음 고생을 하는 일이 계속 됐는데도 바뀌지가 않았다는 것이다.

'청년이 희망', '청년에게 힘을 줘야한다'는 말을 하고 실제로 이를 위한 정책이 나오기는 하지만 아직도 어른들(정확히 말하면 '꼰대'들)이 청년을 바라보는 시선은 '우리보다 아래인' 이들이다. 뭔가 자신들보다 모자라고 자신들보다 고생도 안 했고 편한 것만 찾으려한다고 하는 생각이 '라떼는 말이야'로 표현됐고 청년들이 정치에 뛰어들어도 '어린 것들이 뭘 알겠어'라며 지나쳤다.  기성 정치의 벽에서 젊은 정치인들은 좌절했고 청년들의 대표들이 사라져갔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우리의 정치와 사회는 여전히 '꼰대'들의 차지였다. 지금도 반말과 '어이'는 일상이 됐다.

최근 최창희 공영홈쇼핑 대표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9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공영홈쇼핑 마케팅 본부장의 경력증명서 허위 기재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하자 "어이, 헤위 기재라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이에 류 의원이 "어이?"라고 반문하는 일이 벌어졌다. 최창희 대표는 1949년생, 류호정 의원은 1992년생이었다. 

국정감사에서 류호정 의원은 삼성 관계자가 기자를 사칭해 국회 출입을 한 것을 폭로하고 삼성전자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를 밝혀내며 새로운 '삼성 저격수'로 부각됐다. 또 한국서부발전 국정감사에서는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사망한 故 김용균씨가 입었던 것과 똑같은 작업복을 입고 "대한민국 공기업 서부발전에는 죽은 노동자에 대해 같이 슬퍼하고 함께 아파하는 감수성이 없다"며 눈물로 질타했다. "이 옷을 입은 노동자가 일대일로 사장님과 대화하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그래서 입고 왔다. 수많은 노동자를 대신해 질의하겠다". 류 의원이 작업복을 입고 국감장에 나선 이유였다. 그렇기에 최 대표의 '어이' 발언은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어린 녀석이 우리만의 질서를 깨려 해? 건방지게'라는 뜻으로 들렸던 것이다.

사건 직후 나온 공영홈쇼핑의 해명은 이것이었다. '어이'는 호칭이 아닌 감탄사, 답변 과정에서 나온 혼잣말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후 진행된 오후 국정감사에서 류 의원은 "직원들에게 단순 감탄사엿다고 언론사에 정정보도 대응을 지시했다고 하는데 아닌가"라고 물었고 최 대표는 "아니다, 오해가 있었으면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자 나온 류 의원의 발언은 이것이었다. "그렇게 할수록 구차해지는 것은 제가 아닌 것 같다".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는 사안이지만 여기에는 여성을 바라보는, 청년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이 고스란히 드러난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어른들의 장벽이 청년들을 더 힘겹게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국회의원도 여성, 청년이라고 무시하는데 하물며 일반 학생들은, 구직자들은 어떤 대우를 할 지 눈에 바로 보이기 때문이다. 혼잣말이라는 '비겁한 변명'을 믿는 이들은 이제 많지 않다. 한 기업의 대표가 아직도 구시대 마인드에 사로잡혀있다는 것도 이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나도, 우리도 반성해본다. 힘겹게 일하는 젊은 택배노동자에게 무심결에 '왜 빨리 안 오냐?'라며 하대하지는 않았는지, 응대하는 서비스직 노동자에게 은연 중에 반말로 답하지는 않았는지 등등을 말이다. 청년의 시대를 만든다고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어렵다. 아직도 청년을 낮추는 이들이 여전히 사회 각계에서 존재한다면 말이다. 이 시간에도 앞에 소개한 SNS 글과 똑같은 내용이 나온다면 말이다.

아직도 우리는 청년을 '어이'로 부르는 이들의 시대에 살고 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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