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방지법' 봇물, 근본 방지엔 무관심?
상태바
'아동학대 방지법' 봇물, 근본 방지엔 무관심?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1.06 15:14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야 무관용 처벌법, 아동학대 방지 4법 등 잇달아 발의
'형량 강화' 법안에 "불기소 늘어날 것" 비판, "'갑툭튀'로는 안돼"
아동보호 서비스 체계 변화 등 필요 주장 "입법 미룬 정치권도 공범"
故 정인 양의 묘지에 놓은 추모 메시지. 사진=뉴시스
故 정인 양의 묘지에 놓은 추모 메시지.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만에 사망한 '정인이'의 사연이 최근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국회에서 뒤늦게 관련 법안을 연달아 발의하고 있다. 형량 강화, 무관용 대응 등 강력한 처벌을 담은 법안들이 나오고 있지만 근본적인 아동학대 방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과 함께 그동안 아동학대 관련 법안을 처리하지 않았던 국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동학대 치사에 대한 처벌을 현행 5년에서 10년, 중상해의 경우 3년 이상을 6년 이상으로 강화하는 내용의 '아동학대 무관용 처벌법'을 대표 발의했다. 노웅래 의원은 "아동학대만큼은 절대 용서받지 못하는 중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하며 철저히 무관용으로 가중 처벌하고 가해자 신상을 공개하는 등 확실한 방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5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이 3번이나 신고를 받고도 소극적인 대응을 한 데에는 아이를 때리는 것을 훈육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면서 "무관용 입법을 통해 아동학대는 살인죄 이상으로 용서할 수 없는, 중범죄란 인식이 사회에 자리잡아야하고 그렇다면 경찰도 소극적 수사나 대응이 아니라 더 많은 인력을 배치하고 중요하게 다루고 강제수사도 할 수 있는 용기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병욱, 황보승희 위원은 일명 '16개월 정인이법'으로 불리는 아동학대 방지 4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 법안은 △피해 아동, 아동학대범죄신고자, 목격자 등을 학대행위자와 격리 조사 △사법 경찰 또는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아동학대 행위자 또는 피해아동 주거에 출입 가능하고 이에 대한 형사책임 감경 또는 면제 △아동 건강검진 시 아동학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 추가 △아동학대 행위자에게 피해아동의 상담, 교육 및 의료·심리 치료 비용을 부담시키는 법적 근거 마련 등이 담겨 있다.

또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학대 아동의 가정을 주기적으로 방문하도록 사후 관리 규정을 구체화한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고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아동학대치사죄 법정형을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으로 상향하는 법,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하동학대 행위 의심자에 대해 원칙적으로 사법경찰관이 의무 동행하도록 하는 법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이밖에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아동학대 신고시 지자체 및 수사기관이 즉시 조사, 수사에 착수하도록 하는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아동학대 재범의 경우 가중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아동학대 범죄에 음주나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감경 규정 특례를 적용받을 수 없도록 하는 아동학대범죄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처럼 여야가 아동학대 강력 처벌 및 재발 방지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면서 임시국회에서 아동학대 방지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처벌 강화 법안만으로는 아동학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주장과 더불어 그동안 아동학대 관련 법률 통과를 미루다가 희생자가 생기자 부랴부랴 '사후약방문'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예원 변호사는 지난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아동학대 형량강화는 답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변호사는 "형량이 세지면 (사실상 피해자에게) 그 형량을 인정할 정도의 엄격한 증명책임을 요구하기 때문에 입증에 자신이 없는 사건, 피해자의 주된 진술이 증거인 사건은 죄다 불기소된다. 장애인 성폭력도 형량을 늘려놨더니 대부분 불기소되고 있다. 사건만 터지면 숙고도 없이 언론 잠재우는 식의 '갑툭튀' 대체로는 아이를 살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아동인권 변호사인 김영주 변호사는 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가해자를 악마화하고 가해자를 중한 형벌에 처하는 것은 그 사건에 있어서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전체 아동학대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고 아동들을 지켜내는 데 있어서 큰 의미가 있지 않다고 본다. 형량 강화의 경우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신고를 주저하게 하거나 재판이나 수사 절차에서 더 엄격하게 증명을 해야하는 문제를 발생시켜 오히려 아동 보호가 위축되는 경향이 있고 분리 이후에 무엇을 해야할 지 아무 내용이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 분리만 한다는 건 효과가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치권이 감정적으로 형벌 강화에만 목적을 두는 법안을 발의할 것이 아니라 아동보호 서비스의 체계화 등에 신경써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그동안 정쟁에만 얽매인 나머지 아동 법안 등의 처리를 미루었고 그로인해 아동학대가 빈번해진 점을 내세우며 '정치권도 공범'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6일 YTN 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과의 인터뷰에서 "아동 분리에 대한 내용 중 두 번의 신고가 들어가야 즉각 분리하겠다는 부분은 수정을 해줬으면 좋겠고 강제적으로 아이를 분리할 수 있는 권한을 전담 공무원에게 부여해주셨으면 좋겠다.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이나 인프라에 대한 예산도 충분히 측정해주셨으면 한다. 이런 부분들이 준비가 되어야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는 일에 힘을 쓸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정인이에게 정말로 미안하다면 또 다른 정인이가 나오지 않도록 관심이 지속되어야하고 아동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것이 대한민국 모두의 의무이고 사명이라는 것을 정부 관계자나 국회의원들이 꼭 좀 받아들이고 애써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