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충격' 정의당, 위기는 곧 기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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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충격' 정의당, 위기는 곧 기회일까?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1.2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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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 이미지 큰 타격, 보궐선거 불출마 가능성
피해자 중심 처리, 재빠른 사과 등 거대 양당과 다른 모습
'책임있는 정당' 장기적으로 전화위복 가능성 있어
26일 열린 정의당 의원총회. 사진=뉴시스
26일 열린 정의당 의원총회.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정의당이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으로 충격에 빠져있다. 그동안 성평등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왔던 정의당 내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충격과 실망을 느꼈고 '당이 존폐 위기를 맞았다'는 위기론도 나왔다. 하지만 직접 자신이 피해자라고 밝힌 장혜영 의원이 "정의당이 단호한 무관용의 태도로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밝혔고 당이 이를 인정하고 당 대표를 바로 직위해제를 결정한 점, 신속한 대국민 사과를 한 점을 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5일 오전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는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을 전하며 "성평등 실현을 위해 앞장서 왔던 정당의 대표에 의해 자행된 성추행 사건이다. 정의당을 아끼고 사랑해주시는 당원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치명적인 상처가 생겼다. 진심으로 깊이 사과드린다"며 국민에게 눈물로 사과했다.

배복주 부대표는 "원칙적으로 단호하게 이 사안을 해결하겠다. 피해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고 일상의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하겠다. 가해지는 무관용 원칙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엄중한 처리 지침을 갖고 해결할 것이며 피해자 책임론, 가해자 동정론과 같은 2차 피해 발생 시 그 누구라도 엄격하게 책임을 묻고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가해자인 김종철 전 대표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당대표직에서 사퇴하고, 성희롱 및 성폭력 예방교육을 이수하겠으며, 당 대표단 및 당기위원회에 저에 대한 엄중한 징계를 요청드린다. 제가 지금 어떠한 책임을 진다 해도 제 가해행위는 씻기가 힘들다. 향후 제 행위를 성찰하고 저열했던 저의 성인식을 바꿔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진보정당에서 성추행이 일어났다'는 비난 속에서도 정의당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 사과하고 가해자를 징계하는 모습이 거대 양당과는 다른 모습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숨기기에 급급했던 민주당과 성폭행 의혹을 받던 김병욱 의원이 탈당하자 바로 꼬리를 내린 국민의힘과는 분명 달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성범죄가 일어났음에도 경찰 고발 등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들며 이번 처리가 '셀프징계'에 머물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배복주 부대표는 "피해자의 결정은 정의당 차원에서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고 징계하는 것이다. 공동체적인 해결방식이 당을 위해 더 유효한 방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존중하는 것이 먼저"라면서 "물론 성폭력 범죄가 비친고죄에 해당되기에 경찰인지수사가 가능하고 제3자 고발도 가능하지만 피해자가 자신이 원하는 해결방식을 명확히 밝혔다면 그 의사에 반해 수사를 하는 것이 과연 피해자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가"라고 밝혔다.

일단 정의당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성평등을 강조하고 성추행 등 문제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던 진보정당에서 그들이 비난했던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4월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민주당이 후보를 내기로 한 것에 크게 반발했던 정의당이었기에 독자 후보를 내세울 경우 큰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기에 보궐선거 불출마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 당원들의 이탈과 더불어 지도부의 사퇴, 당 해체와 재창당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2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수석 대변인님이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고 논평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 우선 '너희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라는 비판을 저희가 온전히 감당해야하고 모두 옳고 동의하고 있다. 무관용 원칙으로 조사하고 다른 피해를 막으라고 조언해주셨는데 분명히 정확히 꼭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드리겠다. (민주당에) 할 말 많지만 절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의당의 대처가 장기적으로는 당에 활로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장혜영 의원이 직접 당에 자신의 피해를 알렸고 피해자 중심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등 '책임있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전화위복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26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정의당이 지금까지 보여준 태도, 대처법만 해도 한국 정당사에서 최선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정치인이나 공인들이 잘못을 사과할 때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하지만 누구한데 미안한지가 불분명한데 피해자에게 먼저 사과하고 지지자들에게 사과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는 태도는 굉장히 놀라운 것이라 생각하고 장혜영 의원도 '피해자다움'을 넘어 정치인으로 행동하겠다고 이야기한 것은 그만큼 동료들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배복주 부대표는 같은 날 YTN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당원들의 탈당이 우리 당을 흔들게 하는 부분이지만 당 대표의 성 비리 사안에 대해 오히려 감추거나 은폐하는 게 당원들에게 더 큰 실망을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신속하고 신중하게 잘 처리하는, 그리고 다른 정당에 비해 진보정당답게 직면하면서 풀어나가는 모습을 당원들에게 보여드리면 처음에는 충격이겠지만 그래도 정의당이 이런 원칙 속에서 풀어가는구나. 이렇게 신뢰를 회복하기를 기대했다"고 말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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