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칼럼] 인식개선교육, 장애가 아닌 능력을 보는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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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칼럼] 인식개선교육, 장애가 아닌 능력을 보는 창 
  • 김철환 활동가
  • 승인 2020.11.2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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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공무원시험 면접에서 탈락한 청각장애인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나온 직후 장애인단체들이 항소를 제기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철환
지방 공무원시험 면접에서 탈락한 청각장애인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나온 직후 장애인단체들이 항소를 제기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철환

[시사주간=김철환 활동가] “장애를 보지 말고 능력을 보라.” 몇 년 전 한 공공기관이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하여 진행했던 캠페인의 문구다. 이 문구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2016년에 실시한 인식개선 공모전에서 포스터분야 수상 작품이기도 하다.

이와 유사한 문구들은 장애인의 능력에 시선을 맞추어야 한다는 의미로 종종 쓰인다. 이런 문구를 보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장애인들의 능력이 발휘되는 세상이 올 것만 같고, 사회 정의가 성큼 다가서는 느낌도 갖게 한다. 그럼에도 현실에서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내용이다.
 
장애는 대체로 겉에 드러난다. 하지만 능력은 드러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인간의 판단은 객관성을 유지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치우친다. 경험이나 지식, 사회의 인식, 문화라는 프리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프리즘을 통하여 판단하고 사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술연구(질적 연구)에서는 판단중지(epoché)를 한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나 편견을 괄호 치기(판단중지)를 통하여 배제시키는 것이다. 자신의 판단을 내려놓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훈련을 거치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 장애인에 대하여 자기도 모르게 치우치는 인식도 배제시킬 수 있다. 현재 시행중인 장애인인식개선 교육(인식개선교육)이 장애인에 대대 가지고 있는, 가질 수 있는 편견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2018년 한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 시험에서 필기시험에 합격한 청각장애인이 있었다. 하지만 이어진 면접에서 그 청각장애인은 탈락했다. 청각장애인은 구화(口話)로 소통하는 청각장애인이었는데, 면접과정에서 ‘왜 수어를 사용하지 않느냐’, ‘일상에서 어떻게 소통하느냐.’, ‘SNS를 사용하지 못하는 민원인과 어떻게 소통을 할 것인가’ 등 질문을 이어갔다. 하지만 청각장애인의 답변이 시원치 않다고 면접위원들이 판단했는지 최하위의 점수를 받아 떨어진 것이다.

면접 진행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 면접 과정에서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해당 청각장애인에게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 의례히 음성(말)으로 물으면 음성으로 답변을 할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면접위원장이 면접위원들에게 청각장애인이 수어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고지하여 의사소통이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을 만들어 버렸다.

과거와 달리 청각장애인도 민원인과 소통이 가능하다. 전화업무의 경우 전화 중계를 하는 손말이음센터나 수어 등 통역을 지원하는 수어통역센터가 있다. 청각장애인 듣기 어려워 처리하기 어려운 업무나 소통을 지원해주는 근로지원인 제도도 있다. 그리고 문자로 업무 등을 지시할 수 있는 단말기에서부터 말소리를 문자로 전환해주는 앱(애플리케이션) 등 업무를 수행하는데 지원받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즉, 면접 준비과정에서 청각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리고 면접위원들은 늘 하던 방식대로 말을 잘해야 하고 잘 들어야 업무도 잘 할 것이라는 생각에 갇힌 것이다. 그리고 청각장애인이라면 의례히 수어를 배워야하지 않느냐는 관념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면접에 참여한 청각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장애인과 같은 경험을 해보지 않고서는 장애인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장애인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길 수 있다. 올바로 보지 못하고 자신의 시각에 갇힐 수 있다. 그래서 앞서 지적했듯 인식개선교육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공기관들이 인식개선교육의 의무를 잘 지키지 않는다 한다. 한국장애인개발원(2019)에 따르면 35%가 넘는 공공기관들이 인식개선교육을 준수하지 않는다 한다.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국가기관도 2449곳 중 절반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인의 능력을 보자’라는 외침은 허망하기만 하다. 

따라서 이제는 구호를 앞세우기보다 좀 더 실질적인 실천들이 나와야 한다. 장애인인식개선 교육을 강화하고 편견에 갇힌 생각을 걷어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늘어나야 한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학교 교육과정에서 장애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SW

k646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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