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비장애인 함께하는 ‘어울림플라자’ 이대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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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비장애인 함께하는 ‘어울림플라자’ 이대로 끝?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11.0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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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건설 계획에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 중심 반대 계속
서울시 “‘통학로 안전 문제’ 거론하지만 장애인 혐오도 한 이유”
학교장 ‘서울시 안전 계획서’ 거부로 추진 불가, ‘가이드라인 개정’ 주장도
어울림플라자 조감도. 사진=서울시
어울림플라자 조감도. 사진=서울시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조성하는 장애인, 비장애인 공동 문화복지공간 '어울림플라자' 건립이 좌초 위기를 맞았다. 인근 초등학교의 학부모들이 장애인 시설 건립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여기에 정부가 만든 가이드라인의 절차상 문제까지 겹치면서 추진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지난 2017년 8월, 서울시는 "강서구 등촌동 공항대로 (구)한국정보화진흥원 부지에 주민과 청소년, 어르신, 장애인이 장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 복합단지인 '어울림플라자'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도서관과 피트니스센터, 갤러리와 공연장까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이용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 복지 시설을 한 곳에, 전체 공간을 무장애 건물로 설치하는 전국 최초의 단지"라고 어울림플라자를 소개했다.

서울시는 2013년 구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이전한 사업부지를 매입한 후, 2016년부터 본격적인 계획에 착수했다. 하지만 주민설명회에서 '장애인 시설은 안 된다'는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며 계획은 계속 지연됐다.

지난 7월 30일, 서울시는 세부 계획을 수정한 내용을 발표하며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역주민들의 주차장 면적과 주민편의시설 확대 등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했고, 장애인 치과치료에 대한 수요와 전문성을 고려해 병원급 장애인치과병원을 조성하는 등 세부 시설 계획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어울림플라자에는 장애인 연수시설과 장애인치과병원, 장애인 IT관련 기업이 입주할 기술종합단지를 비롯해 주민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공연장, 수영장 등 시설이 들어선다. 지상 5층, 지하 4층 규모로 지하에는 주차장과 주민편의시설이 들어서며 3~5층에는 장애인 연수시설 및 기술종합단지, 장애인 치과병원이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 인근에 위치한 백석초등학교의 학부모들이 이 계획을 크게 반대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진흥원 건물 철거와 어울림플라자를 짓는 기간동안 아이들 통학로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속내에는 장애인 시설이 들어서는 것에 대한 혐오가 숨어있다. 주민들과 계속 소통을 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고 학교장도 '학부모들이 반대하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정부가 만든 가이드라인의 절차상의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교육부가 지난해 4월부터 시행 중인 '통학로 안전대책협의회 구성·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학교 경계로부터 직선거리 200m, 또는 주출입문으로부터 300m 이내 공사'의 경우 사업자가 해당 학교장에게 '통학로 안전 확보 계획서'를 제출, 승인을 받아야 착공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이에 서울시는 백석초등학교에 안전확보 계획서를 2차례나 제시했지만 역시 '안전 미확보'를 이유로 모두 '수용불가' 답변을 받았다.

문제는 '수용불가' 답변을 받아도 이를 제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운영 절차에 따르면 학교장은 계획서를 미수용할 경우 교육지원청에 '안전대책협의회' 구성을 요청하도록 되어있지만 학교장이 안전대책협의회 구성요청을 하지 않는 경우 안전대책협의회 운영 절차의 진행은 물론 공공사업 자체의 진행 여부가 모두 학교장의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를 막을 방법이 현재 전무하다.

현재 백석초등학교는 협의회 구성요청을 하지 않고 있으며 구 진흥원 건물의 철거를 책임지는 강서구청은 "정부 지침상 교장이 안전확보 계획서에 동의를 하지 않으면 철거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학교장이 계속 불수용을 유지한다면 건립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개정을 교육부에 계속 건의했지만 교육부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주민과 사업주체가 협의를 해야하는 것이지 가이드라인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는 말을 전했다.

지난달 26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단과 박재열 백석초등학교 교장과의 면담에서 박 교장은 "장애인 건물이라고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학부모들과 서울시가 합의가 되지 않아 통학로 안전대책협의회 구성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대는 "협의회 구성을 할 수 없다는 것은 가이드라인에서 학교장에게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것이며 통학로 안전의 문제는 안전대책협의회를 하루 빨리 구성해 심의해야할 문제다. 면담을 통해 학교장의 '갑질'로 공사가 지연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페연대 상임대표는 "학교 측은 '우리가 걱정하는 건 아이들의 안전 뿐'이라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서울시의 계획서를 두 번이나 거절할 이유가 없다. 거절한 이유도 말하지 않았고 학교장의 권한인 협의회 구성에 대해서도 묵묵부답하며 '학부모들과 서울시가 합의를 해야한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나중에는 '학부모들의 민원이 많기에 어쩔 수 없다'는 말도 나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관계자들을 만나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관계자들의 고견을 들어봐야하는 문제이기에 학교와 서울시, 강서구 관계자들을 만나 그간 추진했던 것들, 학부모 의견, 애로사항 등을 논의하고 의견을 수렴하려한다. 당장 가이드라인 개정이나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각계의 상황을 듣고 협의하는 과정을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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