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돌 수입' 허용한 법원 "성착취 문화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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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 수입' 허용한 법원 "성착취 문화 인정했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1.2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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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존엄성 훼손했다 볼 수 없어, 사생활 개입 최소화"
여성단체 "허용 자체가 존엄성 훼손, 여성혐오 부추겼다"
'리얼돌 규제법' 등 제안에도 법원 판결로 '효과 마비' 우려
지난 2019년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이용주 당시 무소속 의원이 리얼돌을 보여주며 질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19년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이용주 당시 무소속 의원이 리얼돌을 보여주며 질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법원이 최근 '리얼돌'의 수입을 보류한 세관에게 "처분을 취소하라"며 리얼돌의 수입을 허용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대법원이 수입을 허가하는 판결을 내린 후 여성단체들의 반발과 리얼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팽배하는 상황에도 법원이 다시 수입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리얼돌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지난 25일 서울행정법원은 리얼돌 수입업체가 김포공항 세관을 상대로 제기한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업체는 지난해 1월 중국에서 리얼돌을 수입하면서 김포공항 세관에 수입신고를 했지만 세관은 '관세법상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된다며 수입통관을 보류했다. 이후 업체는 관세청에 심사를 청구했지만 관세청은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업체 측은 지난 2019년 대법원이 리얼돌 수입통관보류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것을 바탕으로 기존 법원 판결에 어긋나는 처분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리얼돌은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 왜곡했다고 볼 수 없다"며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리얼돌은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평가할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으로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했다고 볼 수는 없다. 성기구는 필연적으로 신체의 형상, 속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거나 구현할 수 밖에 없기에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고 성적 도의관념에 반할 정도라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성기구가 음란물과 달리 사용자의 성적 욕구 충족에 은밀하게 이용되는 도구에 불과하고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되어야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서 "성적 혐오감을 줄 만한 성기구가 공공연하게 전시, 판매돼 그 행위를 제재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이 아니면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지난해 여성의 질막 등을 옵션으로 고르도록 한 리얼돌 판매업체가 등장하고 '리얼돌 체험방'이라는 이름으로 유사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등 문제가 드러났고 이 때문에 리얼돌이 여성을 극도로 성적 대상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리얼돌을 수용한 것은 성인식의 문제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정 인물을 형상화한 리얼돌이 제작되고 이로 인해 개인의 존엄성이 해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리얼돌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결국 여성의 존엄성을 해친 판결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26일 논평에서 "법원은 '법이 개인의 사생활이나 행복추구권에 깊이 개입할 수 없다'고 허용 이유를 댔는데 여성 시민의 존엄을 해치며 남성이 획득하는 사생활과 행복추구권을 법원이 인정하는 것 자체가 여성혐오를 부추기는 것이라 판단한다. 여성 실물의 모습을 한 리얼돌을 갖고 성적 욕구 해소의 도구로 삼는 것,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모습이 인형으로 형상화되어 성적으로 소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인 그 자체로 여성에게 공포감과 혐오감을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법원이 사적인 영역의 행복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여성 존엄의 훼손을 방치한 것은 그간 국가가 사적 영역이라며 적극 개입해서 보호하지 않는 사이에 폭력과 죽음의 위협에서 고통당했던 가정폭력, 여성폭력, 아동학대 사례들을 연상케한다"면서 "법원이 상업적 탐욕과 여성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하는 행위를 상업적 권리와 개인의 행복추구권의 이름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은 여성에 대한 성착취 문화를 공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7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리얼돌 수입 및 판매 금지' 청원에는 26만3천여명의 동의가 달렸고 정부는 "주기적으로 판매사이트 및 업소를 점검, 단속해 아이들이 유해한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할 것이며 아동형상 리얼돌에 대한 규제 방안을 적극 검토하며 '특정 인물 형상 리얼돌'의 제작 및 유통에 대해서는 엄정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적 검토를 해나가겠다"며 강력한 규제를 약속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여성이 극도로 성적 대상화되는 상황에서 리얼돌을 성인용품의 하나로 봐야하는것인지 우리 사회가 머리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법과 규제를 통해 우리의 사회 질서를 만들어나갈 책무가 있는 국회에서 검토되고 고민해야 한다"면서 '리얼돌 규제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세관의 규제를 법원이 풀어버리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면서 법안 마련 등의 노력이 없이는 리얼돌의 수입 및 판매를 막거나 규제를 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관계자는 "허용을 했다는 것 자체가 큰 문제고 남성 중심의 시각으로 사안을 판단했다는 것 역시 큰 문제다. 리얼돌은 여성을 대상화하는 인식을 강화하고 왜곡된 성 인식을 인정해주는 물품이기에 단순한 성기구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성평등 문화를 저해하고 여성 인권에 위해를 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적 근거를 여성가족부가 주도하고 유통과 수입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소관이기에 두 부처가 대책을 마련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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