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칼럼] 작은 악마와 빵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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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칼럼] 작은 악마와 빵 조각
  • 오세라비 작가
  • 승인 2020.11.3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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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오세라비 작가] 세상이 참으로 어지럽고 뒤숭숭하다. 코로나19는 또 다시 확산돼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됐다. 이런 와중에 집값·전셋값 폭등세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그런가하면 정치권 상황은 혼돈 그 자체다. 현 정권은 ‘검찰개혁’을 지상과제로 내세웠다. 그러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감찰권 행사에 이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징계회부 사태까지 초래했다.

추 장관의 정치적 압박이 향하는 종착역은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추 장관의 결정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임기가 법률적으로 정해진 검찰총장에게 사퇴를 종용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정 상황이 이렇게 꼬여도 대통령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도대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며 하루하루 살기도 힘겨운 국민들은 이를 납득하기 어렵다.

민주주의·법치주의의 원칙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음은 명확해 보인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여당의 책임정치는 실종됐고, 추 장관이 휘두르는 권력의 칼바람 소리만 온 나라에 요란하다. 정말이지 심란한 나날의 연속이다.

필자는 마음이 산만하고 갈피를 잡지 못할 때는 위대한 문호 레오 톨스토이의 작은 단편소설을 읽곤 한다. 톨스토이가 말년에 남긴 짧은 단편집에는 삶에 대한 심오한 교훈들이 듬뿍 실려 있다. 그의 단편집을 뒤적이다 <작은 악마와 빵 조각> 이야기가 눈을 사로잡는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가난하지만 언제나 성실한 농부는 아침 일찍 밭일을 나오며 작은 빵 조각을 챙겨 온다. 밭일을 하다 먹으려고 빵 조각을 외투로 싸 덤불 밑에 잘 놓아둔다. 이때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농부를 지켜보던 작은 악마가 그 빵을 냉큼 먹어치웠다.

밭일을 하다 시장한 농부는 덤불에 둔 빵을 찾았으나 사라지고 없었다. 마음이 어진 농부는 누군가가 배가 고파 먹었겠지 생각하며 “빵이 필요한 사람이 먹었으면 다행이지” 라며 근처에 있는 우물물로 배를 채우고 일을 계속했다.

작은 악마는 착한 농부 이야기를 마왕에게 가서 전했다. 마왕은 분노하며 작은 악마를 오히려 야단을 쳤다. “네가 졌고, 그 농부가 이겼어” 인간의 욕심을 어떻게든 자극하여 죄를 짓게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마왕은 작은 악마를 내쫒았다. “3년 기한을 줄 테니 농부를 이겨야 돌아올 수 있다”는 조건도 걸었다.

작은 악마는 성실한 일꾼으로 가장해 가난한 농부의 일을 돕기 시작했다. 작은 악마는 농부에게 습지대에 씨를 뿌리라고 조언을 했다. 농부는 이상하게 여겼지만 그 말에 따라 씨를 뿌렸다. 그랬더니 그 해 가뭄이 들어 농부네 밭만 풍작을 이루고 다른 농부들은 농사를 망쳤다. 농부는 현명한 일꾼이 몹시 마음에 들었다.

다음 해 작은 악마는 농부에게 이번에는 언덕에 씨를 뿌리라고 조언을 했다. 그러자 홍수가 나 동네 농부들의 밭은 모두 떠내려갔지만, 농부의 밭은 풍년이 들었다. 가난한 농부는 제법 부유해졌다. 그러자 작은 악마는 풍부한 곡물로 술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악마의 꼬드김에 넘어간 농부는 잔뜩 으스대며, 빚은 술로 마을 잔치를 벌였다. 독한 술을 마시기 시작한 동네 사람들은 급기야 묵은 감정들이 폭발해 서로 멱살을 쥐고 싸우고 뒹굴고 세간살이를 다 부수며 마을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흡족해진 작은 악마는 마왕에게 달려가 보고했다. 마왕이 동네로 내려오니 과연 평화롭게 지내던 마을 사람들은 서로 한데 엉켜 욕설을 내뱉으며 싸움판이 끝나질 않았다. 마왕과 작은 악마는 짐승처럼 변한 농부들을 보며 만족하며 웃음을 지었다.

마왕은 작은 악마를 칭찬하며 무슨 수를 썼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작은 악마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한 일은 별거 아닙니다. 그저 농부들이 필요 이상의 농작물을 갖게 한 일이죠. 인간들은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빵 한 조각도 나눠먹으려 들지만, 그 이상을 소유하게 되면 저렇게 짐승처럼 변하죠.” 마왕과 작은 악마는 비로소 목적을 달성한 듯 기쁜 표정을 지으며 마을에서 사라졌다.

톨스토이의 짧은 이야기 속 교훈은 인간의 욕심과 욕망이 한계를 넘어서면 어떻게 변하는지 말하고 있으리라. 권력 또한 마찬가지로 필요 이상의 권력을 누리게 되면 반드시 잘못 휘두를 위험성을 안고 있다. 톨스토이의 이야기는 흡사 지금 벌어지고 있는 우리네 정치판을 보는 듯하다. 작은 악마의 속삭임은 언제든 우리 곁에 존재한다. 필요 이상의 욕망과 권력을 탐할 때, 주변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작은 악마의 목소리를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SW

murphy8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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