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도박, '승부수' 혹은 '최악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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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도박, '승부수' 혹은 '최악의 수'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11.0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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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원 투표 통해 '보궐선거 공천' 결정, 야권 여성계 큰 반발
패배시 대선 '빨간 불', 국민의힘 인물난 및 지지율 정체 '승리 가능'
진보 진영 반발 및 여성 유권자 거부, 패배시 '민주당 책임론' 불거질 수도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 사진=더불어민주당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 사진=더불어민주당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을 전당원 투표를 통해 확정했다. 야권과 여성계가 일제히 민주당의 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고 민주당은 '후보 공천은 공당의 책임'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비난을 무릅쓰고 2022년 대선을 위한 '승부수'를 던진 셈이지만 자칫 무공천 약속은 물론 진보 진영이 등을 돌리게 만드는 '악수'가 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9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있는 선택이 아니며 오히려 후보 공천을 위해 시민들로부터 심판을 받는 게 책임있는 도리라는 생각에 이르렀다"면서 전당원 투표를 통해 공천 여부를 결정짓겠다고 밝혔다. 2015년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 잘못'으로 보궐선거가 열릴 경우 후보자를 공천하지 않겠다는 당헌을 개정한다는 것이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3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전체 조항은 그대로 두면서 '전당원 투표로 달리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붙이는 것"이라고 하면서 "여당이 공당으로서 후보를 내지 않을 때 선택권에 제약이 올 수 있고 우리 당에 잘못이 있다고 해도 오히려 더 좋은 정책, 더 좋은 후보로 시민들의 심판을 받는 것이 더 책임있는 자세라는 판단에서 결단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이같은 결정에 야권은 크게 반발했고 여성계도 크게 반발했다.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등은 30일 공동 성명을 통해 "민주당은 선출칙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서 근본적 성찰도 없이, 재발방지와 책임있는 대책도 없이, 2차 피해에 대한 제지와 중단 노력도 없이, 피해자 일상 복귀를 위한 사회적 환경 개선 노력도 없이, 오로지 권력 재창출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민주당 지도부는 당헌 개정 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사건 해결과 재발 방지를 위해 책임을 다해 임하라. 이것만이 재보선 선거 초래에 책임지는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2일 민주당은 전당원 투표 결과 86.64%의 찬성으로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결정했다. 이낙연 대표는 가결 뒤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취지를 이해해준 당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면서 "당원의 뜻이 모아졌다고 해서 서울, 부산 시정에 공백을 초래하고 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잘못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다.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리고 피해 여성께도 거듭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도부가 이미 결정을 내린 상황에서의 '전당원 투표'는 사실상 당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이며 낮은 투표율로 인해 당원의 뜻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말바꾸기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당원들에게 책임을 미룬 민주당 지도부의 비겁한 행태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투표율 26%, 투표권자의 3분의 1이 되지 않은 상황으로 당규상 의결정족수도 차지 않았는데 의결 절차가 아니라 의지를 묻는 전당원투표이기에 괜찮다는 변명도 일삼고 있다. 무책임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2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이낙연 대표가) 내년 서울시장 선거가 너무 중요하기에 어떤 경우라도 이 서울시장 선거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솔직히 밝히고 국민들에게 당헌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는 게 더 솔직한 모습이 아닌가 싶다. 지도부의 결단이 아닌 당원 투표를 했다는 것은 당원들에게 책임을 미룬 것이고 들러리로 이용한 것이다. 무리수를 둔 이상 재보궐선거의 책임은 이낙연 대표가 져야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숱한 비난 속에서 민주당이 '무공천 당헌' 개정을 진행한 것에 대해 사실상 이낙연 대표가 '대선 승부수'를 걸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울과 부산이라는, 1300만명의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아야하는 곳에서 만약 실패할 경우 다음 해 대선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고 특히 서울시장을 놓칠 경우 후유증이 더 크기에 비난 속에서도 승부수를 뒀다는 점이다.

한편으로는 민주당이 후보를 낼 경우 승리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 때문에 강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시장의 경우 국민의힘 후보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서울시장도 하마평이 나오고 있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침묵을 지키고 있고 인물난, 지지율 정체 등 악순환의 거듭, 여기에 '국민의힘만은 안 된다'는 몇몇 유권자들의 생각도 민주당의 공천을 부추긴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두 전직 시장의 성추행(오거돈 전 부산시장) 및 성추행 의혹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박원순 전 서울시장)으로 치러지게 된 만큼 진보 진영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물론 여성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거부감을 표시할 경우 오히려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선거 연대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중도층까지 등을 돌릴 가능성도 있기에 과거 완주한 진보진영이 비난받았던 전례와는 달리 이번에 패할 경우 '민주당 책임론'이 불거지고 자칫 이낙연 대표의 대권 가도는 물론 정치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2일 민주당의 공천 확정을 두고 "제 얼굴에 침을 뱉는 것", "민주당의 민낯에 참으로 얼굴이 화끈거린다", "민주당 역사의 오명으로 남을 것" 등 격한 표현의 발언을 했고 이를 의식한 듯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2일 "여당 지도부이기 전 한 여성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모든 비판은 저희 지도부에게만 해달라. 원칙을 저버렸다, 공천 자격 없다는 비난은 달게 받겠다. 당원은 잔인한 선택을 강요받은 죄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례없는 정의당의 맹비난을 견뎌야하는 게 현 민주당의 상황이다.

한 마디로 이번 민주당의 공천 결정은 도박이 된 셈이다. 대선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우군으로 삼아야하는 이들의 신뢰를 잃게 될 경우 동력을 잃을 가능성도 크다. 민주당의 도박으로 이제 5개월 남은 '미니 대선'의 불길이 당겨졌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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