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칼럼] 장애인 인권의 마지노선,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
상태바
[소통칼럼] 장애인 인권의 마지노선,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
  • 김철환 활동가
  • 승인 2021.01.20 10:07
  • 댓글 0
  • 트위터 416,68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12월 장애인 단체들이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을 법무부에 촉구하고 있다.  사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난해 12월 장애인 단체들이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을 법무부에 촉구하고 있다. 사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사주간=김철환 활동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는 독일의 침공을 막고자 독일과의 국경에 750km가 넘는 방어선을 구축했다. 유명한 '마지노선(Maginot Line)'이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와 마지노선은 어떤 사안을 수용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 ‘넘으면 안 되는 선’ 등으로 쓰인다.

지난 2018년 2월 9일 평창에서는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거행되고 있었지만 개막식을 관람하던 청각장애인들은 답답함을 감출 수 없었다. 국제행사임에도 개막식에 수어통역 제공을 안 한 것이다. 이는 행사 중계방송을 하던 지상파 방송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시민단체인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은 인권위원회에 차별진정을 냈고, 진정을 접수한 국가인권위원회는 국제행사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긴급히 의견을 표명했다. 동계올림픽 폐막식에는 수어통역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지상파 방송사들은 인권위의 입장을 일부 수용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도 검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부정적 입장으로 폐막식 현장에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았다. 차별진정을 냈던 장애인 단체들은 IOC 측과 IOC 윤리위원회에 국제행사에서 장애인 접근 지원을 하지 않은 것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끝내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처럼 장애인들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환경을 개선해달라고 진정을 하는 방법이 있다. 국민청원 등 민원을 넣을 수도 있다. 주변에 도움을 받을 변호사가 있으면 사법기관을 통하여 재판의 절차를 밟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장애인들의 권리 침해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포기해야 할까.  

국내에서 해결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구제의 방법은 있다. 국제기구인 유엔(UN) 산하의 장애인권리위원회에 구제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정부가 위원회에서 조사를 막는 등 협조를 하지 않는다면 국제기구를 통한 국내 장애인들의 구제는 무용지물일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유엔장애인권리협약(CRPD) 선택의정서의 비준이다. 

장애인권리협약은 2006년 장애인의 인권보장과 증진을 목적으로 2016년 12월 3일 유엔총회에서 의결된 국제협약이다. 이 협약 부칙문서인 선택의정서가 있는데, 자국 내에서 장애인 권리 침해의 해결이 어려운 경우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진정을 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 더 나아가 장애인권 침해가 심각할 경우 장애인권리위원회가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한 내용도 있다. 

우리나라는 2008년 12월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하면서 선택의정서는 비준을 하지 않았다. 비준을 못했으므로 국내의 장애인이 인권침해 문제와 관련하여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진정하기 어렵다. 설령 진정을 하더라도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상황을 조사하고, 해당 국가에 권고를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없다.

그래서 국내 장애인단체들은 선택의정서의 비준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단체들의 활동에 부흥하여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도 2014년 10월 한국정부에 선택의정서 비준을 한국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장애인권리협약이 국내에서 비준된 지 13년이 지난 지금도 선택의정서는 비준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장애인복지를 위한 지출 비용은 GDP 대비 0.59%다. 이는 OECD가입 국가 가운데 하위 수준이며, OECD 평균 1.93%의 1/3 수준에도 못 미친다(2015년 기준). 이처럼 정부 예산의 제약으로 혹은 정책의 부족으로 장애인들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지 못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인권침해도 생길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에서와 같은 재난상황에서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정보에 단절된 경우 장애인들이 겪어야 할 절박함은 국제사회를 통해서라도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장애인 단체들이 요구하는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의 비준은 하루 빨리 진행되어야 한다. 장애인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하여 선택의정서 비준은 장애인들에게 마지노선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SW

k646900@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