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집단감염 "임시방편으로만 1년, 상황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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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집단감염 "임시방편으로만 1년, 상황 최악"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2.0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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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잠자리' 등 노숙인 시설 격리 불가, 감염 위험 노출
인권단체 "근본적 대책 필요, 안전한 주거공간 지원해야"
"행정 편의주의로 소수자 삶 외면, 의지가 필요"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교도소 및 구치소 집단 감염에 이어 노숙인들의 코로나 집단 감염이 발생하고 감염 노숙인의 소재 파악이 어렵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산발감염의 위험이 계속되고 있다. 대형 노숙인 시설 수용자들의 외출을 금지하는 등 확산을 막기 위한 방책을 쓰고 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고 급식은 물론 재난지원금 혜택도 받지 못하는 등 노숙인들의 생활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주거공간 마련 등 노숙인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서울에서 노숙인 시설 관계자가 첫 확진 판정을 받은 뒤 해당 집단감염자가 64명으로 늘어났으며, 연락 두절 상태로 소재 파악이 어려운 노숙인 확진자들도 있었다. 이에 정부는 시설 밖에 머무는 거리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실시를 추진하고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유전자증폭(PCR) 검사 이후 1~2일 정도 대기해야하지만 거리 노숙인의 경우 일정 공간에서 대기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거주지가 불문명하고 일정 공간에 머물기 어려워 보조적으로 관리하겠다"면서 "지난해에도 노숙인 시설을 중심으로 시설 입소 노숙인에 대해 검사를 실시해 음성이 나올 경우 시설에 입소하도록 조치해왔다. 사각지대가 없도록 관리하자는 논의가 있어왔다"고 밝혔다.

이후 노숙인시설 선제검사 결과 98명의 확진자가 확인됐고 서울시는 3일 "소재지 파악이 어려운 노숙인을 대상으로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또 잠적했던 노숙인들이 모두 발견되어 보건소로 인계됐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했던 노숙인 감염 방지 대책이 임시방편에 불과해 노숙인들의 생활을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부터 코로나19 검사 결과지를 제출한 노숙인들에게 노숙인 관련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검사 직후 1~2일간의 대기 기간동안 갈 곳이 없다보니 지하도 등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곳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감염 위험에 쉽게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시가 제공한 응급잠자리도 많게는 수십 명이 한 층에서 모여 자는 시설이다보니 1인씩 격리가 어렵다는 점도 감염 위험을 높이고 있다.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등 전국 22개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3일 "임시방편뿐인 노숙인 코로나 감염 대책이 집단감염을 높였다"면서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노숙인들의 감염 예방을 위한 근본대책을 수립해야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지난 한 해 동안 안전한 잠자리와 무료급식에 대한 대책이 없어 노숙인들은 감염 불안과 배고픔을 견뎌야했고 대형 노숙인시설의 운영지침이 일괄적인 외출 금지 등으로 노숙인들을 내쫓는 결과를 낳아 문제가 된 적도 있다. 뿐만 아니라 재난지원금의 혜택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백신배분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하고 있다. 근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임시방편이 집단감염 위협을 어떻게 높여왔는지는 지난 1년간의 경험을 보아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인권단체들은 먼저 중앙정부와 중대본에 "노숙인 쉼터 및 혹한기 일시거주시설의 방역조치를 파악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청했다. 노숙인 일시보호시설과 종합지원센터의 경우 칸막이도 없이 집단으로 숙박하는 곳이 많기에 확진자인지 밀접접촉자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같이 있다보니 집단감염 위험이 있기에 이를 막을 대책 마련이 필요하고 홈리스와 노숙인시설 이용자들이 신속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주요 밀집지역에 코로나19 검사소를 설치해야한다고 밝혔다.

또 서울시에는 "감염위험이 높은 겨울철 응급잠자리를 폐쇄하고 안전한 주거공간을 제공하라"고 요청했다. 인권단체들은 "독립적 화장실도 없고 창문도 없는 곳을 잠자리라고 제공해서는 안된다. 그동안 제안한 것처럼 숙박시설이나 서울유스호스텔 같은 서울시 소유 건물 등을 활용해 노숙인들을 분산시켜 감염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야한다. 노숙인에게 코로나 감염과 추위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식의 대책은 중단해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부와 중대본, 지자체가 눈앞의 문제만 해결하려하는 '행정 편의주의'에서 벗어나 소수자들을 위한 조치를 취하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 급선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권단체 관계자는 "눈앞의 문제만 시정하고 다수에게 비난받지 않으면 된다는 관료적 방식이 지속되고 있다. '어차피 소수자니까'라는 생각 때문에 소수자들이 소외받는 것이다"라면서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주거공간 지원이며 이는 코로나 때문에 이용하지 않고 있는 공공시설 등 빈 공간을 적극 활용하면 된다. 이를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재원의 문제, 자원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다"라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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