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문화예술인들은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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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문화예술인들은 어디로 갔을까
  • 오세라비 작가
  • 승인 2021.01.1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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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시사주간=오세라비작가] 문화예술계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요즘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다보니 유튜브를 통해 과거의 이런저런 문화예술 공연을 찾아서 보고 있다. 팝 공연, 발레, 클래식 음악회, 오페라, 성악과 합창 콘서트, 각종 페스티벌 등을 보면서 오랜 향수를 달래 듯 한다. 유튜브로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들을 보노라면, 어쩌면 코로나19 이전처럼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문득문득 스친다.

어제는 70~80년대 큰 인기를 얻었던 그리스 출신 팝 가수 데미스 루소스의 ‘Rain Tears’, ‘Spring Summer Winter Fall’를 들었다. 이 노래는 필자가 조금 울적한 기분이 들 때 즐겨 듣는 곡이다. 콘서트홀을 꽉 메운 남유럽 열정적인 청중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고, 흥이 나면 어깨를 걸고 댄스를 하고, 무대를 향해 장미꽃을 마구 던진다. 코로나 시대에 이런 공연실황을 보노라니 기묘한 비현실감과, 마치 아득한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코로나19 팬데믹은 현대인들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앗아갔다. 그중에서도 문화예술 분야는 직격탄을 맞았다. 사람은 밥만으로 사는 것은 아니다. 문화예술을 창작하고 보고 듣고 즐기며 그로인한 영혼의 충만감은 살아가는 데 너무도 중요하다. 인류의 위대함은 바로 문화예술의 가치로부터 출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연장 뿐 아니라 박물관, 도서관, 미술관까지 잠정 휴관 중이다. 정말이지 이대로 가다가는 정신이 삭막하다 못해 피폐해지지 않을까 두렵다.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의 상황은 어떤가. 지금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지 사실 잘 알려지지도 않는다. 그 많은 문화예술인들은 그저 침묵하면서 조용히 집안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물러나기만 기다리는 걸까. 연극인들은, 영화인들은, 대중 가수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동안 큰 인기를 얻으며 부를 축적해 둔 대중문화예술인들은 직접적인 생계위협과는 거리가 멀어 버티면 되겠지만 대다수의 예술인들은 그렇지 않다. 생존에 위협을 받는 이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전업 예술인 중 약76%가 프리랜서라 한다. 게다가 10명 중 7명은 월수입이 100만 원도 안 된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예술인 등록신청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201910월 기준 등록자는 66527명이라 한다. 예술인 등록을 하지 않은 이들은 훨씬 많을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예술 활동이 취소되거나 연기된 예술인은 90%에 이른다. 비단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사정도 마찬가지다.

예술인만 아니라 대중문화예술기획업체도 잠정 휴무 상태다. 자료를 찾아보니 등록된 대중문화예술기획업체 수는 전국 3085개다. 전체 예술 현장의 타격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서울시는 지난해 상반기에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문화예술계를 긴급지원하기 위한 총 50억 규모 추경을 투입하였다.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예술계 긴급지원을 위한 재난지원금을 2차에 걸쳐 1명당 50만원씩 지원했다고 한다. 그렇다하더라도 언 발에 오줌 누기. 등록된 예술인을 제외한 문화예술 관련 직군 종사자들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직업을 잃었을 것인가.

코로나19가 만든 현상 중 하나가 온라인, 비대면(untact)콘텐츠다. 지난해 연말, 가수 나훈아가 이런 식의 공연으로 대성공을 거둔바 있다. 하지만 이는 특수한 경우에 속한다. 비대면 공연으로 충족이 되지 않은 대규모 음악 콘서트, 오페라 공연, 페스티벌 축제 등은 온라인으로 즐기는 데 한계가 있다. 온라인 공연은 프로그램이나 규모 면에서 제약이 따르고, 무엇보다 연주자와 관객과의 소통 역시 만족감은 훨씬 낮다.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은 지난해 311일부터였다. 그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장기화되거나, 문화예술계를 초토화 시킬 줄 몰랐을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무엇보다 사람 대 사람 간 대면을 꺼리게 만들었다. 영화 촬영 등 현장에서 많은 인력이 함께 공동 작업으로 탄생하는 작품 제작이 앞으로 가능하기나 할까. 콘서트홀이나 대규모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즐기는 광경을 볼 수나 있을까. 일 년 가까이 사용하고 있는 마스크 착용은 습관화가 되어 대화와 소통의 단절이 깊어지고 있다. 사람은 한번 익숙해지면 다시 돌아가기는 쉽지 않다. 어쩌면 다시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마음이 드는 건 필자만 그럴까.

문득, 인류가 장구한 세월을 거치며 이룬 문화예술의 황금기가 눈앞에서 흘러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문화행사 취소, 금지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문화 인프라스트럭쳐는 허물어진다. 예술교육이나 예술인의 창작열정도 식어 되살리기 쉽지 않게 된다. 예술분야에 기량을 쌓아 펼치기도 전에 공연 기회를 얻지 못한 예술인들은 또 얼마나 많겠는가.

이럴 때일수록 주무부처 문화체육관광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문체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전대미문의 위기상황을 맞아 문화예술계 전반에 걸쳐 어떤 대처와 준비를 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문화예술의 퇴보는 문명의 가치 또한 퇴행함을 뜻한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나 끝날지 예측불허지만 문화예술인들에게는 모진 시련이다. SW

murphy8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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