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악마도 울고갈 '정인아 미안해' 굿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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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악마도 울고갈 '정인아 미안해' 굿즈 
  • 이보배 기자
  • 승인 2021.01.0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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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새벽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정인아 미안해' 굿즈. 네티즌들의 거센 비판에 판매자는 사과하고 판매를 중단했지만 충격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6일 새벽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정인아 미안해' 굿즈. 네티즌들의 거센 비판에 판매자는 사과하고 판매를 중단했지만 충격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시사주간=이보배 기자] 양부모가 16개월 입양아를 학대해 사망케 한 '정인이 사건'으로 연일 인터넷이 뜨겁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소셜네트워크(SNS)에는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가 이어지고, 연예인들까지 나서 진정서를 작성해 법원에 보냈다고 인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태가 이렇게 심각하고 엄중한 와중에 6일 새벽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깬 기자는 습관처럼 컴퓨터를 켰다가 기함을 금치 못했다. '정인아 미안해' 해시태그를 남발하는 광고에 이어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를 상업적으로 이용한 '굿즈'가 등장했다는 제보 메일이 날아든 이유에서다. 

상황을 파악해 본 결과, 해당 판매자는 논란이 거세지자 사과하고 판매를 중단했지만 그의 성의없는 사과글은 2차 공분을 일으켰고, 그가 올렸던 글들은 박제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떠돌고 있다. 

제보 게시물에는 '정인아 미안해'라는 글자가 새겨진 각종 물건들과 그 아래에 판매 가격이 적힌 사진이 담겨 있었다. '한정판'이라는 표시도 친절하게(?) 붙여놓은 제품들은 의류를 비롯해 에코백, 쿠션, 핸드폰 및 이어폰 케이스 등 종류도 다양했다. 

판매자는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에 동참하다보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마음에 미안한 마음을 글씨에 담아 제품으로 만들어봤다"면서 "하나도 안 팔려도 괜찮으니 세상 사람들 한 분에게라도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것만 해도 충격이 큰 상황에서 상품 상세 페이지에 들어가봐도 기부, 후원 등의 멘트가 없자 시민들은 격분했다. 

아동학대 방지에 수익금이 기부되느냐는 질문에 판매자는 그제서야 "팔리면 모든걸 기부 하겠다"면서도 "안 팔릴걸요. 무슨 그런 걱정을"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굿즈 판매자의 성의없는 사과글은 사과와 관련 없는 해시태그가 잔뜩 달려 2차 공분을 샀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굿즈 판매자의 성의없는 사과글은 사과와 관련 없는 해시태그가 잔뜩 달려 2차 공분을 샀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논란이 거세지자 해당 굿즈 판매자는 "죄송하다. 그냥 단순하게 '정안아 미안해' 챌린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목적에서 제품을 제작한 것인데 많은 분들의 질타로 생각이 짧았음을 알게 됐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그의 진정성 없는 사과문은 또 다시 비난을 받았다. 사과문과는 전혀 관련 없는 수십개의 해시태그를 덧붙였기 때문이다. 결국 판매자는 해시캐그를 모두 지우고 재차 사과했고, 굿즈는 하나도 판매되지 않았다고 해명하며 굿즈 판매를 중단했다. 

애초에 기부를 목적으로 만든 상품이었다고 해도 아동학대 피해자를 상품화한 것 자체가 잘못된 상황에서 '팔리면 기부할께'식의 성의없는 답변은 비난을 뛰어넘어 역겹다.  

타인의 슬픔과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전 국민이 분노한 사건을 보면서 '헐레벌떡' 디자인하고 상품을 판매할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소름돋는다. 

굿즈 판매자를 비롯해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를 이용해 본인 가게를 광고하고, 개인 SNS를 홍보한 사람들은 정인이의 2차 학대 가해자와 다름 없다.  

진정성 없는 미안함 보다는 무관심이 낫다. SW

lbb@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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