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달리다 보면 빛이 들기 시작하다가 이윽고 바깥 풍경이 보이는 것이 터널입니다만, 코로나19는 끝이 없는 어둡고 긴 굴 같습니다.
마스크 땜에 나를 상대가 잘 모르고 나도 다른 사람을 쉽게 알아보지 못합니다. 서로 몰라 놓치거나 말하기 귀찮고 싫다보니 발음이 불분명하고 표정 못 섞어 쉬운 말도 데데 거리다 지쳐 마침내 짜증이 나버리는 일이 많습니다. 방송에서 나오는 방역지침을 따르자면 악수도 금하고 있는데요, 새로 사귄 연인들 키스나 다른 스킨십은 어쩌란 말인지 대략 난감합니다.
가장 큰 고통, 저도 겪습니다만, 일 없어 빠진 무력감입니다. 베짱이처럼 기타 치며 놀지도 않고 오히려 개미처럼 모은 거 같은데, 창고 속이 텅 비었습니다. 주머니의 그 시베리아 찬바람이 돈 드는 곳은 애초에 기피하라고 윙윙 댑니다.
모두 나를 경계하는 것 같습니다. 실은 내가 먼저 남을 경계하는데 말이죠. 이런 사태가 계속 이어지면서 덩달아 우리 몸과 마음은 우울, 불안으로 가득차고 있습니다.
이게 이른바 ‘코로나 블루’, 코로나 우울증이라고 합니다. 가장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사람들과 많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는데, 이 고약한 바이러스가 사회적 관계를 모두 깨버려 생긴 사태죠.
기분이 팍 가라앉고, 평소에 잘 하던 일이 흥미가 뚝 떨어지고, 말 뿐 아니라 행동도 느려지고, 음식들이 정나미가 떨어지듯 입맛도 사라집니다. 피곤하고 잠을 잘 못 자니 축 늘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작은 실수나 실패에도 절망감이 들고 자책감이 크게 듭니다.
아,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울증이 말을 해온다니 그걸 알아차리고 대처를 해야 합니다. <나는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라는 책을 보면 큰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전 부리나케 읽었습니다.
독일의 심리치료사 ‘노라 마리 엘러마이어’가 쓴 것인데요, 본인이 직접 번아웃과 우울증을 겪은 환자 체험과 심리학 전문가로 쌓아온 풍부한 경험과 전문 지식을 담담하면서도 생생하게 풀어놔 이해가 쉽고 재밌기까지 했습니다.
코로나 블루, 이 우울증은 우선 말을 없애버리거나 거칠게 만들어버립니다. 걸핏하면 고함을 치게 됩니다. 화산처럼 폭발하는 순간인데, 이 정도 소리는 왜 못 외치느냐며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무섭게 큰 목소리를 냅니다.
“야, 내가 찍먹 한다고 했지 언제 부먹 한다고 했니? 왜, 왜 탕수육소스를 딥다 부어버린 거야?!”
“집에서 나와 거의 전철역까지 왔는데, 마스크를 안 갖고 온 거야. 집에 가서 다시 갖고 오느라 좀 늦었다. 편의점서 새로 샀으면 되는 거 아니냐구? 야, 집에 마스크가 100년 사용분은 있는데, 왜 또 사니, 왜 왜 왜?!”
“아니 재채기 좀 했다고 사람을 경멸하듯 쳐다보다니! 코로나 기침하고 단순 재채기가 같니? 같으냐고?!”
이런 정도의 말을 목소리 높여서 했으면 코로나 블루를 만났다 생각해야 합니다.
방귀를 뀌었는데 곁의 사람이 코를 막았다 합시다. 미안하단 말은 않고 “냄새가 났어? 그런 불량 마스크로는 코로나19 막을 수 없어!!” 떼를 써도 유분수지요!
최근 들어 악~ 고함을 치고 싶거나, 화산처럼 폭발하기도 하고, 절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났다면 코로나 블루를 의심해야 합니다.
단 우울한 기분을 너무 무시하거나 억압하려 들지 말고 자기 안으로 들여서 나도 말을 해주고 코로나 우울증이 내게 건네는 말도 귀 기울여줘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마음의 감기이니 다독거리면 금방 지나갈 겁니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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