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교정시설 도서 반입 제한', 계속되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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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교정시설 도서 반입 제한', 계속되는 논란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11.0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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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시행 중지' 권고 "수용자 보호 의사에 반한 지침"
'도서 구독' 허용한 형집행법, '기본권 보장' 헌법 위반 주장도
'금지물품 반입 막기 위한 것' 법무부 입장에 '직무유기' 의혹도
지난해 12월 시민단체들이 교정시설 도서반입 불허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2월 시민단체들이 교정시설 도서반입 불허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교정시설 수용자들의 도서 반입을 제한한 법무부의 지침에 대해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시행 중지'를 권고했다. 법무부는 도서 반입을 통한 금지물품, 음란서적 반입을 막기 위한 방법이며 예외 사유를 늘리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수용자들의 도서접근권을 막고 있는 '편의주의적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어 법무부의 인권위 권고 수용 여부와 함께 관련 행정소송 결과도 주목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교정시설 수용자에 대한 우송 및 차입 방식의 도서 반입을 불허하고 수용자가 영치금으로 직접 도서를 구입하도록 하는 '수용자 우송, 차입 도서 합리화 방안'을 전면 실시했다. 법무부는 도서 반입을 통해 마약, 음란물 등이 적발된 사례를 거론하면서 "수용자 수발대행업체 등을 통한 금지물품 및 음란서적 반입으로 교정시설의 질서유지와 수용자 교정교화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증가함에 따라 수용자 우송, 차입 도서 합리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치금으로 도서를 구매하게 함으로써 불평등 문제가 제기됐고 중고서적이나 절판 도서 등 서점에서 구입할 수 없는 도서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며 구입 가능한 도서가 실질적으로 제한되는 등 수용자의 정보접근권,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논란의 중심이 됐다.

지난 2019년 12월 인권단체 '전쟁없는세상'은 양심적 병역거부로 교도소에 수감된 수용자들에게 소설책과 절판으로 인해 중고서점에서 구입한 종교도서, 여성학 도서를 반입하려 했으나 차입이 거부되자 법원에 도서차입 불허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 및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또 올해 3월에는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에 항의해 주한 미국 대사관저에서 시위를 하다 구속되어 구치소에 수용된 김모씨 등 3명의 수용자가 노동사회과학연구소, 구속노동자후원회가 배송한 연구소 기관지, 종교서적, 건강정보서적들이 법무부에 의해 반송됐다. 연구소에 따르면 지침이 내려지기 전에는 책들이 반송된 예가 없었으며 반송 후 구치소 교도관이 연구소에 전화를 해 "도서 우송을 허가할 수 없으니 앞으로는 우편으로 도서를 보내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결국 수용자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고 이를 통해 '시행 중지' 권고가 나온 것이다.

인권위는 "수용자의 자유롭고 폭넓은 도서 열람은 수용 목적인 교정, 교화에 도움을 주어 그 자체로 교정기관의 안전과 질서유지에 기여하는 바가 크고, 본질적으로 공익에 해가 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려운 바 원칙적으로 이를 최대한 보장해주는 것이 형집행법의 입법 목적에도 부합한다"고 권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도서 교부를 받을 권리를 보호하는 객관적인 입법 의사를 고려할 때, 불허 사유가 있는지는 각 교부 신청 시마다 구체적으로 판단되어야 하고, 그 입증 책임 역시 불허 처분을 하는 교정기관에 있다"면서 법무부 지침에 대해 "원칙과 예외를 반대로 적용해 법령에서 예정하지 않은 사유로 구체적인 판단없이 도서 반입을 제한하는 처분이며 수용자가 도서를 소지하고, 외부로부터 자유로이 구독, 교부받을 수 있도록 보호한 객관적인 입법 의사에 반하는 업무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 지침이 형집행법에 위배된다는 '위법 논란'도 지적되고 있다. 형집행법 제47조 2항에서 소장은 수용자가 구독을 신청한 도서가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 따른 유해간행물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독을 허가하도록 하고 있다. 또 법에서 제시한 '유해간행물'이란 '국가의 안전이나 공공질서 또는 인간의 존엄성을 뚜렷이 해치는 등 반국가적, 반사회적, 반윤리적 내용의 유해한 간행물로 간행물윤리위원회가 심의 결정한 것'이라고 되어 있다.

이 때문에 법에서 소장의 자의적인 구독 불허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법률 위엄없이 알 권리를 제한한 것은 형집행법은 물론 기본권을 보장한 헌법에도 위배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법무부는 '행정편의적 접근'이라는 비판에 대해 "차입도서 반입 제한 예외 사유를 폭넓게 인정해 수용자 도서 접근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앞의 인권위 진정 사례처럼 시설 측이 아예 우송 자체를 금지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어 비판이 더 거세진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법무부는 금지물품 반입 및 우송 방지를 이유로 지침을 시행한다고 하는데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품의 경우에는 반드시 중간에 검수를 하게 되어 있다. 법무부의 말대로 도서를 통해 마약이나 음란물이 들어왔다는 것은 중간에 검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미고 이는 수용시설 담당자들이 직무유기를 한 것이다. 이를 수용자의 부담으로 넘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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