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도 '질식재해'로 죽어간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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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에도 '질식재해'로 죽어간 노동자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2.1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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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한 공장에서 폐수 찌꺼기 제거하던 노동자 사망
최근 10년간 193건 발생, 연평균 17명 목숨 잃어
"평상시 하지 않는 작업 시 관리 소홀해져"
지난 13일 오후 4시 10분께 인천 서구 석남동 한 폐수처리 업체의 폐수 슬러지 회수 작업에 투입된 노동자 2명이 유독가스를 마시고 쓰러졌다. 사진=인천소방본부
지난 13일 오후 4시 10분께 인천 서구 석남동 한 폐수처리 업체의 폐수 슬러지 회수 작업에 투입된 노동자 2명이 유독가스를 마시고 쓰러졌다. 사진=인천소방본부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설 연휴 기간 중에도 질식재해로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가 '설 전후 노사 안전점검 실시'를 발표하고 질식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작업 가이드와 교육 등이 지속되고 있지만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어 기업의 '안전 불감증'과 감독 소홀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13일, 인천 서구 석남동의 한 공장에서 폐수 찌꺼기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던 작업자가 유독가스를 마시고 질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작업자는 119 구급대에 의해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날인 14일 끝내 사망했고 이 작업자를 구하기 위해 폐수통에 들어간 동료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의식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시 작업자들은 방독면을 착용하고 있었으며 공장 CCTV 영상 및 업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두 작업자는 폐수를 처리하는 저류조에서 침전물을 제거하던 중 유독가스에 노출됐으며 영세 준설업체를 운영하는 개인 사업자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경기도 양주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건설노동자 3명이 갈탄 연기에 질식해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됐다. 다행히 이들은 병원으로 바로 이송되어 목숨을 건졌지만 기본적인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질식재해에 무감각한 모습을 보여줬다.

건설노조는 "사고 전날인 27일, 현장은 콘크리트 타설을 끝낸 후 보온양생을 했으며 사고 발생 날인 28일 오전 9시경 일산화탄소가 빠지지 않은 상황에서 발자국을 없애는 미장작업을 강행하면서 사고를 당했다"면서 "보온양생 장소에서는 일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고, 환기가 곤란할 때에는 공기 호흡기를 착용해야한다는 기본적인 안전수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겨울철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후, 콘크리트가 얼지 않도록 보온양생을 하는데 이 때 사용하는 연료 중 하나인 갈탄이 일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발생시킨다, 이 때문에 고용노동부의 일산화탄소 노출기준이 30ppm이지만 콘크리트 보온양생 작업장의 일산화탄소 농도는 1000ppm을 상회하며 이 고농도의 일산화탄소가 포함된 공기를 흡입할 경우 수초 내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지난 1월 고용노동부와 산업재해예방 안전보건공단이 내놓은 '밀폐공간 질식재해예방 안전작업 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밀폐공간 질식재해가 193건 발생해 312명이 부상을 입거나 사망했으며 특히 질식재해자 중 사망자의 비율이 52.9%로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17명의 노동자가 질식사고로 사망했으며 콘크리트 양생작업, 오폐수처리시설 및 맨홀 공사현장, 배관공사, 반응기, 탱크, 배관 내부에서의 용접 및 청소, 보수작업 등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7월 '밀폐공간 질식 재해 예방대책'을 발표하면서 사업장 실태 조사를 통해 위험수준을 등급화한 후 고위험 사업장에 대해서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전문 기술지도를 통해 밀착 관리할 예정이며 상하수도 발주공사, 오폐수처리 위탁업체 등에 대해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관리가 불량한 현장은 공단의 순찰 점검 및 노동부 감독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후에도 비슷한 유형의 사고로 노동자가 희생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인천 사고의 경우) 원청이 도급을 주는 경우 사업주의 의무를 지켰는지 여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장소에 대한 유해정보를 제공하는 의무를 지켰는지의 여부 등을 조사 중에 있다"면서 "현장에서 자주 하는 공정의 경우 위험을 바로 확인할 수 있지만 평상시에 하지 않는 작업의 경우는 감독을 하는 것에 한계가 있고 기업들도 작업 관리에 소홀해지는 부분이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최근 통과된만큼 시행이 된다면 강한 처벌도 가능하기에 경각심을 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감독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이 희생되는 사례가 계속 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아직 시행 전이라 강한 처벌이 되지 않는 상황이기에 결국 기업의 노력이 가장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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