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두류(豆類)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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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두류(豆類) 이야기
  • 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 승인 2021.03.1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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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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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으로 수입이 감소한 사람들에게 식품 가격 상승은 큰 부담이라며 코로나19가 세계 식량 불안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최근 개최한 ‘세계 두류의 날’ 행사에서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식량위기(食糧危機)를 극복할 수 있는 핵심 작물로 두류(豆類)가 꼽히고 있다고 밝혔다.

FAO는 1945년 10월에 창설된 UN 산하 전문기관으로 국민의 영양기준 및 생활수준의 향상, 모든 식량 및 농수산물의 생산 및 분배 능률 증진의 보장, 농어촌 주민의 생활 상태의 개선 및 이를 통한 세계 경제발전에 기여, 그리고 인류의 기아(饑餓)로부터의 해방 등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FAO에 1949년에 가입하였으며, 1957년 12월에 설립된 FAO 한국협회(Korea FAO Association)는 대한민국과 FAO 상호간의 유기적인 연결 및 국제농업 기술교류 등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 2019년 6월 이탈리아 로마의 FAO 본부에서 열린 사무총장 선거에서 취동위(55) 전 중국 농업농촌부 부부장(차관)이 194개 회원국이 참석한 가운데 108표를 얻었다. 생물학자 출신의 취 신임 사무총장은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 제3 세계의 압도적인 지지를 업고 사무총장에 당선됐다. FAO 수장(首長)에 사상 처음으로 중국인이 선출된 것은 중국이 최근 몇 년 동안 아프리카와 중남미에 투자를 늘린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2013년 6월 열린 제38차 FAO 총회에서 ‘세계 두류의 해’ 관련 결의안이 채택됐고, 그해 9월 제68차 국제연합(UN) 총회에서 2016년을 세계 두류의 해(International Year of Pulses)로 선포했다. UN이 2016년을 두류의 해로 지정한 이유는 두류가 지닌 식량안보적ㆍ영양학적 중요성 때문이다. FAO는 2019년부터 매년 2월 10일을 ‘세계 두류의 날’로 지정해 기념행사와 함께 콩에 대한 정보를 널리 알리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2월 12일 화상으로 ‘세계 두류의 날’ 행사를 진행했으며, 취동위 FAO 사무총장은 “두류는 FAO가 찾고 있는 ‘더 나은 생산성과 영양성분을 가진 식품’이며 친환경적인 영농이 가능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작목이므로 두류의 소비 증진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아네스 칼리바다 UN식량정상회의 특임대사는 “두류가 코로나19가 촉발한 식량위기를 회복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Pope Francis)은 “두류는 전 세계의 식량안보를 지키고 계급적ㆍ문화적 벽을 허물 수 있는 매우 잠재력 있는 식품군”이라고 말했다.

루이스 마스테라 아르헨티나 농수산식품부 장관은 “두류는 건조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고 특별한 영농기술 없이도 성공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며 두류의 다양한 장점에 대해 극찬했다. 유럽연합(EU)에서 가장 많은 두류를 생산하는 프랑스의 줄리앙 노르망디 농식품부 장관은 “프랑스는 향후 3년간 두류 재배면적을 현재보다 40% 늘리고, 학교급식에도 두류를 적극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농림축산식품부(農食品部, Ministry of Agriculture, Food and Rural Affairs)는 2021년부터 콩ㆍ팥ㆍ녹두 등 국산 두류의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두류 계약 재배사업을 신규 추진한다고 3월 2일 밝혔다. 예산 규모는 412억원으로, 생산자단체나 가공업체 등이 계약재배사업을 할 경우 계획 금액의 80%를 5년간 무이자로 융자 지원한다. 계약재배사업은 두류 재배 농업인과 가공업체 간 지속가능한 생산ㆍ원료 확보 체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콩과(豆科) 작물인 콩, 팥, 녹두, 강낭콩, 완두, 쥐눈이콩, 땅콩 등을 두류(豆類, pulse crops)라고 한다. 두류는 주요 식량작물 중 하나로 인류의 식물성 단백질(蛋白質) 주요 공급원으로서 식량안보에 있어 핵심적인 작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두류는 질소(窒素, Nitrogen)를 고정하는 특성이 있으며, 이 특성은 토양의 비옥도를 높이고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무색, 무취, 무미한 기체인 질소(원자 번호 7)는 대기의 약 78%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구성 성분이다.

‘감옥살이’를 빗대어 ‘콩밥 먹는다’고 한다. 이는 과거에 죄수들에게 가장 효율적으로 영양 공급을 할 수 있는 콩밥을 먹였기에 생긴 말이다. 콩에 들어있는 단백질의 양은 농작물 중에서 최고이며, 구성 아미노산(amino acid)의 종류도 육류에 비해 손색이 없다. 세계 장수촌 중 하나인 남미 에콰도르의 작은 마을 빌카밤바(Vilcabamba) 장수 노인들의 건강 묘약은 콩이며, 모든 주민이 유기농으로 재배한 콩을 주식으로 먹는다.

콩은 고대 중국에서 최초로 재배되기 시작하였고,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三國時代)부터 재배하였다. 20세기에 들어와서 미국에서 콩을 재배하기 시작했는데 주객(主客)이 전도되어 미국이 전 세계 생산고의 약 80%를 생산하고 있다. 콩은 미국의 농산물 중 가장 중요한 곡물로 세계 최대 콩 수입국인 중국 수입의 38%를 차지했다. 그러나 브라질이 2013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콩 수출국으로 등극하여 중국 콩 수입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콩은 20세기 들어 동서양을 막론하고 생산과 이용 면에서 세계 최고의 신데렐라(Cinderella) 작물로 부상하였으며, 21세기에도 여전히 주목받는 밀레니엄(millennium) 식품이다. 콩은 세계적인 식품으로 1,000여 가지의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간장, 된장, 두부 등 여러 가지 전통 식품으로 우리의 식생활과 밀착해온 식품이다. 비타민C가 거의 없는 콩을 콩나물로 재배할 때는 싹이 돋는 사이에 성분의 변화가 생겨 비타민C가 풍부한 식품이 된다.

콩은 단백질 35-40%, 지방 15-20%, 탄수화물 30%가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식이섬유, 비타민, 무기질 등이 들어 있는 영양식품이다. 콩(大豆, soybean)에 함유되어 있는 주요 성분에는 100g당 열량 400kcal, 탄수화물 30.7g, 단백질 36.2g, 지방 17.8g, 비타민(비타민 B1, B2, 나이아신 등), 무기질(칼슘, 인, 철, 나트륨, 칼륨 등), 섬유소 등이 있다. 콩에서 콩기름(100g당 884kcal)을 추출하면 ‘대두박’이 남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두박을 대개 사료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콩을 날 것으로 먹으면 거의 소화가 안 되지만 익혀 먹으면 65%가량 소화ㆍ흡수가 된다. 그러나 콩 제품인 두부는 95%, 된장은 80% 정도 소화ㆍ흡수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콩 제품으로 콩나물, 두부, 된장 등을 많이 먹는다. 우리 민족은 옛날부터 장(醬)을 담그는 솜씨가 뛰어났다. 중국에서 290년에 발간된 ‘위지동이전’에 “고구려인은 장 담그고 술 빚는 솜씨가 훌륭하다”고 적혀 있다.

‘메주’가 문헌에 처음 나온 것은 삼국사기(三國史記)에서 신라 신문왕 3년 왕이 김흠운의 딸을 왕비로 삼을 때 보낸 예물 중 ‘시(豉)’, 즉 메주를 보냈다는 내용이 있다. 장(醬)은 원래 간장을 말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된장, 청국장, 막장, 고추장을 아우르며 장류(醬類)라고도 한다. 1930년대 일본인들에 의해 장류의 공업화가 시작됐고, 최근에는 재래식 메주 대신 개량 메주를 이용한 개량된장이 주를 이루고 있다.

된장은 간장, 고추장과 함께 우리의 전통 발효식품(醱酵食品)으로 항암 성분을 비롯해 우리 몸에 유익한 갖가지 성분이 들어 있는 최고의 자연 식품이다. 콩 발효식품인 된장은 예로부터 귀중한 식품으로 여겨졌으며 삼국시대부터 만들어졌다. 신라시대에는 된장이 혼수품(婚需品)을 쓰였다고 한다. 조선시대의 장 담그는 법은 문헌(구황보유방)에도 기록되어 있다. 

콩은 항암 효과가 널리 알려져 있는 식품이다. 특히 검은 콩 껍질에는 노란 콩에는 없는 글리시테인(glycitein)이라는 항암 물질이 들어 있다. 요즘 브라질에서 최고의 보양식으로 꼽히는 음식 중 하나가 검은콩으로 만든 페이조아다(feijoada)이다. 이 음식은 원래 노예들의 일용식(日用食)이었으나 최근 콩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콩 섭취가 심혈관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여러 연구에 따르면, 규칙적인 콩 섭취는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몸에 좋은 HDL 콜레스테롤을 높인다. 이러한 효과는 콩 안에 들어 있는 불포화지방산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콩에는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오메가-3 지방산도 많이 들어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콩 단백질에 혈관 보호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제품에 표기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쥐눈이콩’은 쥐의 눈처럼 생긴 콩이란 의미로 서목태(鼠目太)라고 부르며, 한약상에서는 ‘약(藥)콩’이라 부른다. 옛 문헌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쥐눈이콩을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약으로 사용하면 더 좋다. 신장병을 다스리며 기를 내리어 풍열을 억제하고 혈액 순환을 활발히 하며 독을 푼다.”고 기술하였다. 쥐눈이콩에는 아이소플라본(isoflavon) 성분이 일반 콩보다 5-6배 많이 함유되어 있다. 아이소플라본은 항암효과가 있으며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심장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두유(豆乳, soybean milk)는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100ml당 4.4g)이며, 식물성 지방으로 콜레스테롤이 전혀 없으므로 혈관 건강에 유익한 식품이다. 필자는 UNICEF(UN아동기금)에서 보건사업(Health Project)과 영양사업(Nutrition Project) 담당 기획관리관으로 근무(1965-1989)했다. 영양사업 중 농촌지역 어린이 영양개선을 위하여 두유 급식에 필요한 조리기구 등을 지원했으며, 농촌주부들이 지역에서 생산한 콩으로 ‘영양개선의 집(센터)’에서 두유를 만들어 아동들에게 제공하였다.

또한 필자는 통일부의 ‘대북지원사업 전문가’ 자격으로 2007년 10월 27-30일 우리나라에서 지원하는 북한의 보건사업과 영양사업 지역을 방문했다. 황해남도 신천군 지역에 신축한 콩기름 공장을 방문하여 생산설비(콩 세척기, 건조기, 분쇄기, 추출기 등)를 점검하였다. 신천군 콩기름공장은 매월 콩기름 12.5톤과 대두박 50톤을 생산하여 주민 2만5천여명에게 배급했다.

현장에서 생산된 콩기름을 시음한 결과 품질이 우수했다. 필자는 북한 인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콩기름 부산물인 대두박을 이용하여 두유(북한에서는 ‘콩우유’라고 함)를 만들고, 콩우유 부산물인 비지(curd residue)를 이용하여 ‘콩과자’를 제조하여 영유아들에게 급식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남한에서 우수한 콩종자(種子)를 제공하여 북한 주민들이 논두렁과 밭두렁에 콩을 심어 콩기름 제조에 필요한 콩을 제공하도록 건의했다. SW

pm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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