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좋았었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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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좋았었는 지도 모른다”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1.01.26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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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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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어떤 미국인들은 트럼프 정부가 하는 일을 보고 차라리 60-80년대 미국이 더 좋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떤 사람들은 차라리 70-80년대가 더 좋았다고 한다. 사람들은 근면하고 순수했으며 서로에 대한 믿음과 존중이 살아있었다. 사람들은 그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개미처럼 일하고 작고 소소한 일에도 행복해 했다. 또 민주주의는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 언젠가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꽃 필 것이라는 믿음도 확실했다. 정치인들은 잘못을 하면 고개를 숙일 줄 알았고 야당과 국민의 질타에는 움찔거리며 고치려는 시도는 했다. 또 최소한 통계청이나 감사원, 법원은 건드리지 않는 상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런 상식적인 모습을 보기 힘들다. 도로 곳곳과 관공서나 방송국에 탱크와 총을 든 무장 군인들이 눈을 부라리며 서 있지는 않지만 어디선가 음모의 연기가 피어오르고 독재와 전체주의의 냄새가 난다. 이미 오래 전에 썩어 문드러졌을 줄 알았던 이 땅에 파시즘의 박제품이 널리 나돌고 있다. 그것이 연성 파시즘이든 유사품이든 그리 중요하지 않다. 프로페셔널한 운동권 전문가들이 사방에 널려 있어 자신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지하에서 독재의 기둥을 맹렬히 갉아먹으며 자생력을 아주 크게, 아주 강렬하게, 아주 독하게 키워왔던 세력들이 이제 지상으로 나와 자신들만의 세계를 완전히 구축하고 있다.

이들은 굳이 총칼과 낫과 망치와 죽창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그것들보다 더 강력한 무기인 어용 시민단체, 언론까지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거짓 뉴스를 만드는 병참기지 역할을 하고 있으며 입법부와 사법부는 적을 타도하기 위한 결재기관으로 전락했다. 사법부와 언론을 장악해 제멋대로 했던 차베스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이나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신독재가 어른거린다. 옳은 것과 거짓을 교묘히 섞고 막말과 선동을 통해 편을 갈라 인민에겐 민주를, 인민의 적에겐 독재를 행한다는 마오쩌둥의 ‘인민민주독재’ 가 떠오른다.

광우병, 세월호, 천안함, 위안부 등을 팔아서 치부하는 작자들도 숱하다. 이 정부에 기생하며 시류에 편승하는 기술은 광해군을 몰아내고 인조를 옹립한 서인세력을 뺨친다. 그 시절 반대파는 정치사찰을 당했으며 일선 무장들은 광해군 옹립세력으로 몰릴까봐 군사훈련도 제대로 못했다. 지금의 군사훈련 유예는 장차 북한 뿐 아니라 일본, 중국, 러시아에 대한 대응능력을 크게 손상시키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중국이나 북한에 대해서는 무슨 짓을 당해도 군자(君子)처럼 대하지만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소인(小人)처럼 행동한다.

힐러리 클린턴은 2018년 예일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이러한 파시즘을 근절시키고 민주적 탄력성을 회복하는 방법은 진실을 옹호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또 학교에서 기회와 평등을 만들어나가고 진실을 밝히려는 용감한 언론인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투표를 통해 그런 정치 집단을 심판해야 한다고 했다. 비록 자신이 믿는 정당이 패배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이 땅의 어떤 사람들은 파시즘이든 말든 민주 시민적 삶을 포기하고 떠받들 것이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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