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뉴노멀(New Normal) 시대의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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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뉴노멀(New Normal) 시대의 농업
  • 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 승인 2020.10.2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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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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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UN 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me: WFP)이 2020년 노벨평화상(Nobel Peace Prize 2020)을 수상했다. 사실 올해 노벨평화상은 코로나19(COVID-19)와의 전쟁 최전선에 있는 세계보건기구(WHO)에 돌아갈 것이란 관측이 많았으나 결과적으로 WHO가 아닌 WFP가 노벨평화상의 주인공으로 선택되었다. 필자가 25년(1965-1989)간 근무한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은 55년 전 1965년 12월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노벨상(Nobel Prizes)은  다이너마이트(dynamite)를 발명한 알프레드 노벨(1833-96, Alfred Bernhard Nobel)이 기부한 유산 3100만 크로네(Krone)를 기금으로 하여 노벨재단(Nobel Foundation)이 설립된 후 1901년부터 인류의 복지에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에게 수여되는 상으로, 6개 부문(문학, 화학, 물리학, 생리학 또는 의학, 평화, 경제학)에 대한 시상이 이뤄진다. 노벨은 1896년 협심증(狹心症)으로 사망할 때 까지 355개의 특허(特許)를 획득했다.

노벨상 수상자 발표는 매년 10월에 이뤄지고, 시상식은 노벨이 사망한 날인 12월 10일에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수상자에게는 900만 크로네(Norwegian krone, 약 13억원)의 상금과 금메달, 상장이 주어진다. 수상자 선정은 평화상은 노르웨이 의회가 정한 5인위원회가, 나머지 부분은 스웨덴의 3개 기관(학술원, 예술원, 카롤린의학연구소)이 맡고 있다.

이처럼 노벨상이 스웨덴과 노르웨이 두 나라에서 시상하게 된 이유는 노벨이 1895년 유서를 작성하고 노벨재단이 1900년에 설립되었을 때 두 나라가 한 나라로 합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연합국가는 1905년 분리되었으나, 노벨기구들의 내부적인 관계는 변경되지 않았다. 

노벨위원회(Nobel Committee)는 “WFP는 기아(飢餓, hunger)에 대항하고, 분쟁 지역에 평화를 위한 조건을 개선하고, 기아를 전쟁과 분쟁의 무기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한 공로가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한 WFP가 “코로나(COVID-19)라는 전 세계 비상 상황 속에서 굶주림의 희생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인상적인 능력을 보여줬다”고 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코로나 대응 구호는 “백신을 찾을 때까지는 이 혼돈에 맞설 최고의 백신은 식량”이라고 했다. 사람은 식량이 없으면 사망하므로 식량은 생존의 필수품이다. 이에 식량 문제가 해결되면 분쟁과 내전이나 바이러스에 대비하는 면역력(免疫力) 강화 등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

WFP는 시리아, 예멘, 콩고, 나이제리아, 남수단 등 정정(政情)이 불안했던 빈곤국들이 코로나 직격탄으로 식량 사정이 더욱 악화된 상황에서 기아를 해결하기 위하여 헌신적으로 노력했다. WFP는 1995년부터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 식량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북한의 기아 문제를 해결하는 식량 지원 창구이기도 하다. WFP는 지난 1995년부터 2018년까지 북한에 긴급구호활동을 통해 460만톤의 식량을 지원했으며, 올해는 북한 주민 54만5천명에게 식량 지원을 했다.

당초 세계식량계획(WFP)는 올해 전 세계 기아 위기 인구를 1억3500만명으로 전망했으나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여 2억7000만명으로 상향 조정했다. 전 세계에서 한해 40억톤의 식량이 생산되는데 그중 3분의 1(13억톤)이 버려지고 있다. 이 양이면 20억명을 먹일 수 있다. 선진국에선 주로 식탁에서 음식쓰레기로, 개발도상국에선 저장과 수송 과정에서 없어진다. 기후위기 주범인 온실가스의 8%도 음식 쓰레기에서 나온다. 세계 기아 인구는 약 7억명이다.

1961년에 UN 산하기구로 설립된 세계식량계획은 식량 원조를 통해 기아 퇴치를 목표로 하는 세계 최대 인도주의 기구다. 전 세계 92개국에서 직원 1만9000명이 최전방 기아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매년 빈곤층 1억명 이상을 돕고 있다. WFP는 세계 각국과 민간단체들이 내는 자발적 기여금(寄與金)을 재원으로 매년 300만-400만톤의 식량을 구입해 WFP가 움직이는 비행기 100대, 선박 30척, 트럭 5600대로 긴급 구호가 필요한 곳에 전달한다. 

우리나라는 1963년 큰 수해(水害)로 WFP로부터 긴급 지원을 받았으며, 1984년까지 총 1억400만달러(약 1200억원) 규모의 지원을 받았다. 이후 우리나라는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WFP로부터 식량을 지원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탈바꿈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에 WFP에서 한국의 위상도 강화돼 집행이사국에 세 차례 선임됐다.

한국의 WFP 지원 규모는 2011년 710만달러(약 82억원)에서 2019년 8400만달러(약 968억원)가 돼 10배 이상으로 증가해 세계에서 11번째 공여국(供與國)이 됐다. 한국은 2018년 2월 WFP와 약정을 체결해 매년 쌀 5만톤(약 460억원)을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의 난민과 이주민에게 지원하고 있다. 한국 쌀이 품질이 좋아 수요 조사에서 만족도가 94%가 넘게 나왔다.

지난 8월 18일은 올해로 여섯 번째 맞은 ‘쌀의 날’이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쌀 소비가 매년 줄어들자 쌀의 소중함을 알리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2015년에 제정했다. 한자로 ‘쌀 미(米)’를 풀어 ‘八ㆍ十ㆍ八’로 표기하면 ‘8월 18일’이 된다. 여기에 ‘여든여덟 번 농부의 손길을 거쳐야 쌀이 된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쌀에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외에도 미네랄 성분과 비타민 B군이 풍부하고 다른 곡류에 지해 아미노산(amino acid) 조성이 우수하여 우리 건강에 좋다. 또한 비만, 당뇨병 등 대사증후군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만 해도 쌀이 부족해 보리나 밀가루 같은 혼식(混食)과 분식(粉食)을 장려했다. 학생들 도시락의 쌀과 잡곡 비율을 정해놓고 선생님이 검사까지 했다. 

그런데 지금은 쌀이 남아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우리 국민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970년 136.4kg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00년 93.6kg, 2015년 62.9kg, 그리고 지난해에는 59.2kg에 그쳤다. 한편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019년 기준 45.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1%에 불과하다.

최근 농민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75.3%가 식량자급률 목표치 법제화에 대해 ‘매우 필요(40%)’ 또는 ‘대체로 필요(35.3%)’하다고 답변했다. 조사에 응답한 60대(82.3%), 40대(80%), 50대(79.7%), 30대(78.8%) 등 연령대에 관계없이 법제화 필요성에 고르게 동의했다. 정부가 2007년 이래 네 차례 곡물ㆍ식량에 대한 자급 목표를 설정했지만 실제 달성한 적은 한번도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기감이 높아지자 주요 곡물 수출국이 쌀 수출을 통제하면서 식량안보(食糧安保)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금은 쌀 재고가 충분하지만 기상이변에 따른 태풍, 가뭄, 저온현상, 병충해 등으로 쌀 부족 위기는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쌀은 우리  주식(主食)이어서 조금만 부족해도 일상에서 느끼는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1979년부터 매년 10월 16일을 ‘세계식량의 날’로 제정하여, 시행해오고 있다. FAO는 매년 전 세계에서 농업의 중요성을 전파하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UN 전문기구인 FAO는 1945년 10월 16일에 창설되었으며, 세계 여러 나라의 식료품과 농산물의 생산 및 분배를 개선하고 토지 및 품종 개량 기술을 지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올해 우리나라는 세계 식량의 날을 맞아 ‘슬기로운 식생활’ 캠페인(Zero Waste, Zero Hunger)을 유엔식량계획(WFP), 사회복지공동모금회, CJ제일제당, 밀알복지재단(굿윌스토어) 등에서 전개했다. ‘슬기로운 식생활’은 소비자의 인식부족으로 인한 음식물 낭비를 줄이기 위한 캠페인이다.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환경문제와 식량 분배의 불균형으로 인한 기아 문제를 해결해 지속가능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달성에 기여한다.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는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시행된 밀레니엄개발목표(MDGs)를 종료하고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새로 시행되는 유엔과 국제사회의 최대 공동목표다. 인류의 보편적 문제(빈곤, 질병, 교육, 성평등, 난민, 분쟁 등)와 지구 환경문제(기후변화, 에너지, 환경오염, 물, 생물다양성 등) 그리고 경제사회문제(기술, 주거, 노사, 고용, 생산 소비, 사회구조, 법, 대내외 경제 등)를 2030년까지 17가지 주 목표와 19개 세부목표를 해결하고자 이행하는 국제사회의 최대 공동사업이다.

최근 FAO는 UN이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결의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가운데 농업과 관련된 목표의 이행 현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SDGs 17개 목표 중 두 번째 목표가 2030년까지 기아 종식과 식량안보를 달성하고 영양 상태를 개선하면서 지속가능한 농업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2015년 이후 식량불안이 되레 증가하고 지속가능한 농업과는 멀어진 상황이 여러 지표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농업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해선 농업에 대한 각국의 투자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음에도 오히려 농업분야 정부 투자가 줄어든 것이다. 전 세계 식량안보 상황도 악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량불안을 겪는 인구가 2015년 전 세계 인구의 22.4%에서 2019년 25.9%로 증가했으며, 특히 라틴아메리카는 24.9.%에서 31.7%로 증가해 식량불안이 두드러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팬데믹으로 인하여 SDGs 달성이 더욱 어려워졌다. 코로나19는 SDGs 달성뿐 아니라 농업정책 설계의 기본이 되는 각종 농업조사도 어렵게 하고 있다. 농업조사는 주로 대면 인터뷰에 의존해 정보를 수집하는데, 많은 국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조치로 조사 작업이 중단되거나 지연되고 있다.

코로나 이전 시대로 복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와 함께(With Corona) 생활할 각오를 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가장 중요해진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정상상태)의 가치는 지속가능성과 회복력이다. 뉴노멀 시대에 지속과 회복의 가치가 우리 삶의 중심에 자리 잡으면서 농업과 농촌은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이에 ‘농업살리기운동’을 통하여 우리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글로벌 수준으로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SW

pmy@sisa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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