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 없는 여성가족부 및 산하 공공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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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 없는 여성가족부 및 산하 공공기관
  • 오세라비 작가
  • 승인 2020.12.2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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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16일 열린 '양성평등정책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여성가족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16일 열린 '양성평등정책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여성가족부

[시사주간=오세라비 작가] 여성가족부가 내건 슬로건은 ‘평등을 일상으로’다. 영문 공식 명칭은 ‘Ministry of Gender Equality & Family’로 성평등 실현 및 가족 관련 사무를 관장하는 정부 중앙행정기관이다. 여가부의 2020년 총예산은 1조1264억 원이다. 여기서 논란이 발생한다. 

영문 명칭은 젠더 이퀄리티, 즉 성평등 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여가부의 주요 업무는 여성정책의 기획·종합,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등 여성 분야가 중심이며 예산도 그에 따라 집행된다. 여가부 홈페이지에서도 소개하듯이 여성분야 외 청소년 정책과 가족 및 다문화가족 정책의 기획·종합이 주요 업무로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젠더 이퀄리티를 내세우면서 여성분야 업무에 치우친 정책과 예산을 사용한다면 분명 젠더불평등한 기관에 가깝다. 게다가 가족 정책이라 함은 남성. 여성을 포괄하는 정책이어야 함에도 여가부의 가족정책 역시 양성평등 실천이라 보기에 모호하다. 

남성들의 비판 지점이 여기에 있다. 여가부 정책이나 예산 사용에 있어 남성은 배제됐다 생각하며 여성만을 위한 부처라고 여긴다. 여가부에 대한 비판이 비등할 때마다 자주 지적되는 부분인 영문 명칭과 여가부라는 기관명은 부조화라 할 수 있다. 

양성평등기본법에 명시된 양성평등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양성평등이란 성별에 따른 차별, 편견, 비하 및 폭력 없이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받고 모든 영역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대우받는 것“을 말한다.

필자가 이 문제를 꺼낸 이유는 여가부 및 소관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심각한 성비불균형을 말하고자 함이다. 여가부 산하 공공기관은 5곳으로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한국건강가정진흥원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인 ‘알리오’에 들어가 여가부와 소관 공공기관들의 임직원 성별 비율을 조사해 보았다.  

여성가족부 전체 임직원은 현재 265명으로 그중 여성 비율이 67%였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75%, 한국건강가정진흥원 75%,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무려 98%가 여성으로 가장 성비불균형이 심각한 기관이었다. 양성평등을 선두에서 주장하며 실현하는 기관에서 양성평등을 위반한 꼴이다. 

기관 명칭에 여성이 들어있다 해서 여성만 채용하거나 압도적으로 여성 직원 수가 많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공공기관에서 이정도로 성비불균형을 보인다면 문제가 있다. 여성 성비 98%인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경우, 여성인권진흥은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참여해서 만들어 나가야 더 바람직하다. 

최근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외신이 전해졌다. 여성인권과 양성평등이 가장 발전한 나라 프랑스에서 있었던 일이다. 파리 시청이 고위직에 여성이 많아서 벌금을 물게 됐다는 소식이다. 파리 시청의 여성 고위직 비율은 약 70%에 달하는데, 이것이 양성평등 국가규정을 위반했다면서 한화로 약 1억 2000만 원 벌금이 부과됐다고 한다. 프랑스 양성평등법에 의하면 공공기관 고위직에서 특정 성별이 6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양성평등기본법은 어떨까. 프랑스와 달리 공공기관의 성비에 관해서는 법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 단, 양성평등기본법 제20조에 특정 성별 참여에 대한 조항이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차별로 인하여 특정 성별의 참여가 현저히 부진한 분야에 대하여 합리적인 범위에서 해당 성별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하여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적극적 조치를 취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국내 여성계는 고위직에 여성 비율이 낮다는 이유로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여성 임원 할당제를 꾸준히 주장해왔다. 진선미 전 여가부 장관이 대표적 인물이다. 진 전 장관은 여가부 장관 시절 “여성 임원 할당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진 전 장관은 재임 중 ‘유리천장을 깬 임원 간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 대기업에서 근래 승진한 여성 임원 12명을 초청한 자리였다. 진 전 장관이 여성 임원 할당제 도입을 주장하자, 오히려 그 자리에 모인 여성 임원들이 비판적 의견을 낸 것이다. 여성 임원들은 강제적인 여성 임원 할당제는 “준비 안 된 여성 임원 확대는 회사에 마이너스가 된다.”는 의견을 말해 진 전 장관을 머쓱하게 만든 것이다.

대기업에서 여성이 임원까지 오른 것은 그만큼 자신의 능력과 실력, 역량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한 일 아닌가. 민간 기업은 경쟁이 치열하고 고위직으로 승진하는 사람은 그만큼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민간 기업 고위직에 대해 인위적으로 양성평등을 맞춘다는 것은 기업 입장으로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국내 여성계가 여성들의 성비가 현저히 높은 기관은 그냥 덮어두고, 특정 성별이 부진한 기관만 골라 여성 임원 할당제를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다. 여성들의 공직 진출이나 분야별 진출은 크게 도약하고 있다. 이미 2017년부터 행정부 국가공무원 인사통계’에 따르면 여성 공무원은 전체 공무원 50.2%에 달했다. 행정부 국가직 기준으로 여성 공무원 수가 남성 공무원 수를 추월한지 수 년 째다. 

앞서 상술한 대로 여가부 및 산하 공공기관의 여초(女超) 현상처럼, 교육 현장에서도 성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초등학교 여교사 비율은 전체 77.17%에 달한다. 초·중·고 교사의 67.55%가 여교사다. 교육계야말로 성별 균형이 필요한 기관으로, 교직의 여성화는 남자 아동의 정서적 측면, 학업성취도나 사회화에 과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

양성평등의 실현은 매우 어려운 과제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므로 여성계는 여성할당제 주장에 앞서 우리 사회에 특정 성별에 치우친 영역이 여가부를 비롯하여 간호사, 약사, 교직 등에 존재하고 있음도 동시에 살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가부 및 산하 공공기관부터 양성평등을 솔선해서 성비 불균형 해소를 실천하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 SW

murphy8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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