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장관님 총장님, 탕평채 드시며 '티키타카'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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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장관님 총장님, 탕평채 드시며 '티키타카' 하시죠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0.11.0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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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평채. 사진=위키트리
탕평채. 사진=위키트리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최근에 총장이 뭐라 흉을 딥따 보고 나니까 이번엔 장관이 조목조목 지청구를 하던데 그 모습이 보기 좋았나요? 전 별로더라구요.

대개 한 사람이 먼저 “그 사람 아주 훌륭해요.”라 하면, 당사자는 얼른 “아녜요. 절 좋게 말한 사람이 더더더 훌륭하답니다.” 이래야만 모양이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티키타카'는 스페인어입니다. 'tiqui-taca'라 쓰는데,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으로 짧은 패스를 죽이 잘 맞게 빠르게 주고받는 축구 경기 전술'을 의미하지만 최근에는 경쾌하게 말을 주고받는 ‘썩 괜찮은 대화’를 뜻하는 말이 됐지요. 그런데 두 사람은 티키타카가 안 됐죠.

그럼 '소떡소떡'은 어떨까요? 비엔나 소시지와 가래떡을 연달아 꽂아 구운 뒤 붉은 소스를 묻혀 케첩이나 머스타드, 다진 견과류 등을 곁들여 먹는 음식입니다. 소시지와 떡, 맛과 모양은 다르지만 함께 어울려 제3의 맛을 내는 먹거리가 된 거죠.

각기 성격 상이한 레시피를 섞은 것이 조선시대에 개발된 기가 막힌 음식 ‘탕평채’입니다. 당파 싸움이 극에 달하고 진영 갈등이 2020년 여름 홍수 때처럼 걷잡을 수 없자 붕당정치를 막기 위해 임금이 하사한 음식이었습니다. 荡平菜!

오방색의 완벽한 구현으로 어느 한쪽으로의 치우침 없이 조화와 화합을 중시하는 음식이 탕탕평평(蕩蕩平平)이라는 말에서 유래한 탕평채인데요, 이 이름의 탄생에는 조선시대 청와대, 궁중의 놀랍고도 슬픈 사연이 있습니다.

조선 21대 킹 영조의 엄마는 궁중에서 일하는 여인 중 가장 낮은 계급 ‘무수리’이었습니다. 영조는 소론이 정통성에 시비를 걸자, 영식 사도세자가 소론과 가까운 사이였던 것을 알고, 부하 깜냥도 안 되는 아들놈이 감히 임금의 자리를 넘본다는 심한 오해에 시달렸습니다. 그러다가 어떻게 했죠? 급기야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이고야 말잖습니까. 아, 요즘 쌀통엔 숨 쉬는 구멍이 있는데...ㅠㅠ

“아차차! 이거 아니었어!!” 뒤늦은 후회, 무슨 소용이 있을까만, 영조는 자신의 잘못을 크게 뉘우치는 동시에 당파 X, 인물 O 위주로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세프 백종원을 시켜 ‘탕평채’라는 음식을 만들고 ‘탕평책’을 폈죠. 

그래서 요즘도 쓰죠. “이번 인사를 봤더니 친 김재화도 있지만 반 김재화도 있고, 중도 성향의 아리까리 인물도 있어서 탕평인사라 할 만 하더군!”

젊은 사람들 위주로 많이 쓰는 ‘자만추’라는 말도 아시나요? 자장면 먹으면서 만두를 추가하는 건데요, 다른 뜻도 있습니다. ‘자’연스런 ‘만’남 ‘추’구의 앞 글자죠.

그러니까 소개팅이나 맞선 같은 제 3자의 인위적인 콘트럴이랄까 그런 게 없이 둘이서 눈에 하트 불빛 뿅뿅 튀기면서 다정하게 만난다는 의미가 됩니다

앞서 말한 장관과 총장도 이렇게 자장면과 만두를 섞어 드시면서 국가운영을 논해 주십사 하는 거죠. 누가 음식값 낼지 모르겠지만 혹 여유가 있다면 탕평채도 함께 드시면 두 사람의 생각이 잘 섞이고 말도 극단으로 치닫는 살벌함이 눈 녹듯 하리라고 이 연사 목소리 높여 외칩니다!!  

그러면 두 사람은 곧 ‘처돌이’가 됩니다. 이건 또 무슨 말이냐고요? 치킨집 마스코트 이름에서 나온 건데요, ‘무슨무슨처돌이’의 형태로 쓰며, ‘쳐 돌아버릴 정도’로 팬이라는 의미입니다.

우리 백성들 또한 당신들께 손바닥 핏줄 터지도록 박수 보내드릴게요. 됐죠?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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