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갑질 방지법, '수수료 인하'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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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갑질 방지법, '수수료 인하'로 끝?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3.1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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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앱결제 강제, 수수료 30% 부과'에 법안 개정 추진
구글 '수수료 인하' 발표에 국민의힘 '신중론' 돌아서
민주당, IT업체 "인앱결제 강제와 수수료 인하는 별개" 통과 요구
사진=AP/뉴시스
사진=AP/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앱 마켓 운영사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를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일명 '구글 갑질 방지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구글이 앱 수수료 인하를 밝혔고 국민의힘이 '신중론'과 함께 '수수료 인하가 먼저'라고 제동을 걸면서 법안 통과가 사실상 힘들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9월 구글이 모바일 게임에만 적용하던 구글플레이 인앱결제 정책과 수수료 30% 부과를 모든 디지털 콘텐츠에 적용하겠다고 밝히자 우리 정부와 국회는 '구글이 앱마켓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했다'면서 이를 저지하는 내용이 담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했다. 이에 미국 무역대표부는 그해 11월 우리 정부에 "구글 방지법이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통상 문제로 확대될 경우 한국 정부에 불리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으로 법안 발의에 참여한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구글 갑질 방지법은 앱 마켓사업자의 시장지배력 남용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지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하거나 미국기업, 한국기업 구분의 의미가 없다. 법의 취지도 구글을 대상으로 반독점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미국 법무부와 다를 바 없다"면서 "구글 인앱결제 이슈는 통상문제가 될 수 없고, 오히려 한국과 미국 정부가 힘을 모아 앱 마켓 생태계 활성화와 경쟁 촉진을 위한 협력을 추진해야한다"며 법안 통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열린 과방위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관련법안 7건이 발의됐지만 모두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해외의 사례가 없으니 좀 더 지켜봐야한다"면서 보류 입장을 밝혔고 이로 인해 법안은 제자리걸음을 해야했다. 만약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오는 10월부터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가 시행된다.

야당이 신중론으로 돌아선 이유는 미국의 반대 입장과 함께 구글이 수수료 인하를 제안한 것도 한 이유가 되고 있다. 구글이 과방위에 '인앱결제 수수료 인하 검토' 입장을 알렸고 이를 계기로 국민의힘이 '신중론'을 이유로 법안 통과를 막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애플의 경우 올해부터 매출액 11억원 이하 앱 개발사에게는 앱 수수료를 30%에서 15%로 인하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구글은 이보다 더 수수료를 인하하겠다는 내용을 과방위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인하할 것인지. 인하 대상 및 범위에 대해서는 아직 구글이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에서 구글 갑질 방지법이 통과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 하원은 앱 개발자들이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배포한 앱에 대해 인앱 결제 수수료를 피해 다른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법안을 31대 29로 통과시켰다. 물론 상원 투표, 주지사 수용 여부 등의 과정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갑질 방지법이 하원을 통과했다는 자체 만으로도 구글, 애플을 견제할 장치가 생겼다는 점에서 주목받았고 이를 계기로 그동안 '통상마찰'을 이유로 미적거렸던 구글 갑질 방지법 논의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그런데 지난 8일 국민의힘 의원 7명이 구글을 향해 "앱마켓 수수료를 15% 이하로 내리라"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수수료 인하'로 이 사안을 마무리지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박성중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구글의 인앱결제 수수료 30% 부과는 국내 콘텐츠 개발사와 소비자들에 대한 부담이 너무 과도하다는 점을 깊이 공감하고 있다"면서 "구글이 가까운 시일 내 대중소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15% 이하 수준으로 수수료를 인하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며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공룡 플랫폼 대기업의 수수료도 같은 수준으로 개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승래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10일 성명을 통해 "소문처럼 수수료를 인하하면 두 팔 벌려 환영하겠지만 우월적인 플랫폼 사업자가 입점업체에 자사의 결제 방식을 강제한다는 본질은 사라지지 않는다. 더 늦기 전에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횡포를 막고 국내 앱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한다"며 구글 갑질 방지법의 통과를 국민의힘에 촉구했다. IT기업들도 "인앱결제 강제 금지와 수수료 인하는 별개의 문제"라며 법안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금융정의연대 등 단체들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국내 모바일 앱/콘텐츠 기업들의 추가 부담 수수료는 3539억원으로 추정되며 올해 4분기 구글 수수료 정책 반영시 비게임 분야 구글 수수료는 152.3% 증가한 1814억원 규모가 된다. 이렇게 되면 올해 4분기에 국내 모바일 앱/콘텐츠 기업들이 추가로 부담해야하는 수수료는 1095억원이 된다. 

단체들은 "구글 인앱결제 강제정책 시행시 국내 기업들의 72%가 '소비자 요금 인상을 포함한 다른 우회경로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의 정책이 국내 모바일 콘텐츠 생태계에 치명적인 악영향과 소비자피해로 작용할 것임이 확인된 것"이라면서 "국회가 앱마켓에서의 부당한 결제방식 강제를 금지해 앱개발자들과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 공정거래위원회 브리핑에 따르면 애플리케이션 개발사의 39.9%가 구글과 거래하면서 갑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높은 수수료, 대기업과의 불합리한 차별, 자체 결제 시스템 사용으로 인한 불이익 등을 그 이유로 꼽았으며 앱 마켓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타 앱 마켓에 등록한 경우 부당한 대우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구글의 시행이 10월부터이기에 9월까지 논의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미국 내에서도 입법이 진행된 내용의 법안을 구글의 '수수료 인하' 약속만 믿고 진행하지 않는 것에 대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구글의 정책이 요금 인상 등을 유발해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중소기업 등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법안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야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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