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공방 속에 죽어간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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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공방 속에 죽어간 노동자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1.1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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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인천 광주 등에서 노동자 잇달아 사고로 사망
'3년 유예'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잇달아 발생, 법 적용 안 받아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 '사람이 먼저' 기조와 완전 반대
지난 8일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 해단식에서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왼쪽)와 故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포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8일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 해단식에서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왼쪽)와 故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포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난 8일 통과된 중대재해처벌법을 놓고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와중에도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특히 이번 법에서 처벌의 예외로 둔 '5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잇달은 노동자들의 사고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대재해처벌법도 사실상 효과가 전무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놓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있던 지난달 30일 대구 매곡정수장에서 철거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지하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작업을 하던 노동자는 공사장 내 이동을 위해 임시로 만든 계단을 철거하던 중 지하 6m 아래로 떨어졌고 이후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지난 7일에는 인천 동구 화수동의 한 공장에서 작업을 하던 60대 남성이 지상 13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이 노동자는 천정 누수 관련 작업을 하던 도중 천정의 합판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함께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추락 위험이 있는 작업시에는 노동자에게 안전모를 지급, 착용토록 하고 추락 위험이 있는 장소에는 안전난간, 울타리, 수직형 추락방망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추락 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업장이 이 법을 준수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런가하면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된 이틀 뒤인 지난 10일,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유연탄 물류 사업장에서 33세의 하청 노동자가 컨베이어에 끼여 사망했다. 이 노동자는 사고 당시 주조종실에 있던 원청 노동자의 지시로 컨베이어를 점검하러갔다가 갑자기 컨베이어가 가동되면서 기계에 발이 걸리고 석탄 운송 장치 깊숙히 끌려갔고 구조대가 이 노동자를 빼내는 데만해도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됐다. 특히 이 사업장은 지난 2018년 8월에도 협력업체 직원이 석탄 반출 컨베이어 벨트에서 작업을 하다가 추락해 사망했던 전력이 있는 곳이었다.

이어 11일에는 광주의 한 플라스틱 공장에서도 50대 여성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광주 광산구 평동산업단지에 있는 플라스틱 재생 사업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기계에 오른쪽 팔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고 결국 구조대의 출동에도 숨을 거둔 것이다.

문제는 사고가 난 사업장이 50인 미만의 사업장으로 이번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50인 미만의 경우 3년 유예 기간을 두었기 때문에 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해도 이 법의 페널티를 받지 못하고 원청 기업은 처벌에서 벗어난다. 게다가 50대 여성 노동자가 숨진 사업장은 상시노동자가 5명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아예 받지 못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민주노총 전남본부는 11일 성명에서 "지난 2018년 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김용균씨처럼 위험의 외주화가 부른 컨베이어벨트 끼음 사망사고가 2021년에도 발생했다. 최소한의 안전 장치, 안전 지침, 작업 지시서 확인 등의 조치만 있었어도 안타까운 사망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실효성을 잃게 한 5인 미만 사업장 제외, 50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유예기간 3년 등의 조항을 개정, 제대로 된 법이 되도록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중대재해처벌법 통과 후에도 소규모 사업장에서 잇달아 노동자가 사망하는 일이 계속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이 '누더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가 없게 됐다. 특히 산재의 대부분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경제적 문제'를 이유로 유예로 놔둔것은 노동자들의 희생을 방치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원청과 하청의 소통 부족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이었다는 이유로 원청도 처벌을 피하는 것에 대해서는 법의 취지를 완전히 벗어난, 기업에게 '꼼수'를 허락한 것이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업들이 '쪼개기'로 하청을 맞출 경우 법을 적용할 근거가 부족해지고 결국 노동자들의 희생은 계속될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하청업체 노동자의 죽음에도 법은 3년 후에나 이 사업장 노동자의 목숨을 살필 예정이고 플라스틱 재생 사업장에서 끼여 죽은 노동자의 죽음에도 법은 속수무책이다. 기업주 책임은 안전보건 업무 담당자에게 덤터기 씌워졌고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목숨은 '그냥 제외되는 걸로 정리'됐다.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이유로 책임과 목숨을 정리한 입법자들의 모습 어디에도 책임과 목숨에 대한 존중은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법안의 통과를 이끌어낸 더불어민주당도 법안을 놓고 내부에서 진통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 지도부는 '여야 합의에 의미가 있고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했기에 모두가 만족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박홍배 최고위원이 "죽음마저 차별될 처지"라며 법안 통과에 대해 사과의 뜻을 표하고 "정의당과 故 김용균씨의 어머니를 뵐 낯이 없다"(우상호 의원), "노동자의 산재나 희생을 전제로 한 기업활동보다는 안전의무를 강화시키고자 하는 법 취지에 맞는 지 의문"(신동근 의원)이라는 비판이 당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보완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중대재해처벌법 통과 후에도 법을 피해나가는 곳에서 노동자의 희생이 계속되고 있어 '사람이 먼저다'라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를 스스로 깨뜨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게 됐다. 노동자의 희생을 막지 못한 정치권의 책임이 불거지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은 앞으로도 논란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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