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간 사각지대 갇힌 가사노동자, 권리는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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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년간 사각지대 갇힌 가사노동자, 권리는 언제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2.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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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자 권리보장법' 통과 요구 거세, 국회 앞 농성 중
고용보험 등 없어 실업급여, 재난지원금 등 모두 못 받아
맞벌이 여성노동자 94% 찬성에도 국민의힘 "논의 더 필요" 부정적 입장
지난 22일 국회 앞에서 가사노동자 권리보장법 국회 통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한국여성노동자회
지난 22일 국회 앞에서 가사노동자 권리보장법 국회 통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한국여성노동자회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갇혀있는 가사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가사노동자 권리보장법'이 2월 임시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다. 정부가 법 통과를 국회에 요청하고 가사노동자들의 권리를 찾아줘야한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동조를 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2월 통과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사노동자들은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부터 존재한 '가사사용인 적용제' 조항으로 인해 현재까지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11조 1항인 '가사 사용인에는 적용되지 아니한다'로 인해 가사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1년 ILO(국제노동기구)가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을 채택했고 우리 정부도 총회에서 찬성표를 던지면서 법안 개정 가능성이 나왔으나 현재까지도 '국내법 정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협약 비준에 대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가사노동자들은 고용보험 미가입, 소득 증빙 문제 등으로 인해 실업급여, 고용유지지원금 등을 받지 못하며 일하다 다쳐도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임금을 떼어도 민사소송으로 해결해야했고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수입 감소와 일자리 감소 등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재난지원금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전국가정관리사협회에 따르면 2019년 가사노동자들의 월평균 수입은 107만400원이었지만 2020년 2월 73만2000원, 3월 64만2000원, 4월 66만5000원으로 급격히 하락했다. 25%가 본인 소득이 가구 소득의 전부이며 이들 중 54.7%가 지출을 줄여 생활을 유지하는 등 소득 하락으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게 이들이다.

이로 인해 국회에서도 가사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법안 마련에 주력했지만 번번이 회기 만료로 인해 폐기됐다. 현재 21대 국회에서는 정부 발의안과 함께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 강은미 정의당 의원의 발의안이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가사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4대 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의당은 2월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민주당 역시 이 법안을 핵심 처리 법안에 포함시킨 상황이다.

지난 9일 한국노총은 '2021년 2월 임시국회 반드시 처리되어야 할 핵심입법요구' 10개를 발표하고 그 중 하나로 가사노동자 고용환경 개선 및 노동조건 보호관련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을 꼽았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 18일 국회 앞에서 농성 중인 가사노동자 단체들의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현재 가사노동자 보호 관련 정부와 의원 입법안이 각각 발의, 계류되어 있는 만큼 이번 임시국회에서 조속한 법안논의를 통해 처리되어야한다"며 법안 통과를 위해 연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고용노동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일, 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가사서비스 공식화 필요성 설문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여성노동자 94.6%가 가사노동자법 제정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사노동자의 신원 보증(32.4%), 책임 있는 서비스 제공(26.7%) 등이 그 이유로 꼽혔다. 정부에서도 법안을 발의한 만큼 이번 기회에 가사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논의가 계속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한 언론을 통해 "가사노동자의 근로기준법 적용, 근로조건 개선이라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선의로 하는 제정법은 오히려 취약계층에 있는 노동자를 안 좋은 상황으로 내몰 수 있다"면서 "아직은 절차를 밟아야한다. 공청회를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한다"면서 법안 상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때문에 야당의 반대로 법안이 상정되지 않는다면 2월 임시국회 통과는 물 건너가는 것은 물론 각종 정치 현안에 치여 또다시 긴 시간을 보내야한다는 것이 노동계의 입장이다.

현재 국회 앞에는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전국가정관리자협회, 한국YMCA연합회 등 3개 단체가 지난 15일부터 법안 통과를 위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한 여성, 노동단체들은 지난 22일 국회 앞에서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나서서 국회 통과를 요청했고 노동자 측도, 사용자 측도 법안 통과를 요구하고 있으며 각 가정의 이용자들까지도 법안 통과에 찬성하고 있다. 이런 법안을 가사노동자에 대한 조사도 하지 않고 현장에 찾아가지도 않은 국민의힘이 홀로 가로막고 있다. 힘겹게 노동하며 배제 속에 살아왔던 가사노동자들의 땀과 눈물에 단 한 번이라도 관심가져본 일이 있다면 법안 상정을 막지 못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법안 통과에 동참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순 전국가정관리사협회장은 "가사노동 현장에서는 자잘한 사건 사고가 발생한다. 화장실 천정 물기를 닦다가 미끄러져 꼬리뼈에 금이 가고, 주방 상부장을 닦다가 의자와 함께 넘어지면서 팔이 부러지는 사고 등이 난다. 장기간 오랫동안 일을 하다보니 손목을 많이 사용해 생긴 '손목 수근관 증후군', 넓은 평수를 많이 걸어다녀서 생긴 '근족막염' 등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이 발생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가사노동자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호소했다.

67년간의 긴 세월을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갇혀 지낸 가사노동자들은 이번에야말로 노동권을 획득할 기회라고 밝히고 있지만 야당이 반대하고 있어 또다시 좌초될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단체들이 농성과 '문자행동' 등으로 법안 통과를 요구하는 가운데 국회가 이에 응답할 지 주목된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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