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비밀번호 잠금해제 강제'를 보는 시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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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비밀번호 잠금해제 강제'를 보는 시선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11.1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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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한동훈 검언유착 의혹, 비밀번호 몰라 수사 난관" 법 검토 지시
야당 및 진보단체 반발 "헌법상 진술거부권, 피의자 방어권 정면 침해"
법무부 "합리적 방안 마련", '위헌 소지' 막는 것이 가장 큰 숙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언유착' 의혹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의 수사 비협조를 비판하면서 휴대전화 비밀번호 잠금해제를 강제할 수 있는 법 제정을 지시한 것에 대해 '인권침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논쟁이 나오고 있지만 진보단체에서도 이 법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으며 여당 내에서도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감정적인 대립보다는 신중한 논의가 우선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는 지난 12일 "채널A 사건 피의자인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례와 같이 피의자가 휴대폰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영국 등 외국 입법례를 참조해 법원 명령 등 일정요건 하에 그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 시 제재하는 법률제정 검토를 (법무장관이) 지시했다"고 밝혔다.

추미애 장관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피의자가 압수대상 증거물인 핸드폰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수사가 난관에 봉착했다고 한다. 인권수사를 위해 가급적 피의자의 자백에 의존하지 않고 물증을 확보하고 과학수사기법으로 전환해야하는데 핸드폰 포렌식에 피의자가 협력하지 않는다면 과학수사로의 전환도 어렵다고 본다"며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 장관은 "영국은 암호를 풀지 못할 때 수사기관이 법원에 암호해독명령허가 청구를 하고 불응하면  국가안전이나 성폭력 사범 5년 이하, 기타 일반사범 2년 이하로 각각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 네덜란드, 호주에서도 암호해제나 복호화 요청 등에 응하지 않는 경우 형사벌로 처벌하는 법제를 갖고 있다"는 근거도 밝혔다.

그러자 이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성명을 통해 "휴대폰 비밀번호는 당연히 진술거부 대상이 되며 이를 밝히지 않는다고 제재를 가한다면 헌법상 진술거부권과 피의자의 방어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추 장관에게 법률 제정 검토 지시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헌법 제12조 2항에 따라 누구나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자기부죄거부의 원칙'이 있고 형법 제155조에도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등은 처벌하지만 자신의 범죄에 대해서는 그 구성요건해당성 자체를 배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검토 지시 법률은 이에 배치된다는 것이 민변의 주장이다.

민변은 또 "영국 수사권한규제법(RIPA)에 따르더라도 복호화명령(암호키의 제출 명령 등)이 갖는 기본권 침해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당해 명령의 허가를 위해서는 국가의 안보, 범죄예방, 공공복리에 필요한 경우, 또는 공공기관이나 법적인 권한, 의무의 적절하고 효율적인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 등 엄격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만 인정하고 있지만 이런 영국의 법 제도도 큰 비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13일 "(이번 법률 검토는) 과거 이명박 정부가 도입을 추진했다가 인권 침해 논란이 일어 폐기됐던 '사법방해죄'를 다시 도입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법무부는 최근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사실상 거의 그대로 남긴 '수사권조정 시행령' 입법을 강행하고 공판중심주의와 인권 수사 정착을 위해 필수적인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도 1년이나 뒤로 유예했다. 사법방해죄 도입으로 검찰에게 또 하나의 반인권적인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발상은 검찰개혁 취지에도 정반대로 배치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진보야당도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13일 자신의 SNS에 "진술거부권, 묵비권은 수사를 하는 기관의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지만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면서 "핸드폰 비밀번호를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처벌한다면 우리는 또다른 무엇으로 처벌받게 될 지도 모른다.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며 힘들게 이룩한 민주주의의 가치를 후퇴시키지 말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자 법무부는 13일 "n번방 사건, 한동훈 검사장 사례 등을 계기로 인터넷 상 아동 음란물 범죄, 사이버 테러 등 새로운 형태의 범죄에 관한 법집행이 무력해지는 데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고민이 있었다"면서 "자기부죄금지원칙 및 양심의 자유, 사생활 보호와 조화로운 합리적 방안 마련을 위해, 법원의 공개명령 시에만 공개의무를 부과하는 등 절차를 엄격하게 하는 방안, 형사처벌만이 아니라 이행강제금, 과태료 등 다양한 제재방식을 검토하는 방안, 인터넷상 아동 음란물 범죄 및 사이버 테러 등 일부 범죄에 한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발표했다.

법무부는 이번 법안이 한동훈 검사장 문제와 더불어 N번방 사건 등 사이버 범죄에 대한 대응을 위한 조치라면서 일부 범죄 한정, 엄격한 절차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위법 소지를 없애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휴대폰 개인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는 것은 피의자에게 강압 진술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논리가 맞서면서 위헌 소지가 법 제정의 가장 큰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민주당은 일단 당론으로는 채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인 가운데 비판 속에서도 신중하게 처리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회 법사위 여당 간사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1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당과 상의해서 법 개정을 추진하는 단계 자체가 아니었다"면서 "정치 쟁점화된 한동훈 검사 사건보다는 고도화되는 디지털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야기가 되면 나았을 것이다. 야당도 20대 국회에서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내놓은 적이 있었다.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고도화된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입법적 노력과 논의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개인의 인권을 우선시해 왔다는 측면에서 볼 때 추 장관이 말씀하신 부분이 공감대를 얻기는 아직 부족하다. 수사의 필요성이 높아졌기에 국민적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먼저"라고 밝혔고 박성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16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비밀번호 강제 해제가 의무사항이 되기 시작하면 별건 수사를 할 수 있는 위험까지 예측되기에 사안 자체가 과하게 논의된 측면이 있다. 법무부도 한 발 뒤로 물러섰기에 일단 우려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인권 침해' 요소가 분명 있기에 법안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건 분명하지만 감정적인 시각이나 쟁점화를 위한 시각으로 볼 경우 디지털 범죄를 막을 수 있는 공론의 장이 깨진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이번 법 제정 논란은 법 내용을 잘 살피면서 신중한 논의를 통해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한 사항이 됐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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