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도 걸어도' 김진숙의 3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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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도 걸어도' 김진숙의 36년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1.02.0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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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34일간의 도보행진을 마친 김진숙 민노총 지도위원이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마무리 기자회견을 하던 중 해고 노동자를 안아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7일, 34일간의 도보행진을 마친 김진숙 민노총 지도위원이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마무리 기자회견을 하던 중 해고 노동자를 안아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한진중공업 복직'을 촉구하며 부산을 출발해 서울까지 400km를 걸어간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의 여정이 지난 7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마무리됐다. 만 60세 정년을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시작된 34일간의 행진을 마친 것이다.

1986년 한진중공업의 전신인 대한조선공사에서 용접사로 일하던 김진숙은 노동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해고당한다. 당시 그는 열악한 노동환경을 비판하고 노조집행뷔의 어용성을 폭로하는 유인물을 제작, 배포하다가 경찰에 잡혀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당했는데 사측은 '무단 결근'을 했다며 김 지도위원을 해고한 것이다.

이후 김진숙 지도위원은 20여년간 노동운동을 해왔고 지난 2011년 한진중공업이 대규모의 정리해고를 단행하려하자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단행했다. 당시 김진숙의 투쟁을 지지하기 위해 많은 시민들과 문화예술인들, 정치인들이 '희망버스'에 몸을 실었고 국회에서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었다.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이었던 정동영 전 의원은 청문회장에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에게 "해고는 살인"이라는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35년이 지난 지금도 김진숙 지도위원은 복직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만 60세가 되는 올해 그는 정년을 맞게 된다. 정년을 앞두고 그는 다시 복직을 외치고 있지만 사측은 여전히 반응이 없는 상황이다. 현실과의 싸움에 지친 그에게 암이라는 병이 찾아왔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해고 노동자 1명의 복직 문제에 국회까지 나서는 게 통탄스럽다. 한진은 늘 노조를 탄압하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역사를 반복했는데 그것이 지금까지 되풀이되고 있다"고 했지만 이병모 한진중공업 대표는 "힘든 상황을 들었고 해결 의지는 있지만 회사의 '딜레마'라고 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며 복직에 대해 애매한 자세를 취했다.

결국 김 지도위원은 지난해 12월 30일 부산 호포역을 출발해 청와대까지 도보로 걷는 행진을 시작했고 앞서 송경동 시인은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는 단식 투쟁을 진행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요구하는 긴급서한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냈고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김 위원의 복직은 노사 문제를 넘어 국가폭력이 야기한 과거 청산의 관점에서 해결해야한다"며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했다.

7일 청와대에 도착한 김진숙 지도위원은 "전두환 정권에서 해고된 김진숙이 왜 36년째 해고자인지 그 답을 듣고 싶어 34일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 노동인권 변호사가 대통령인 나라에서 왜 노동자들이 아직도 해고되고 죽어가고 싸워야하는가"라면서 "앞으로 얼마나 먼 길을 더 가야할지 모르지만 포기하지도 쓰러지지도 말자.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하자"고 말했다. 송경동 시인의 단식 투쟁도 이날 마무리됐고 송 시인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어떤 이들은 김 지도위원을 향해 "개인의 복직 문제를 왜 대통령에게 따지느냐"라고 하지만 김진숙 지도위원의 요구는 한 인간의 단순한 복직 요구가 아니라 기업과 정권에 짓밟혔던 노동인권을 찾아달라는 것이다. 정권에 반한 행동을 이유로 해고를 한 것이니만큼 이는 국가폭력으로 봐야하며 그렇기에 국가가 복직 등 명예회복을 해야한다는 것이 복직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34일간 아픈 몸을 이끌고 전국을 걸어갔지만 그 거리는 그가 명예회복, 그리고 동료 노동자들을 위해 걸었던 36년의 행진에 비하면 짧은 거리이기도 하다. 과연 국가는 그의 물음에 답을 할 수 있을까? 어떤 식으로든 마지막 복직을 바라고 있는 김 지도위원에게 정부가 대답을 해줘야하는 시기가 오고 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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