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가해자' 예술기관 수장 앉히려 한 경상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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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가해자' 예술기관 수장 앉히려 한 경상남도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12.2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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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학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 후보자, 문예위 재직 당시 예술단체 지원 등 막아
문화계 비판에 사퇴 "블랙리스트 낙인, 난도질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부적격 인사에 사과도 안 해, 김경수 지사가 대신 사과해야"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사진=합천군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사진=합천군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최근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 임용을 놓고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예술인 블랙리스트'를 실행했던 인사를 경상남도가 진흥원장 후보자로 내정해 문제가 발생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문제의 인사는 '낙인을 찍었다'는 변을 남기며 자진 사퇴했지만 문화계 인사들은 문제의 인사를 내정한 경상남도의 사과를 요구함과 동시에 블랙리스트 가해자들이 여전히 사과 없이 문화계에 복귀하는 상황을 비판하고 있다.

지난 9일 경상남도는 경남문예진흥원장 후보자로 양경학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무처장을 지명했다. 양경학 전 사무처장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경영전략본부장, 사무처장 직무대리 등을 역임했고 숙명여자대학교 객원교수로 재직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13년 7월부터 2015년 8월까지 문예위 아르코 예술 인력개발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는 예술단체들의 지원을 막는 등의 역할을 하면서 '블랙리스트 가해자'로 문화계에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2017년 12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리스트를 정부에 보내주고 건건히 검토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건 군사 정권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강한 저항을 하지 못한 건 지금도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당시 문예위원장과 예술위원들에게 블랙리스트에 대한 소신 발언과 도움을 요청했고 이후 기관장에게 찍혀 평직원으로 강등돼 1년 반 동안 3개 부서를 전전했다. 이후 문예위 사무처장 시절에 블랙리스트가 작동하지 않도록 심의위 제도에 공정성을 가하고 공정심의부를 만들었다"면서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해 방관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블랙리스트를 실천한 '가해자'로 지목된 인사가 경남문예진흥원장으로 돌아온다는 것에 대해 문화계의 비판이 거세게 나왔고 1인 시위와 공식 성명이 연달아 발표됐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18일 성명에서 "양 후보자는 블랙리스트 사건이 이제 끝났다고,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피해 예술인들이 블랙리스트 가해자로 확인된 사람이 경남문예진흥원장 직을 맡아서 활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온당하다고 생각하는가"라면서 "경상남도가 끝내 양경학 후보자를 진흥원장으로 임명한다면 우리는 블랙리스트 피해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선전포고로 받아들일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양 후보자는 18일 경남도에 '사퇴의 변'을 제출하며 후보자 자리에서 내려갔다. 경남도는 '일신상의 이유'라고 발표했지만 사퇴의 변에서 양 후보자는 "최근 제가 경남 지역 예술계에서 본의 아니게 유명인사가 됐다. 직접 지워지지 않는 문신을 새겨 넣는 잔인한 형벌은 이제 사라진 지 오래지만 낙인이라는 이름의 차별과 멸시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있다. 블랙리스트라는 낙인!"이라며 '블랙리스트 가해자'라는 비판이 사퇴의 큰 요인임을 알렸다.

양 후보자는 또 "저로 인해 원장 임용권자인 김경수 경남도지사님이나 도청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직원 여러분께 더 이상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되겠다고(결심했다). 또 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인생을 살았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저의 극히 일면만을 보고 마치 모든 것을 아는 것 마냥 무책임하게 난도질을 해대는 것도 이제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문화계에서는 양 후보자가 자신의 문제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도리어 예술인들이 자신에게 낙인을 찍었다는 식의 발언을 한 점에서 잘못된 인사 검증으로 부적합한 후보자가 나왔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22일 성명에서 "양경학 후보자는 공개적인 인사 검증 과정에서 예술 현장의 여론 검증을 견디지 못할 정도의 '부적격' 인사였을 뿐 블랙리스트 낙인의 피해자가 아니다. 블랙리스트 실행을 반성했다거나 위원장에게 소신 발언을 했다는 것이 처벌을 감해주는 참작 사유는 될 수 있을지언정 자신이 불법적으로 배제한 피해 예술가를 지원하는 예술지원기관의 수장이 되는 자격을 회복시켜준다고 볼 수는 없다. 예술지원기관의 수장은 예술현장과의 동반자 관계를 회복하기 위하여 높은 수준의 신뢰를 적극적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자리이기에 '부적격'한 인사을 뿐이었다"면서 "(진흥원 이사장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피해 예술인들에게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은 양 후보자를 대신해 사죄해야하고 안이한 심사기준을 수립하고 양 후보자를 추천한 추천위원회도 해체하고 다시 구성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상남도 관계자는 "양경학 후보자는 진흥원에서 규정에 정해진 절차대로 선정됐던 분이다. 본인이 우선 응모를 하셨고 임명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통해 최종적으로 결정했다"면서 "위원회 내부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왔는지는 우리도 알 수 없다. 추후에 임명 절차를 다시 진행할 예정이지만 위원회 해체 및 재구성에 대해서는 지금 말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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