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 터전 뺏기? 비판받는 '하동 알프스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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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가슴곰 터전 뺏기? 비판받는 '하동 알프스 프로젝트'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11.1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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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하동군 '지리산 산악열차' 등 관광단지 조성 협조
환경단체 "멸종위기 동물 삶터 뺏어, 당장 멈춰야"
반달가슴곰 생존 및 분포 파악 없이 진행 '그린뉴딜 역행'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를 외치는 환경단체 회원들. 사진=반달곰친구들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를 외치는 환경단체 회원들. 사진=반달곰친구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기획재정부와 경남 하동군이 관광객 유치를 위한 '하동 알프스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지리산 형제봉에 산악열차와 케이블카, 모노레일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국제 보호종인 반달가슴곰의 삶터를 빼앗고 자연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반달가슴곰의 생존 여부에 대한 확인이나 정보 없이 추진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8년 윤상기 하동군수는 공약으로 화개~악양~청암면 해발 1000m의 궤도열차 15km와 모노레일 5.8km, 휴양시설 등을 설치하는 '알프스하동 프로젝트'를 내걸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정부로부터 '규제특례를 통한 산림휴양관광 시범사례'로 선정됐고 올 7월 하동군은 "오는 2024년까지 1650억원을 투입해 모노레일과 산악열차를 개설하고, 정거장 6개소와 리조트형 호텔, 상상미술관, 별천지 과학관 등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군은 또 금오산 정상~청소년 수련마을 일원에 민자 500억원을 투입해 케이블카 2.5km와 상하부 정거장 1식을 갖추는 '금오산 케이블카 설치사업'과 횡천~적량~하동읍을 연결하는 레일 MTB조성, 섬진강 뱃길복원 및 수상레저기반사업 등도 제시했다.

앞서 지난 6월 기획재정부는 '한걸음 모델 회의'를 통해 알프스하동 프로젝트는 '3대 우선 추진과제' 중 하나로 확정하고 "급증하는 신사업 도입과 관련한 갈등을 세련되게 조정, 해소하는 계기가 되어야하며 특히 3대 우선 추진과제는 금년내 상생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에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한다"고 밝혀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자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은 7월 성명에서 "(산악열차를 만든다는) 지리산 형제봉 일대는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이며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는 지역이다. 이러한 사업은 반달가슴곰의 삶터를 빼앗을 것이며, 삶터를 빼앗긴 반달가슴곰이 민가 가까이로 내려와 반달가슴곰과 주민 간의 충돌 가능성을 높일 게 분명하다. 기재부가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면 지금 당장 멈추는 것이 행정력 낭비를 막고, 지역갈등을 최소화하는 길일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실제로 지난 20년간 구례, 남원, 함양, 산청 등 지리산권 4개 지자체가 지리산국립공원 주요 봉우리에 케이블카를 올리려 시도했고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자연공원법을 개정하며 개발을 추진했지만 지리산국립공원의 생태적 가치 등이 전해지고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반대 의견을 표명하면서 모두 무산된 바 있다. 

특히 이번 개발은 반달가슴곰의 터전을 뺏는다는 점에서 환경단체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천연기념물 제329호인 반달가슴곰은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된 야생동물이며 이 때문에 정부에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진행해왔다. 이처럼 어렵게 반달가슴곰을 복원시킨 곳을 개발하겠다는 기재부와 하동군의 결정에 환경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반달가슴곰의 생존 여부에 대한 확인도 없이 사업을 추진시켰다는 점에 대해 기재부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는 중이다.

2004년에서 2020년 상반기까지 형제봉 일대에서 위치추적된 반달가슴곰 분포도. 분포도의 선은 사업 계획도로 붉은 선은 산악열차, 파란 선은 케이블카, 초록 선은 모노레일이다.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는 곳에 건설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진=반달곰친구들
2004년에서 2020년 상반기까지 형제봉 일대에서 위치추적된 반달가슴곰 분포도. 분포도의 선은 사업 계획도로 붉은 선은 산악열차, 파란 선은 케이블카, 초록 선은 모노레일이다.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는 곳에 건설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반달곰친구들

반달곰사람들 측은 "지난 6월 25일 하동군이 1차 회의에서 제출한 자료에는, 형제봉 일대가 반달가슴곰의 주활동 범위에 포함되지 않고, 모니터링 결과 3회 출현 흔적만 발견된다고 되어 있다. 하동군은 자료 취합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기재부는 잘못된 정보에 근거해 이 사업을 회의 의제로 선택했다"면서 "이 사업에 의한 산악열차와 케이블카, 모노레일 계획도와 위치 추적된 반달가슴곰 동면굴 위치, 2004년에서 2020년 상반기까지 형제봉 일대에서 위치 추적된 반달가슴곰 분포도를 비교해보면, 형제봉 일대는 그야말로 반달가슴곰의 삶터"라고 전했다.

하동군은 '내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곰과 상생할 수 있도록,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하동군과 기재부 모두 아직까지 명확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계획 강행을 추진할 것으로 보여 갈등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결정이 정부의 '그린뉴딜'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친환경 정책을 내걸었음에도 오히려 정부 부처가 반달가슴곰의 터전을 무너뜨리는 환경 파괴에 앞장섰다는 점에서 비판의 강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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