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만 바라보는' 보수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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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만 바라보는' 보수의 현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10.2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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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이후 '대망론' 부각, 여론조사 두자릿수 얻어
야권 인물난, '김종인 흔들기' 등 반영
검찰총장 임기, 장모 의혹 등 변수 "정계 입문 시 지지율 떨어질수도"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난 22일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말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대망론'이 정치권에서 모락모락 피어나기 시작했다. "퇴임 후 국민들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 지 생각해보겠다"는 말을 '정계 입문, 대권 도전'으로 해석하는 가운데 보수언론이 잇달아 윤석열 총장을 부각시키면서 여론조사에서 10%가 넘는 지지를 얻었고 인물난을 겪고 있는 보수층이 윤 총장을 바라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정면 반기를 들면서 작심 발언을 계속했고 이로 인해 여당 의원들과 난타전을 벌였다. 특히 그가 퇴임 후 정치를 할 의향을 묻는 질문에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 지 그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답을 하면서 윤 총장의 정계 입문 가능성이 제기됐고 이 때부터 '윤석열 대망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감사가 끝난 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역대 검찰총장 중 이렇게 정치적인 검찰총장은 전무했다. 윤석열 총장과 문재인 정권은 이제 루비콘 강을 건넜다. 이제 문 정권의 사람들은 더 이상 누구도 윤 총장과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총장직에 미련 갖지 말고 사내답게 내던지라. 잘 모실테니 정치판으로 오라"며 정계 진출을 종용했다.

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금태섭 의원의 민주당 탈당에 반색한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왜 윤 총장의 의미심장한 발언에는 '변호일도 봉사'일 수 있다며 의미를 축소했을까. 상상하기 싫었던 강력한 대안이 등장했기 때문일거다. 확실한 여왕벌이 나타난 것"이라면서 "윤석열은 국민의힘을 비롯한 범야권에 강력한 원심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범야권의 무게 중심이 비대위에서 대선 잠룡들로 급격하게 옮겨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6일 법무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에 대해 "선을 넘었다"며 비판했다. 추 장관은 "개인의 소신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검찰을 중립적으로 이끌어야 할 수장이기 때문에 지휘감독자로서는 의견을 피력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내일 당장 정치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국감에서만큼은 '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라고 하면서 조직의 안정을 지켜줘야하는 막중한 자리"라면서 윤 총장이 '정치 행위'를 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보수언론과 야권에서 윤석열 총장을 부각시키는 기사와 비평을 연달아 내놓았고 급기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두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2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가 데일리안 의뢰로 실시한 10월 넷째 주 정례 여론조사에 의하면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 조사 결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2.8%,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6%, 그리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15.1%로 나타났다. 반면 '야권 잠룡'으로 지목됐던 홍준표 무소속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은 모두 3~6%의 지지율에 불과해 윤 총장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이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처럼 상황이 전개되면서 보수가 점점 '윤석열만 바라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 윤 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300여개가 넘었고 이 처리를 놓고 서초구가 골치를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보수의 '윤석열 바라기'가 정점을 이루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보수가 이처럼 윤 총장을 바라보는 이유는 일단 현재 야권에 '인물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크다. 몇몇 잠룡들의 이름이 나왔지만 이들은 모두 대선 혹은 지방선거에 이미 출마를 했다가 낙마한 적이 있고 무엇보다 새로움이 없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중점사업인 '검찰개혁'에 강하게 반발하는 윤석열의 존재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또 국민의힘에서 윤석열을 앞세워 현 '김종인 체계'를 흔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앞서 장제원 의원의 글에서 '중심이 비대위에서 잠룡들로 옮겨진다'고 한 것도 이와 무관한 내용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보이며 반사 이익조차 얻지 못하고 있기에 현 체제를 바꿀 수 있는 인물이라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문제는 아직 그의 검찰총장 임기가 1년 정도 남아있고 자칫 정계에 입문할 경우 그 동안의 행적이 모두 '정치 행위'로 치부되면서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여기에 윤 총장의 장모 관련 의혹 수사 지시가 내려진 상황에서 정계 진출 및 대권 도전을 할 경우 그동안 의혹 수사를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공격을 피할 수 있을 지도 관건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자신의 SNS를 통해 "본인 가족 사건이 얽혀있어 검찰총장을 그만두기도 어렵고 임기를 다 채우면 내년 8월에나 정치를 하게 되는데 이미 그 때는 늦다.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순간 '총장 시절 정치행위가 국민의힘 입당하려고 그랬냐'는 저항에 부딪쳐 그 순간 그의 지지율은 떨어지게 돼 있고 그렇다면 국민의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윤 총장의 지지율 상승은 국민의힘에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고 도리어 도토리 잠룡들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시영 윈지코리아대표는 지난 26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단기에는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볼 때 '우리 쪽으로 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지지율 높은 인사가 있기에 대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어 희망적이지만 실제로 대선에 뛰어들 것인지가 문제이고, 검찰 이슈 말고 다른 국가 의제에 대해 과연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런 걱정도 있을 것이고 나머지 후보들이 뜰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차단되기에 원희룡, 오세훈, 유승민 등의 분들을 좋아했던 분들은 굉장히 곤혹스러울 것이다. 양날의 검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당장의 지지율은 높아질 수 있지만 이 지지울이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고 검찰총장을 사임하고 정치에 뛰어드는 것도 상당한 모험을 필요로 하는 것이 윤 총장의 현 상황이다. '윤석열만 바라보는' 보수의 모습은 수차례 선거에서 패했음에도 여전히 새로운 것을 내세우지 못하는 보수의 현실을 보여준 것이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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