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바보’ 안철수 대표의 선택
상태바
‘진짜 바보’ 안철수 대표의 선택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1.01.20 08:36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어떤 사람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바보 노무현’이라 불렀다. 또 어떤 사람들은 안철수 국민의 당 대표가 ‘진짜 바보’라 생각하기도 했다. 이들은 안 대표가 노무현 보다 ‘더 바보짓’을 하고도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허물까지도 애정속에 담고 죄악조차도 은혜로 바꿔 놓는’ 극렬 지지자들이 없기 때문이라 보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다시피 안 대표는 출마하기만 하면 당선되는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당시 후보에게 ‘바보같이’ 양보를 했다. 1년 뒤 닥친 2012년 대선 때도 문재인 후보에게 몰표를 주기위해 출마를 포기했다. 2017년 대선 때는 단일화를 거부해(이설이 있다.)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 줬다. 지난해 총선에서는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국민의 힘에 양보했다(안 대표 측 주장이다.)

안 대표를 지지하는 어떤 사람들은 이 같은 ‘바보’ 행각은 진보세력의 입김이 작용한 때문이라 본다. 진보 측의 집요한 흠집 내기 공세나 구슬리기 혹은 대의명분론에 속아서 내려왔을 것이라는 주장이다.(물론 안 대표 부친이 반대했다거나 양보로 포장됐다는 등 여러 이야기도 나돈다.)

사실 과거 안 대표의 양보는 자신의 정치적 자산에 큰 손실을 입는 결과를 초래했다. 2012년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은 ‘안철수 양보론’을 몇 번이나 흘리면서 발목을 잡았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안 대표는 단일화가 정치혁신이니 큰 정치니 하는 것과는 상관도 없고 권력 획득에 그 목적이 있음을 깨달았을 터이다. 유사 파시즘과 복제 포퓰리즘이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지금에는 더욱 확연해졌을 것이다.

사람들은 안 대표가 민주당 혹은 진보 세력의 한 축인 줄 알았다가 그게 아닌 걸 알고 다시 쳐다보며 궁금해 하고 있다. 보수 진영 사람들은 안 대표가 최소한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집단 중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는 것 같다. 안 대표는 19일 "국민의힘에 입당하라는 것은 무리한 얘기"라며 "국민의힘 경선 플랫폼을 야권 전체에 개방해달라"고 말했다. 이제 큰 장이 선 것이다. 안 대표가 이번에는 ‘바보짓’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임과 동시에 정권 교체의 다리를 놓겠다는 의미다.

안 대표는 자체 발향(發香) 동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승산이 있다. 국민의힘에 들어가면 오히려 표가 떨어질 지도 모른다. 그래서 야권에 속한 서울시장 후보자라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 안 대표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없다. 물론 나경원, 오세훈 등 만만치 않는 후보들이 있다. 조직에서도 밀린다. 그러나 여기서 이기면 서울시장이 확연하게 눈에 들어 온다.   

봉황은 구애하면서 노래할 때 가장 아름답다. 영역 표시를 하겠다고 울어대면 갈채 대신 욕이 돌아온다. 무슨 방법으로든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 하해(河海)는 작은 물줄기나 큰 물줄기나 모두 받아 들인다. 국민의힘은 안 대표의 제안을 바로 받아들여야 한다. 아무리 순수한 미덕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그게 머뭇거림에 의해 조종당하게 되면 썩어빠진 몽당 빗자루처럼 쓰임이 없는 법이다. SW

jjh@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