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범죄 불안감 시달리는 미국 내 아시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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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범죄 불안감 시달리는 미국 내 아시아계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3.1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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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 연쇄 총격 수사 경찰도 SNS에 '중국 비난'
"'차이나 바이러스' 등 트럼프 발언 도화선" 분석
"한국인에게도 '중국으로 꺼져'", 지도층 자제까지 차별 발언
17일(현지시간) 총격사건으로 4명이 숨진 미국 애틀랜타의 마사지 숍 앞에서 한 아시아-히스패닉계 남성이 혐오 범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17일(현지시간) 총격사건으로 4명이 숨진 미국 애틀랜타의 마사지 숍 앞에서 한 아시아-히스패닉계 남성이 혐오 범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미국 애틀랜타에서 일어난 연쇄 총격으로 8명이 사망했고 이 중 6명이 아시아계, 그 중 4명이 한인 여성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로 한인 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미국 경찰이 범죄자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면서 논란이 더 커졌고 백악관이 공식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시아인 혐오를 부추겼다"고 발표하면서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을 비하했던 것이 아시아계, 아시아인 혐오에 불을 질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일어난 연쇄 총격 사건의 범인은 21세의 백인 남성인 로버트 아론 롱으로 밝혀졌다. 사망자의 대부분이 아시아계인 점과 그가 자신의 SNS에 '중국은 최대 악'이라고 적는 등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점에서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라는 추론이 나왔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아시아계 미국인 형제 자매에 대한 혐오범죄 수준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과 연대해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사건을 수사하던 현지 경찰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용의자에 대해 "어제는 그에게 정말 나쁜 날"이라고 말하며 논란이 커졌다. 경찰이 용의자의 진술만으로 이번 사건을 혐오범죄가 아닌 '성 중독'으로 인한 범죄로 판단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경찰 관계자가 용의자를 옹호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면서 경찰이 '아시아계 혐오'를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게다가 문제의 발언을 한 대변인이 과거 자신의 SNS에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티셔츠 이미지를 올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이 인종차별에 앞장섰다는 비난을 받아야했다.

미국 인권단체들의 혐오 범죄 신고 사이트인 '스톱 AAPI 헤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말까지 3800여건의 혐오 범죄 신고가 접수되어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중국 등 아시아계에 대한 미국 내 반감과 혐오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피해자의 42.2%가 중국계였고 14.8%가 한국계였다. '너희 나라로 가라' 등의 언어폭력은 물론 한인 할머니가 뉴욕에서 갑자기 폭행을 당하거나 아시아계 노인을 갑자기 쓰러뜨려 다치게 하는 등 도처에서 범죄가 일어났으며 18일(현지시간)에는 최근 한국계 미국인 부부에게 "중국으로 꺼져라, 공산당으로 꺼져라"라고 욕설을 한 여성이 미국 연방 상원의원을 지낸 다니엘 패트릭 모이니한 전 의원의 딸로 밝혀지기도 했다.

미국 한인 뉴스포털인 '애틀랜타K'의 이상연 대표는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 가진 인터뷰에서 "경찰이 성 중독을 극복하고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용의자가) 교회에서 팀 리더를 할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인인데 성매매 업소에 드나들면서 내적 갈등을 겪었고 중독을 끊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신빙성에 대해서는 수사가 더 필요하지만 미국에서 혐오범죄가 개입되면 형량이 굉장히 높아질 수 있고 성 중독이 일종의 정신질환이기 때문에 성 중독으로 인한 범죄로 몰아가며 유리한 형량을 받으려 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계, 그것도 힘없는 아시아계 여성을 대상으로 계획적으로 세 곳의 업소를 쉬지 않고 돌아다니며 총을 쐈다는 것은 타겟이 있는 범죄지 내적갈등으로 인한 범죄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어 "올해 늘어 이런 문제가 굉장히 많이 들었고 특히 지난해 대선 후 선거결과가 확정된 후, 1월 6일 의회에서 난동사건이 벌어진 이후에 굉장히 많이 늘었다는 것에 주목하고 싶다"면서 "선거 결과에 좌절한 일부 백인우월주의자나 인종차별 의식을 갖고 있는 이들이 그 좌절감을 아시아인들에게 화풀이하고 있다는 말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런 혐오범죄의 급증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이라는 백악관의 입장이 나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정부가 코로나19를 '우한 바이러스'로 부른 것이 아시아계에 대한 인식을 부정확, 불공정하게 만들고 위협을 높였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우리는 미국 전역에서 이를 보고 있다"고 말해 과거 '중국 비하' 등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 행보가 혐오범죄를 증가시킨 요인이라고 밝혔다.

이상연 대표는 "전혀 부인할 수 없고 큰 영향이 있다고 본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왔다는 '차이나 바이러스'를 비롯해 '중국은 우리의 적, 중국 바이러스' 등의 수사법을 사용했고 결국 그것이 아시아계에 대한 공격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현지인들이 한국계, 중국계를 구분하기가 힘든데 한국인들에게도 '고 백 투 차이나(Go Back to China)', 중국으로 돌아가라고 욕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전했다.

미국 하원에서는 18일(현지시간) 30여년만에 처음으로 아시아인 차별을 주제로 한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일본계인 도리스 마츠이 민주당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용한 외국인 혐오 문구가 수십년 전 부모님께서 받았던 차별에 대한 기억을 되살렸다"고 밝혔고 한국계인 영 김 공화당 의원은 "어떤 인종 집단의 미국인도 코로나19에 책임이 있지 않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이나 바이러스' 발언을 비판했다.

영 김 의원은 1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사건이 미 전국적으로 거의 3800건 이상 보고되고 있다. 특히 어르신들을 향한 범죄가 더 많이 늘고 있고 코로나 바이러스와 무역 불균형, 지적재산권 절취 등으로 중국 공산당에 대한 경계심과 맞물려서 증오심의 대상이 아시아계 전체로 퍼지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이 많이 든다"면서 "이 사건이 전체적인 아시안 증오 문제로 번지지 않게 주의하고 또 한인사회에서도 목소리를 계속 높여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인종차별과 그를 바탕으로 한 범죄가 늘어나고 지도층 자제, 경찰 관계자까지 인종차별에 동참하는 상황이 펼쳐지면서 한인사회 등 아시아계는 지난 1992년 LA 흑인 폭동과 같은 난동이나 살인사건이 벌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이 일어난 곳이 혐오범죄가 없었던 애틀랜타에서 일어났다는 점이 불안감을 더 가중시키고 있다.  바이든 정부를 향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공격이 아시아계로 옮겨진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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